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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붉은 사막 팬픽 1
2020.07.11 01:50
868 0
최근 수정 일시 : 2020.08.15 04:39

들어보게 친구여.

거기 지나가는 이름 모를 나그네여. 그대도 들어보게.

볼체드 산을 아는가? 영원히 타오르는 그 화산을 알고 있는가?

나그네여. 먼 길을 여행하는 여행자여. 어쩌면 그대는 들어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군.

볼체드 화산. 그 사악한 용 러바드가 사는 그곳.

그래 바로 그곳.

 

 타닥! 타닥

 음유시인의 바드 선율에 박자를 맞춰주듯 벽난로 안에서 붉은 열기를 내며 검게 변해가던 장작이 터지는 소리를 냈지만, 지금 그 소리에 집중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제국의 초대 황제의 업적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에게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볼체드 화산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용 러바드를 무찌르고 화산을 잠재워 제국의 기틀을 세웠다는 그 전설은 제국 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니, 알아야 하는 자부심이었다.

 제국 인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고, 모를 수 없는 그 전설.

 달콤한 버터꿀 맥주 냄새와 살짝 탄 양고기 냄새, 거기에 매캐한 연기가 눈과 코를 자극하는 주점의 벽난로 옆에 앉아 바드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은 자신에게로 쏠린 시선에 양쪽 어깨를 번갈아 들썩이며 상체를 일부러 부풀렸다. 초대 황제의 위엄과 기품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술잔을 든 채로 마실 생각은 하지도 못한 여자. 턱수염에 버터꿀 맥주 거품을 잔뜩 묻힌 채 입에 문 소시지를 씹을 생각도 못 하는 털보, 주문한 요리를 열심히 만들어야 하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주점의 주인까지. 주점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음유시인은 바드의 줄을 더 빠르게 튕기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노래는 볼체드 화산으로 들어가는 협곡 초입에 들어선 초대 황제가 황소보다 더 큰 거대한 늑대 괴물을 맞닥뜨린 순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늑대의 털은 한 올 한 올 칼날과 같았지.

아무라 단단한 갑옷이라도 단숨에 종이짝처럼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어.

그 늑대의 발톱은 바위도 부술 정도로 단단했지.

제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든 방패도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어.

두려움에 황제를 지키던 기사마저 뒷걸음질 쳤지.

그것은 늑대가 아니었어. 악마였어.

늑대는 무리에서 가장 강한 자를 쓰러뜨리면 기사들 따윈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았지.

그래, 그래. 그래, 맞아. 그놈은 러바드가 보낸 암살자였던 거야!

 

 무덤덤하게 듣는 어른들과는 달리 어른들을 따라온 아이들은 목을 잔뜩 웅크리거나 부모의 옷자락을 잡아 당기며 그 뒤로 몸을 숨기기 급급했다. 음유시인은 그래서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이 노래의 이 대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이 분위기. 이 몰입감. 이것이 좋았다. 앞으로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수도 없이 보게 될 풍경. 이것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이 된 이유였다.

 

 탁!

 

 다음 소절로 넘어가기 위해 한층 더 빠르게 바드의 줄을 튕기려는 순간, 음유시인이 걸터 앉아 있던 나무 탁자를 짧고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바드의 줄을 튕기던 손이 멈췄다. 한창 달아올랐던 음유시인이 당황한 얼굴로 그것을 확인했다. 벽난로의 붉은 불꽃을 가득 머금어 약간 붉은 빛을 내는 둥근 물체. 금화였다. 청동이나 쇠로 만든 동전이라면 손이 멈출 일은 없었을 것이다. 흔하니까. 그러나 금화는 달랐다. 아무리 잘 사는 귀족, 상인 같은 이들에게 불려가도 은화도 구경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은화 한 개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두어 달은 먹고 살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금화 한 개? 때때로 왕실 연회에 불려갔다 온 어느 음유시인이 금화를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열의 아홉은 거짓말이었고, 남은 하나는 사기꾼의 사기였을 뿐이다. 금화 한 개가 있으면 반 년은 놀고 먹을 수 있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음유시인을 그만두고 작은 가게 하나 마련해 장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런 돈이다. 음유시인은 그 돈을 던진 사람을 찾아 고개를 들었다.

 

"원하는 노래를 불러줄 수 있나?"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금화다. 음악을 끝낸 불쾌한 불청객보다 금화를 던진 사람이 누군지 더 궁금해질 수밖엔 없는 상황이었기에 주점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 바로 옆, 커다란 유리창 틀에 걸터앉아 곰방대를 피우는 남자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본래의 색이 어땠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가죽 후드로 얼굴을 덮고 있어 얼굴이 거의 보이질 않은 탓에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다. 피곤하다는 걸 표현하는 것처럼 축 늘어진 가죽 후드를 쓴 그 자를 쳐다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후드 속에서 마치 끌로 쇠를 긁는 것처럼 거칠고 물을 잔뜩 머금은 가죽을 두들기는 것처럼 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남자였네.

 퀴즈를 풀듯 남자의 정체를 맞춰보고 싶었던 음유시인이었기에 정답을 맞추기도 전에 답이 나와 쓴 입맛을 다셨지만, 이내 남자의 질문에 급하게 대답했다.

 

"불러드릴 수 있습니다. 네, 불러드릴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오늘만큼 비굴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비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로지 금화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붉은 깃발을 불러줄 수 있나? 불러준다면 그 금화를 주도록 하지."

"붉은 깃발 말씀입니까? 나리?"

 

 금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탁자 위의 금화를 내려다보는 음유시인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붉은 깃발은 불러선 안 되는 노래였다. 금지곡은 아니지만, 이 노래는 처형장으로 보내지는 사형수들이 처형이 집행되는 동안 불러야 하는 노래였다. 죽음을 찬양하는 그 곡. 그 곡을 원하는 사람도, 부를 사람도 없었다. 금화를 던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 붉은 깃발? 넌 뭐 하는 놈이야!"

 

 오금에 차인 의자가 거친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졌다. 그 의자에 앉았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며 벌어진 일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남자는 거지꼴의 남자를 향해 삿대질하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꺼져!"

"이봐! 음유시인! 그딴 노래 부르지 마!"

 

 그 남자의 행동에 주점 안이 금세 동조하기 시작했다. 음유시인은 손에 쥘 수 없는 금화를 내려다보며 당연한 일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이 노래는 본래 어느 용병대의 노래였다고 한다. 그것도 러바드 전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래다. 바로 노래 속에서 뒷걸음질 쳤다는 그 기사. 그 기사가 이끌던 용병대의 행진곡이었다.

 어떤 위기도 극복해 사악한 용을 물리쳐 화산을 잠재웠던 황제와 대조적으로 항상 겁을 집어먹고 불안해하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황제를 배신하고 러바드에 충성을 맹세했던 그 기사와 용병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있을 리 없었다.

 

"음유시인."

 

 다시금 남자의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크지도 않았지만, 이 소란 속에서도 남자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렸던 탓에 음유시인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봤다.

 

" 돈은 노래를 들었다. 셈 치고 주겠네. 그리고 주인장, 여기 사람들 술값은 내가 내지. 나머진 자네 거야.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한 사과라 생각하게."

 

 금화를 선뜻 내겠다는 남자는 창틀에서 내려와 자신의 다리 밑에 놓아둔 검붉은 얼룩이 가득한 커다란 가방을 한손으로 힘겹게 들더니 어깨에 걸쳤다. 그리곤 주점 주인을 향해 손짓했다. 그의 손가락이 멈춘 곳에는 또 다른 금화가 하나 놓여 있었다. 당황한 주점주인의 얼굴에서 음유시인은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 표정이 아닌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황당한 얼굴로 금화와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는 주점 주인을 쳐다보는 듯 말없이 서있던 남자는 주점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남자의 돌발 행동에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해진 주점 안에 나무와 쇠가 비틀리는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사형대의 발판이 꺼지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은 몇 명 있었지만,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주점 안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모형 속의 마네킹처럼 굳어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놈."

 

 문이 닫히기 무섭게 처음 욕지기를 내뱉으며 일어났던 남자가 욕지기를 재차 내뱉었다. 그러자 그런 남자 주위로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모였다. 일행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아는 사이라는 건 이 도시에 처음 온 음유시인도 알 수 있었다. 금화를 쳐다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그들. 그들의 눈빛이 음유시인을 향했을 때, 음유시인은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연이 된다면 오늘 저녁 서쪽 광장에서 연주가 있을 테니 그곳으로 오세요."

 

 음유시인은 급하게 금화를 집어 들고 바드 하나만 딸랑 든 채로 주점을 뛰쳐 나왔다. 연주를 하느라 벽난로 옆에 세워뒀던 짐이 떠올랐지만, 지금 당장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손을 펼쳐 금화를 확인했다. 금화를 태어나 처음 봤기에 그것이 진짜 금화인지 아니면 가짜 금화인지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사기꾼들이 만들었던 그런 조잡한 가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진짜처럼 보였다.

 그 남자.

 음유시인은 남자를 떠올렸다. 그 남자 역시 도시를 서둘러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그 남자가 어떤 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남자를 따라가야만 살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점에 모였던 네 명의 남녀가 주점을 나서다 음유시인을 발견하고는 흠칫 멈추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음유시인은 금화를 안주머니에 깊숙하게 찔러 넣고 바드를 품에 소중히 안은 채 남자가 걸음을 옮겼던 서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이보, 이보세요! 저기! 저기! 잠깐!"

 

 서쪽으로 달리다 저 앞에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 검은 후드의 남자가 보였다. 걸을 때마다 쩔그럭쩔그럭 쇳소리가 나는 가방을 멘 남자는 가방을 멜 때 힘들어했던 것과는 달리 걸음은 가벼웠기에 음유시인은 남자의 뒤를 쫓아 달려가 남자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러자 저 멀리서 쫓아오던 이들이 멈춰서서는 둘러서서 무언가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같이, 도시를 빠져 나갈 때까지만이라도 같이. 갈 수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진 않네만."

 

 남자는 음유시인의 시선을 좇아 뒤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으니 도와줄 수 없단 뜻이다. 그대로 음유시인을 밀치듯 밀어내며 남자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음유시인이 남자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런 음유시인의 표정에는 불안과 절망이 담겨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멈춰섰던 네 명의 남녀가 다시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보였다.

 

"잠깐, 잠깐, 잠깐. 음악, 아니, 노래. 그 노래를 연주하겠습니다. 같이. 제발."

"내가 준 돈 때문인가?"

 

 그제야 남자는 음유시인이 왜 자신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금화. 후드 속에 가려진 얼굴이지만, 목소리에서 풍기는 분위기에서 일말의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처럼 들렸다. 음유시인은 지금 기회를 놓치면 어찌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층 빨리진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쳤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우리 같은 이들은 평생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돈을 줬으니 누구라도."

"알겠네. 따라오게."

 

 남자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겼고, 음유시인은 그런 남자의 뒤를 바짝 쫓아 걷기 시작했다. 그러며 힐끔 돌아본 등 뒤에는 느리지만 목적을 가진 걸음으로 걸어오는 네 명의 남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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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막 동영상보고 필 받아서 써본 글입니다.

 

추가로 계속 연재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쓰다보니 위쳐네요. 갓뎀 위쳐!

 

재밌더군요. Toss a coin to your witcher.

 

더는 돌이나 욕이 아닌 찬사를 던져달란 그 가사가 특히나 좋았습니다. 음,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만, 남의 게임 홍보가 되려나요.

 

여하튼 음유시인은 그냥 지나가는 인물로 생각하고 쓴 탓에 아마도 위쳐와는 다르게 추가 등장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등장해봐야 할 것도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