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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붉은사막 팬픽 4
2020.09.09 01:34
784 0
최근 수정 일시 : 2020.12.13 18:02

샘닐 강을 따라 내려온 배가 선착장에 멈춰서자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배에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남쪽의 마을에서 북쪽 도시로 일을 하기 위해 강을 건넌 이들의 출근 행렬이었다. 그런 그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배에서 내린 크롤드 역시 배에서 내리자마자 장사 준비가 한창인 골목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처음 골목에 들어섰을 땐, 십 수 명이었던 것이 건물의 입구가 나올 때마다 한 명씩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한 명씩 줄어들기 시작하는 동안 골목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리고 골목의 끝, 경칩이 빠진 듯 살짝 기울어진 나무문 앞에 크롤드가 도착했을 땐,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보는 눈에는 골목 그 어디에서도 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퍽! 퍽! 끼이이익!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일까. 경칩이 빠져 뻑뻑한 듯 잘 열리지 않는 문을 억지로 발로 차 여는 순간 들린 소리에 크롤드는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고, 어깨를 세우며 몸서리쳤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문이 열리자 안을 밝히는 아침 햇살과 촛불, 그리고 벽난로의 붉은 따스함이 크롤드를 반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음.”

 

열린 문으로 조심스레 들어가자 1층 로비를 청소하던 중이었는지 대걸레를 손에 든 채로 문을 쳐다보던 여관 주인이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2층을 가리켰다. 그러며 그가 한 말이라곤 음. 이라며 가래를 긁는 소리뿐이었다. 푸짐한 체격의 여관 주인이 가리킨 2층을 올려다본 크롤드는 이내 고개를 살짝 숙여 꾸벅 인사하고는 곧바로 계단을 밟고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삐거억!

문 만큼이나 시끄러운 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그 소리에 크롤드는 서둘러 발을 떼고 여관 주인을 돌아봤지만, 여관 주인은 당연하다는 듯 소리에는 신경 쓰지도 않고 들고 있던 대걸레로 다시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을 여관 같은데, 저렇게 청소할 필요가 있을까? 크롤드는 청소 이전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왜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푸짐한 여관 주인의 뒷모습을 쳐다보고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재차 삐걱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지만, 이제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똑똑똑.

 

“들어와.”

 

2층을 올라가자 문이 열려 있는 객실이 보였다. 아침의 햇살을 잔뜩 받아들여 복도를 비추는 객실들 사이로 유일하게 문이 닫혀 있는 객실이 있었다. 마치 그 방으로 크롤드를 유도하는 것만 같았다. 소리도 그렇고, 여관 주인의 태도도 그렇고, 유일하게 문이 닫힌 객실도 그렇고, 모든 게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을 삼킨 크롤드는 그 객실을 향해 걸어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 모임을 주최한 앨리라는 이름의 여자였다. 문도 그렇고 계단도 그렇고, 왜 하필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한 건지 따지고 싶단 마음으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따다닥!

문고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세게 돌리지도 않았음에도 부서지는 소리에 놀란 크롤드가 황급히 손을 떼자 문이 고정을 잃은 듯 힘없이 밀려나며 열렸다.

 

“잡아! 잡아!”

 

쿵!

다급한 앨리의 외침에 문 옆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와 손을 뻗었지만, 마치 바람에 빨려가는 것처럼 가속도가 붙으며 열린 문은 그 손을 피해 있는 힘껏 벽에 부딪혔다. 문을 잡으러 튀어나왔던 알렉스는 그 소리에 절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아!” 한숨을 내뱉었다.

 

“아, 못 잡았네.”

“들어와.”

“어서 와.”

“늦었네.”

 

잡지 못했다며 한탄하는 알렉스의 너머로 웃으며 반기는 붉은 머리의 앨리와 단검의 끝을 탁자에 대고 탁자를 파버리려는 듯 빙글빙글 잡아 돌리는 피터, 그리고 공작의 꽁지깃으로 장식된 챙이 큰 모자를 쓴 카산드라까지 크롤드의 방문을 반기고 있었다.

 

“내가 늦은 거냐?”

 

좌절한 알렉스를 떠밀며 방 안으로 들어간 크롤드는 다시 문을 닫으며 카산드라의 말에 대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억으론 오늘 아침까지 이곳에서 만나자는 게 약속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아침 첫 배로 샘닐 강을 건너온 것인데, 늦었다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난 어제저녁에, 피터랑 앨리는 어제 오후에 도착했으니 네가 꼴찌지.”

 

와, 뭐, 이런 것들이 다 있냐?

 

“오늘 만나기로 한 거지?”

“그래, 맞아.”

 

카산드라가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을 짓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제야 이해가 됬다.

 

“너네는 할 일도 없어?”

“그럴 리가. 네가 늦장 부린 거지.”

“하.”

 

하, 그래, 내가 졌다.

 

“그래, 알았어. 아침 식사는 내가 내지.”

“좋았어!”

 

꼴찌의 운명에 순응하기로 한 크롤드가 품속에서 작지만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자 앨리가 주먹을 높게 들며 만세를 불렀다.

 

 

 

아침은 뻔하다.

아무리 잘 먹어 봐야 허여멀건 한 귀리 죽에 달걀부침이고, 거기에 검고 딱딱한 호밀 빵 하나 더 올라오는 게 전부다. 일반 평민의 가정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먹는 아침이었다. 이는 여관이라 해서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잘게 찢은 호밀 빵을 허여멀건 한 귀리 죽에 넣고 나무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떠먹으며 달걀부침을 입속에 욱여넣은 크롤드는 귀족인 양 품위를 갖추려는 듯 우아한 손짓으로 귀리 죽을 떠먹는 앨리를 보곤 푸훕!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짜! 더럽게!”

 

허여멀건 한 귀리 죽에 조금 풀어지고, 입속에서 한 번 더 풀어져 눅눅해진 호밀 빵 덩어리가 튀어나와 탁자 위 지도에 철썩하고 떨어지자 오늘 모인 이유에 관해 설명하던 앨리는 짜증을 내며 크롤드를 노려봤다. 의도하지 않게 실수한 크롤드가 미안한 듯 눈썹의 양쪽을 아래로 내리며 입술을 삐쭉거리며 지도에 떨어진 푹 젖은 빵조각을 집어 들어 입에 집어넣고는 지도를 쓱쓱 문질러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앨리는 지도 위의 한 곳. 듀체 계곡이라 쓰인 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내일 오후에 세금을 실은 마차가 이곳 듀체 계곡을 지나 제국 수도로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듀체 계곡에서 그 마차를 털자는 거야?”

 

질문을 한 건 단검술과 궁술이 뛰어난 피터였다. 언제 다 먹었는지 빈 그릇을 앞에 두고 단검을 꺼내 위로 던졌다 다시 받기를 반복하며 묻는 피터의 모습에선 차분함이라는 걸 찾아보려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피터를 향해 재차 미간을 구긴 앨리는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어갔다.

듀체 계곡은 모든 계곡이 그러하듯 길은 외길 하나에 바로 옆에 듀체 강이 흐르는 지형을 하고 있었다. 길이 좁고 높은 절벽에 둘러싸인 지형이라 작정하고 함정을 파면 세금을 싣고 가는 마차를 포위해 털 수 있는 지역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 사실을 제국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듀체 계곡에는 계곡의 양쪽 끝에 성문을 세우고 군을 주둔해놓았다. 만일 계곡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계곡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수단이 있는 것이다.

 

“아니, 듀체 계곡은 너무 위험하니까 우리는 듀체 계곡에 들어가기 전 이곳 몰드 숲에서 할 거야.”

“몰드 숲? 안개 낀 거기?”

“응, 그래 맞아.”

 

카산드라는 마지막으로 그릇을 든 채로 호밀 죽을 긁어 마셔버린 뒤, 탁자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물었고, 카산드라의 질문에 앨리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그만하고 말 좀 하자는 표정이었다. 갈고리처럼 구부린 검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탁자를 두들겼다.

몰드 숲은 최고 높은 봉우리가 1,614m에 넓이가 2,000㎢의 높고 넓으며 깊고 어두운 프레텐 산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숲으로 숲의 남쪽엔 케스트 해와 연결된 위대한 절벽이 있어 절벽을 타고 올라오는 짙은 안개 때문에 안개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잠깐만.”

“왜?”

 

말이 계속 끊어지는 게 짜증 난다는 듯 말을 끊고 들어오는 크롤드를 쳐다보는 앨리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언제까지 질문을 계속 받기만 해야 하는 건지 되려 묻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크롤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번 수송 때마다 바뀌는 노선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궁금한 건 세금 마차를 털자고 한 게 맞는지 묻는 게 더 중요했다.

 

“세금 마차를 털자고 했지?”

“응, 맞아.”

 

앨리는 크롤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듯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금 마차가 몇 대인데? 한 대?”

“아니, 다섯 대.”

“다섯? 다섯?”

 

마차가 다섯 대라는 말에 크롤드는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표정으로 재차 되물었다. 그런 크롤드의 표정은 경악과 불신, 그리고 부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알렉스, 피터, 카산드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롤드가 도착하면 알려주겠다며 기대하라는 말만 들었기에 그들 역시 세금 마차를 털 것이라는 계획도, 그 마차가 다섯 대나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금 마차의 호위는 보통 기사들이 맡아서 하게 되어 있다. 세금 마차 한 대당 열 명의 기사와 마부 한 명이 편성되는 게 기본이다. 즉, 다시 말해서 다섯 대의 세금 마차라면 호위 기사만 최소 50명이란 뜻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자들이라 해도 최정예라 할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50명의 기사를 상대로 세금 마차를 약탈한다는 건 자살 행위였다.

 

“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마차가 다섯 대면 호위는 50명이 넘는단 거잖아!”

“아, 진짜. 말 많네. 야, 설마 내가 기사 50명을 상대하자고 하겠냐? 우리가 상대할 건 다섯 명뿐이야. 뭔 겁이 그렇게 많아서.”

 

분위기가 안 좋아짐을 깨달은 앨리가 일부러 목소리를 키웠지만, 그동안 말없이 잠자코 있던 알렉스마저 언성을 높이며 따져 묻기 시작했다. 큰 건이 있다기에 믿고 왔는데, 이건 큰 건이 아니라 그냥 다 같이 죽자는 소리밖엔 안 되는 짓이었다. 그 점을 따져 묻기 시작하자 앨리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탁자를 손바닥으로 탁탁 거칠게 내리쳤다.

 

“뭔 소리야? 다섯 명뿐이라니?”

“우리 말고도 더 올 거다. 이거지.”

“더 온다고? 누가?”

“일단 들쥐? 그리고 두더지도 올 수 있고, 뭐, 누가 올 건진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많이 올 거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작전에 참여할 이들이 더 많음을 어필했던 앨리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카산드라의 질문엔 목소리가 한없이 작아지며 대답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이번 일을 알렸지만, 그들이 올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애초에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들이 세금 마차를 노릴 만한 달콤한 미끼를 던졌을 뿐이다.

그렇게 소문을 흘린 지 열흘 만에 들쥐라 불리는 용의 송곳니와 두더지라 불리는 강철의 늑대가 갑자기 큰 건을 준비하기 위해 활동을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이번 약탈에 참여할지 하지 않을지도 알 수 없지만, 큰 건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확신할 수 없기에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엔 없는 것이다.

 

“들쥐? 두더지?”

“그들이 왜?”

 

들쥐나 두더지. 두 세력 모두 프레텐 산과 몰드 숲 인근에서 활동하는 산적과 도적으로 그 세력은 제법 큰 편이었으며, 동시에 기사들과 싸워서 이길 만큼 실력이 좋은 집단이라는 소문이 도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이번 작전에 끌어 들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반대로 먹을 게 없어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아, 진짜. 천천히 설명해 줄게. 이대로 밤샐래? 아니면 다 듣고 나서 할래? 응?”

 

클라드와 피터의 질문 공세에 앨리는 다시 한번 탁자를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그제야 더는 말을 끊지 않겠다는 듯 네 명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그러는 그들을 차례차례 훑어보던 앨리는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기사들과 들쥐가 싸우는 사이에 우리는 마부들을 쓱싹 하고 마차를 몰고 튀는 거지. 목적지는 이곳.”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나 건져 먹자. 라는 게 앨리가 세운 작전의 내용이었다. 너무나 쉽게 말하는 앨리의 말처럼 잘 될지 알 수 없는 작전이었지만, 그냥 듣기엔 그럴싸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 최종 목적지가 절벽이라는 말에는 잠자코 있으려던 입술과 손을 다시 움직일 수밖엔 없었다.

 

“절벽은!”

“내가 설마 절벽으로 뛰어내리라 하겠냐? 아니, 뛰어내리긴 해야 하네.”

 

클라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손을 펼쳐 클라드를 향해 밀쳐내는 시늉을 했다. 그러다 문뜩 자신의 말에 어폐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말을 멈췄다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뛰어내리긴 해야 했지만, 클라드가 걱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뛰어내려야 했다.

 

“뭐?”

“해안가에 배를 세워둘 거야. 그 배에는 이미 밧줄을 연결해 놓은 상태고. 우리는 그 배를 타고 탈출하기만 하면 돼. 자, 어때? 쉽지?”

 

쉽지? 는 개뿔.

밧줄에 의지해 파도에 흔들리는 배를 향해 뛰어내린다는 건 제정신이라면 생각하지 않을 방법이다. 배가 사람보다 가벼울 리 없으니 그리 크게 흔들릴 일은 없겠지만, 행여나 높은 파도나 바람, 혹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해안가로 끌려 오는 경우를 생각해야 하며, 반대로 바람이나 파도에 휩쓸려 배가 바다 쪽으로 떠밀려 가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엔 밧줄이 느슨해져 바다에 떨어질 위험이 발생하고, 후자의 경우엔 반대로 밧줄이 끊어져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 몰라. 몰라. 계획은 그렇게 됐으니까. 하기 싫음. 빠져.”

 

클라드의 질문에 앨리는 그제야 그런 문제점을 생각했다는 듯 한참을 지도를 쳐다보며 말이 없었지만, 이내 손을 급하게 내저으며 짜증을 냈다. 그러며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걸 막고 싶었던 건지 차례대로 카산드라, 알렉스, 피터를 빠르게 훑어보더니 그들의 표정 역시 안 좋은 걸 확인한 뒤에는 도리어 역정을 내며 빠지라 외쳤다.

언뜻 보기엔 나쁘지 않은 작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작전이 앨리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제국의 기사들을 제대로 물 먹이고 세금 마차를 훔친 위대한 도둑으로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들쥐나 두더지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 마차를 빼앗을 때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배에 뛰어 내릴 때 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너무나 많은 작전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앨리의 말처럼 굉장한 한 건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누가 하기 싫다고 했냐!”

“그럼, 할거지?”

“젠장, 그래. 알았어.”

 

클라드는 구시렁거리다 큰 소리로 앨리의 질문에 대꾸하자 앨리는 다른 이들을 돌아봤다. 너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카산드라는 뭘 그런 걸 묻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피터는 가지고 놀던 단검을 칼집에 꽂아 넣으며 씩 웃었다. 마지막으로 알렉스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왼손을 들었다.

 

“그런데 케서스 성에서 지원 오는 건 생각 안 해?”

 

세금 마차가 영지를 통과할 때면 영지의 주인은 그 세금 마차를 맞이하기 위해 영지의 경계선까지 군을 보내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법적으로는 그러한 법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법을 지키는 영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금 마차 하나 터는 게 그저 마차를 습격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수송 마차가 달리는 길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마부들도 모르고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세금 마차를 털겠다 나서는 자들이 거의 없었으니 법이 뭐라 하든 지키는 영주는 없었다.

 

“케서스 성? 걱정하지 마. 거긴 오고 싶어도 못 와. 100주년 행사해야 하니까.”

“그래도 영지 내에서 도적이. 그것도 세금 마차를 탈취했다면 영주가 그 책임을 지게 될 텐데?”

“그래도 안 와. 걱정하지 마. 어차피 못 올 테니까.”

 

그러나 앨리는 그런 관행이 아닌 달리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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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 팬픽을 쓰다 보니 궁금해진 게, 맥더프는 더프 맥주의 애너그램인가요?

발음하면 발음할수록 심슨의 더프 맥주가 떠오르는 게, 딱 이거다 싶어서요.

 

검은사막 팬픽은 시작과 동시에 접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행세계라는 건 선을 너무 넘은 것 같아서요.

추후 다시 쓰게 된다면 발렌시아 쪽으로 신캐릭터 하나 만들어서 사막을 횡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볼 예정입니다.

칼페온과 발렌시아 간의 국가 관계 묘사도 가능할 것 같고 해서요.

기존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고, 하사신에 이어 발렌시아 쪽 이야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써볼까 합니다.

 

4편부턴 분위기가 급반전하게 되었는 데, 그 이유가 이번 화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붉은사막은 언제쯤 정보가 공개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