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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붉은 사막 팬픽 2
2020.07.12 20:02
917 0
최근 수정 일시 : 2020.08.15 04:39

피로 물든 붉은 깃발을 들고 나는 간다.

전우여, 자네가 가려던 그 길을 내가 이어서 간다.

도망치지 않으리라! 겁먹지 않으리라!

걱정말고 잠드시게! 자네가 들었던 이 붉은 깃발을 내가 들고 가네!

 

 금화 값이라 해도 벌써 네 번째 부른 노래다. 이제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음유시인이 남자를 힐끔 쳐다봤지만, 말을 타고 가는 남자의 얼굴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질 않았다. 마치 만들어놓은 인형처럼 감정이 없는 듯 보였다. 단순히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기 때문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네 소절 밖엔 안 되는 짧은 노래이기에 부르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럼에도 부르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이 노래가 사형수들이 형장에서 불러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을에서 안 좋은 경험까지 했는데, 이렇게 끌려가는 기분으로 곁을 따라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자신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목 좀 축여도 되겠지요?"

 

 음유시인은 노래를 그만부르고 싶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남자의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굳이 허락을 구할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이곳까진 살기 위해서 쫓아왔을 뿐이다. 여차하면 남자를 버려두고 도망치면 그만이다. 어차피 마을에서 본 바로는 노래 때문에 쫓아와 죽일 정도로 악랄한 성격은 아닐 것 같았다. 귀를 기울여봤지만, 간간히 들리는 새소를 제외하곤 말발굽이 지면을 밟는 둔탁한 소리와 자신의 발소리 뿐이라는 사실에 음유시인의 얼굴엔 금세 허탈한 감정이 그려졌다. 금화와 바드. 나무를 깎아 만든 물병은 벽난로 옆에 놓아두었던 가방 안에 그대로 둔 상태였다. 그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물은 없다.

 딱히 목이 마른 건 아니었지만, 물 핑계를 대고 나니 점점 갈증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슬며시 짜증이 올라왔다. 품 속에 손을 넣어 금화를 만졌다. 양각이 되어 있지만, 그 모든 부분이 귀부인들의 유리 거울 표면처럼 매끄러웠다. 신기하고 특이한 감촉이다. 30평생 가장 낮은 화폐 단위인 철주화만 만져보고 살았다. 청동화조차도 보기만 봤을 뿐 만져본 적도 없다. 나라에서 만드는 건 같지만, 얇게 두드린 둥근 철판의 정중앙에 제국의 상징인 독수리를 파놓은 게 전부였기에 매끄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청동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자신이 금화라니.

 물 정도 못 마시는 건 괜찮을 듯 싶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냇가가 있을 거야. 여기까지 따라오겠다면 그곳으로 가게."

"정말이십니까?"

"가봐."

 

 남자는 뭐하려고 여지껏 쫓아왔냐는 표정으로 음유시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노래 네 번 부르고 금화 한 개라니. 이런 호구를 또 언제 만나보려나? 싶을 정도였다. 더 따라다닐까? 혹시 알아? 다른 노래 더 불러주면 못해도 은화 하나 더 받을 수 있을지. 음유시인은 말 위의 남자에게 가볍게 시선을 맞추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금화를 그렇게 물쓰듯 던지는 걸 보면 귀족 자제인 건 확실했다. 무엇보다 말을 타고 다니는 것만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국의 귀족이라면 성인이 되기 전, 기사가 되기 위해 집을 나와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게 그들의 일상이라 들은 적 있다. 그 여행은 보통 3~4년 지속된다고 들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야 좋은 옷에 좋은 무기와 갑옷을 입었겠지만, 3~4년 입으면 어느 옷이든 거렁뱅이의 옷 만큼이나 더럽고 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에 상대가 귀족일 거라 어림짐작한 음유시인은 귀족에 대한 가장 큰 결례인 눈을 마주치는 일을 피하고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나리께선 목을 축이지 않으셔도 되시겠습니까?"

 

 적어도 다음 마을까진 함께 하고 싶었다. 이렇게 굉장한 돈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네가 말을 쫓아 달릴 수 있다면 생각해보겠다."

"알겠습니다."

 

 남자가 말과 같은 속도로 뛸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 조건을 붙여버리자 음유시인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남자에게서 작별을 고한 음유시인은 남자의 명령을 받은 말이 텁텁 발을 굴려 다시 걸어가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으며 남자가 가리킨 남쪽 방향으로 걸어내려가기 시작하자 금세 비탈길이 나타났다.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한 건지 알 수 없는 낙엽이 한가득 쌓인 비탈길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발목이 푹 빠지더니 허벅지까지 금세 낙엽 밑으로 잠겨버렸다. 눈 덮인 길을 걷는 것 같다. 금화 하나 값으로 자신을 골려먹으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밑에 물이 있다고? 진짜?

 

"젠장, 그 귀족 놈. 날 속였나?"

 

 물이 있긴 한 건지 의심이 들자 음유시인은 남자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속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물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다. 짜증난 탓에 갈증이 더 커진 것만 같았다. 밑져야 본전이지. 음유시인은 투덜거리며 비탈길을 걸어내려갔다. 물이 없다면 비탈길을 따라 빠르게 내려왔다는 것에 만족하면 될 일이고, 물이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속은 건 아니니 다행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왜 이 길로 들어섰을까? 라는 후회를 했을 때, 쪼르르.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로 냇가가 있었다.

 

"이야! 귀족도 귀족 나름이네!"

 

 허겁지겁 낙엽 위를 밟고 뛰려는 듯 발을 높게 들고 뒤뚱뒤뚱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자 맑은 물이 좁은 도랑을 이루고 흐르는 게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내려온 비탈길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러자 그 귀족 남성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놀릴 생각이었다면 금화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제야 음유시인은 의심이 많은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를 향한 미안함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물이었다. 일단 목부터!

 

 

 

 산 아래로 내려가는 비탈길의 끝자락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한 사막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 앞에 멈춰선 남자는 얼굴을 덮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천천히 돌아섰다. 드문드문 새하얀 털이 보이는 구불구불한 턱수염이 가장 먼저 서쪽 하늘로 기울어져가는 햇살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입가와 얼굴 전체를 덮어가는 주름이 그 다음 햇살 아래로 드러났다. 후드가 완전히 벗겨졌을 땐, 피곤에 절여진 황색 눈동자와 수염 못지 않게 지저분한 장발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드를 벗은 남자는 말 안장에 묶어놓은 칼집을 풀어 자루를 쥐고는 칼을 뽑아들었다. 물소 가죽을 칭칭 동여맨 칼자루를 양손으로 비틀어 잡으며 자세를 잡는 남자의 앞에는 칼과 도끼로 무장한 세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맥더프! 역시 네놈이었구나!"

"역시 도살자의 사냥개였군."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듯 서로를 마주본 채 튀어나온 말은 역시! 였다.

 

"그놈은 어디에 있냐? 당장 그놈을 내놓지 못하겠냐!"

"그놈? 그놈이 누구지? 난 그놈이란 이름은 모르겠는데!"

 

 맥더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끼를 쥔 여자가 둥근 방패를 앞세우더니 자세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칼을 든 남녀가 방패를 앞세우고 좌우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대놓고 포위하겠단 뜻이다. 시간을 끌어도 선제 공격을 가해도 혼자서 다수를 상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다수를 상대하려면 기습 만큼 좋은 게 없었다. 달리던 그대로 뛰어올라 방패를 냅다 걷어찼다. 평소에도 발차기로 곰을 잡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섭고 강한 발차기를 가진 맥더프였다.

 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 발차기는 방패로 몸을 가리고 있던 여자의 균형을 흐트러뜨리기 충분했다.

 

"꺅!"

 

 방패를 들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뒹굴었다. 아무런 대책없이 발차기를 날린 맥더프는 넘어지는 여자의 몸 위로 함께 엎어지며 그 위를 굴렀다. 한바퀴 굴러 손을 짚고 일어나려는 순간, 달려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물체가 미간을 향해 빠르게 날아드는 게 보였다. 맥더프는 칼자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칼을 세웠고, 그와 동시에 급하게 상체를 비틀었다. 까가강! 불꽃이 칼날을 타고 흐르며 얼굴 위로 튀었다.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이 따끔거렸다.

 

"윽!"

 

 본능적으로 감겨진 왼쪽 눈동자를 대신해 오른쪽 눈동자로 그 불꽃을 쫓았다. 맥더프의 오른쪽에서 달려든 남자가 내지른 칼이 다시 되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맥더프는 급하게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용수철이 튀듯 튀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칼을 되돌리는 남자의 각진 이중턱을 향해 칼자루 끝의 둥근 장식을 힘껏 내질렀다. 퍽! 물소 가죽이 미끄럼을 방지해준 탓에, 투구를 쓰지 않은 탓에 강한 충격이 턱에 그대로 가해졌다. 남자가 신음과 함께 턱을 감싸고 뒤로 물러나는 순간, 왼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왼손으로 칼 끝을 붙잡고 몸에 바짝 붙인 순간, 칼날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큭!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할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마치 옛날 물소를 사냥할 때 실수해서 물소의 뿔에 받혔던 때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왼발을 급하게 뒤로 빼며 몸을 돌려 칼을 휘두른 여자를 마주봤다. 그와 동시에 칼끝을 잡고 있던 왼손을 칼자루 끝으로 옮겨 양손으로 칼을 잡고는 그대로 힘껏 포물선을 그리며 칼날을 수직으로 회전시켰다. 서로 긁혀 불똥을 튕기며 수직으로 회전한 칼이 맥더프의 얼굴 앞으로 향했을 때, 칼 끝은 주근깨 투성이인 여자의 오른쪽 어깨 위에 닿고 있었고, 그에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컥!"

 

 그 표정을 보며 맥더프는 대각선으로 힘껏 칼을 베어버렸다. 여자의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시작된 칼의 여정이 여자의 왼쪽 옆구리 끝에 도달했을 땐, 여자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쓰러졌다.

 

"이얏!"

 

 뒤늦게 일어난 도끼를 든 여자가 방패를 버리고 두 손으로 도끼를 잡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달려드는 게 보였다. 바로 코 앞. 피하는 것도 막는 것도 불가능한 짧은 거리였다. 어찌나 가까운 지 느껴지는 입냄새 만으로도 여자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오른발에 힘을 주고 왼쪽 어깨를 앞세워 몸으로 부딪혔다. 어깨를 감싸고 있던 가죽 너머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죽 갑옷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한 여자의 몸이 멈추는 순간, 맥더프의 칼 끝이 가죽을 뚫었다. 힘껏 꿰뚫고 들어간 칼을 비틀며 다시 힘껏 뽑아낸 맥더프가 오른발을 왼발 뒤로 보내 하체를 비틀었고, 그에 균형을 잃은 상체가 균형을 잡기 위해 반바퀴 회전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맥더프의 얼굴이 있던 곳에 칼날이 치고 들어왔다. 맥더프는 그 칼날을 보며 왼손을 놓고 오른손만으로 칼을 힘껏 휘둘렀다. 횡으로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칼 날이 남자의 목을 스치고 지나는 순간, 촥! 붉은 피가 얼굴로 튀었고, 목이 분리된 몸이 쿵!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쓰러졌다.

 

"후."

 

 힘든 일을 해냈다는 듯, 맥더프의 입에선 짧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어렵거나 힘들진 않았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음유시인을 보내는 걸 기다렸다는 듯, 음유시인과 헤어지자마자 나타난 자들이었던 것을 내려다보던 맥더프는 남자의 몸부터 뒤집어 소지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증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허리춤에 매단 작은 가방에서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작은 금속판을 찾아냈다.

 

"하."

 

 도살자의 사냥개.

 맥더프는 이들을 그렇게 부르지만, 금속판에 쓰여 있는 글자에는 제국어로 추적자라 쓰여 있었다. 제국의 황제와 그가 보낸 추적자를 동시에 비하하기 위해 만든 말. 그것이 바로 도살자의 사냥개였다.

 

"너무 자극했나?"

 

 맥더프는 지저분한 뒷머리를 긁었다. 노래도 금화도 모두 제국을 자극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이렇게 추적자가 빠르게 쫓아오니 아주 조금이지만, 후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의 신분을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슬슬 활동 반경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쓰러진 자들을 다시 훑어보던 맥더프는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누군가 비탈길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그 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맥더프는 맥이 풀린 듯 한숨을 내뱉었다.

 

"하, 어쩐지 한 명이 부족하다 싶더라니."

 

 고개를 젓는 그의 눈에는 인질로 붙잡힌 음유시인과 그런 그를 앞세운 도살자의 사냥개인 남자가 비탈길을 올라오는 게 보였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맥더프!"

 

 맥더프는 양 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코로 한숨을 짧게 내뱉었고, 한숨이 튀어나가는 순간, 어깨가 한차례 들썩거렸다. 미간이 살짝 접은 맥더프의 얼굴엔 불쾌함이 가득했다. 아마 인질로 쓰기 위해 묶은 건 아닐 것이다. 제 나름 체포를 위해서 묶은 것일 테지만, 막상 도착해서 보니 서 있는 건 맥더프 뿐이었고, 함께 온 다른 세 명이 쓰러져 있으니 저도 모르게 인질처럼 부리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남자가 재차 외쳤다.

 그에 맥더프는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던지듯 버렸다. 남자의 눈이 바닥에 내던져지는 칼에 꽂히는 순간, 맥더프의 왼손은 재빨리 허리춤으로 돌아가 허리 뒤에 묶어놓았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칼이 바닥에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내는 순간,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왼손을 머리 뒤로 들었다 앞으로 힘껏 휘둘렀다. 푹! 맥더프의 행동에 이변을 느꼈을 땐, 이미 내던진 단검이 바람을 가른 뒤였고,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맥더프의 뒤를 쫓아왔던 네 명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남자는 오른쪽 눈을 꿰뚫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모든 의식이 끊어졌다.

 

 

 

"이것이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작은 골방 안.

 있는 거라곤 탁자와 의자, 그리고 햇살이 겨우 들어오는 작은 창문 뿐인 방 안에 묶여 있는 음유시인은 덜덜 떨면서 말을 끝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자신의 말에는 그 어떠한 거짓도 없으니 믿어달란 애원이 담겨 있었다. 의자에 묶인 채로 공포에 질린 음유시인의 몸은 30일 전, 남자와 헤어지기 전의 모습과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몸 여기저기 남은 크고 작은 멍이었다.

 그 멍 위로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핏자국도 보였다. 그것들을 만든 사람.

 그들은 맥더프가 도살자의 사냥개라 부르는 추적자들이었다. 변경 마을에서 맥더프의 행방을 찾았다던 보고를 받고 병사들을 급파한 게 20일 전의 일이다. 그러나 맥더프의 뒤를 쫓던 네 명의 추적자는 모두 숨진 채 발견되었고, 맥더프는 도망친 뒤였다. 맥더프의 이후 행방을 아는 자라 찾은 건 이 음유시인 뿐이었지만, 그 역시 열흘 넘는 심문 동안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이 금화, 그리고 그 노래. 그것에 관해 아는 게 없나?"

 

 음유시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맥더프가 음유시인에게 건네주었던 금화를 음유시인 앞에 일부러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 그러자 여자의 의도대로 그 소리에 놀란 음유시인은 몸을 웅크렸다.

 

"그 금화는 방금도 말씀드렸듯이 노래를 부르는 조건으로 받은 것입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혹은 그 남자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음유시인은 벌벌 떨면서 급하게 대답했지만, 여자는 음유시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음유시인의 뒤에 서있던 남자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남자가 다가와 음유시인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모릅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발!"

 

 음유시인은 비명을 지르듯 외쳤지만, 남자는 음유시인의 팔을 등 뒤로 비틀어 잡은 뒤 음유시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울 뿐이었다.

 

"한 가지 알려주지. 네가 소중하게 쥐고 있던 이 동전. 이건 금화가 아냐. 황동으로 만든 가짜지. 너무 조잡해서 청동보다도 가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는 겁에 질린 음유시인에게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그에 음유시인은 지금까지 겁에 질려 몸부림 치던 것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그 순간, 음유시인은 복부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숨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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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막 티저 동영상을 토대로 생각한 결과물로, 제국에게 털린 왕국의 유일한 생존자인 왕자와 그를 도와 왕국 재건을 꿈꾸는 주인공. 같은 분위긴가?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공식 자료는 구경할 수도, 구경할 일도 없는 평범한 유저가 쓰는 팬픽일 뿐입니다.

 

공식 설정은 아는 바 없고, 붉은 사막이 어떻게 진행될 지 전혀 모릅니다.

 

본래는 검은사막 팬픽을 준비하려 했지만, 붉은 사막 티저 영상이 인상 깊어 그걸 토대로 시작합니다.

 

이전에 준비했던 검은사막 팬픽은 다음 서비스의 불만 때문에 날려버려 어차피 재준비 해야 하는 거 쓰고 싶은 글 쓰자 싶어 이쪽으로 전향한 겁니다.

 

음유시인의 등장은 이걸로 끝입니다. 더 등장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