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맥더프는 말고삐를 쥐고 있던 손을 본능적으로 놓으며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올트 곰의 가죽으로 만든 두꺼운 옷이었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냉기가 바지를 뚫고 들어오는 착각이 느껴졌다. 맥더프는 고개를 돌려 고삐를 놓은 말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고삐를 놓는 순간 멈춰선 말이 괜찮냐고 묻듯이 머리를 숙이고 맥더프의 얼굴에 콧잔등을 비볐다.
그러자 뜨거운 콧김이 얼굴 전체로 빠르게 번져 나간다. 그 느낌에 맥더프는 바닥을 짚었던 손을 들어 툭툭 맞부딪혀 털어내고는 말의 두껍고 단단한 얼굴 근육을 가볍게 툭툭 두들겼다. 말이 다시 한번 머리를 흔들어 맥더프의 뺨에 얼굴을 부딪치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고 비탈길 아래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에 맥더프가 비틀거리며 서둘러 일어나더니 서둘러 말 뒤로 돌아가 안장에 매달아 놓은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런 산속에서 추적자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지나가게 된 추적자와 만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때 비탈길 아래 돌 틈 사이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엘프만큼이나 마른 체격에 드워프만큼이나 작은 키에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의 노인이었다. 허리에는 약초를 담은 망태기가 묶여 있었고, 손에는 호미 한 자루와 흙이 잔뜩 묻은 설령초 하나를 쥐고 있는 그. 노인.
“괜찮소? 심하게 넘어지는. 어! 자네!”
괜찮냐 안부를 묻는 그 노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맥더프는 맥이 빠진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고 있던 칼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스릉! 칼이 칼집으로 다시 미끄러져 들어가는 가벼운 쇳소리를 들으며 맥더프는 긴장 때문에 한층 더 주름진 얼굴이 조금 더 일그러질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촌장님.”
“그래. 오랜만이야. 몇 년 만인가? 한 1년?”
“1년 7개월 만입니다.”
“그래, 그래.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군. 어디 배라도 타다 온 건가?”
미끄러운 얼음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빠른 걸음으로 올라온 촌장은 자신의 키보다 배는 더 커다란 맥더프를 향해 흙 묻은 손을 내밀더니 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낀 맥더프의 손을 붙잡았다. 맥더프는 차갑게 느껴지는. 실제로도 차가울 촌장의 손을 양손으로 포개 잡으며 대답했다.
배를 타다 왔냐는 질문에는 왠지 모를 미안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촌장은 맥더프가 누군지, 마을에 머무는 그 귀족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알려주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을 사람 누구나 그러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거리를 뒀을 뿐이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조심하고 있지만, 언제 추적자의 눈이 닿을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마을은 불타 없어질 것이다. 그때까진 이용할 생각이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한 것을 미안해하기 일쑤였다.
“네, 마을에는 별일 없으십니까?”
“이런 시골에 별일이 뭐가 있겠나. 자네 손님으로 온 그 아이가 좀 시끄러워 그렇지.”
“무슨 일 있습니까?”
“설정초라도 끓여 주면 어떨까? 해서 나와본 거라네. 우리야 먹는 게 거기서 거기니까.”
겨울의 산이라는 건 고달프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겨우 내 먹을 음식을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넉넉하다 느낀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당연히 고기 같은 걸 먹는 날보다 허연 죽을 끓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여름이 시작되어도 녹지 않는 만년설이 유일한 자랑거리인 이곳에서 부족함 없이 남아도는 건 눈뿐이니까. 음식량을 불릴 물 만큼은 과하다 할 만큼 남아돌았다.
눈의 정수를 담은 풀이라는 뜻의 설정초는 그런 눈 만큼이나 이곳 로이아델 산맥에서 가장 흔하게 자라는 약초이며 동시에 잡초였다. 쌓여있는 눈 아래에서 자라는 이 잡초는 뿌리를 빻아 수프로 끓여 먹는다.
“설정초 수프를 좋아할까요?”
“글쎄,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나?”
쓴맛만 나는 뿌리를 끓인 수프를 입맛 까다로운 왕자가 좋아할까? 그것을 물은 것이라는 건 촌장 역시 알고 있다는 듯 반쯤 파낸 설정초를 다시 캐내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촌장의 얼굴엔 그 나름의 긴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그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뭘. 자네들이 우리 마을을 위해 해준 것에 고맙단 인사라 생각하게.”
무의식적이었다.
굳어버린 촌장의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러나 촌장은 고맙다 인사하는 맥더프를 향해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맥더프의 눈앞에서 흔들리던 눈을 헤치느라 새빨갛게 변한 주름진 손이 다시 눈밭을 헤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맥더프 역시 촌장의 옆에 앉아 눈을 헤치기 시작했다.
그 역시 촌장을 도와 설정초를 찾기 위해서였다.
말을 탄 다섯 명의 남녀가 몰드 숲 앞에 멈춰선 건 남쪽에 머물렀던 태양이 서쪽으로 살짝 기울었을 때였다. 앞장서서 말을 모는 여자의 뒤를 쫓아 몰드 숲까지 달려온 그들은 숲의 초입. 여자가 미리 봐둔 덤불 속에 말을 숨긴 뒤에 마치 예행 연습하듯 줄을 서서 숲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출구가 어딘지, 말을 세워놓은 곳이 어딘지 모를 만큼 숲속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간 다섯 남녀가 멈춰선 곳에는 숲을 관통하는 널찍한 공터가 있었다.
“야, 앨리. 여기냐?”
“응, 맞아.”
숲을 가로질러 뛰었음에도 힘들어하는 기색 하나 없는 클라드가 달리기를 멈추고 돌아서는 앨리를 향해 장소가 맞는지 물었고, 앨리 역시 힘들어하는 기색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치 이런 달리기가 익숙하다는 듯 앨리와 클라드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이들의 얼굴 역시 힘든 기색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눈빛이 주점에서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날카롭게 바뀌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마차 다섯 대에, 대략 100명쯤?”
“자리는 괜찮네.”
“몸을 숨길 곳은?”
“저긴 어때?”
알렉스와 피터, 카산드라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이곳에서 벌어질 일을 마치 미리 보고 있다는 듯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익숙함을 넘어 마치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 대화와 행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런 그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앨리가 입을 열었다.
“괜찮지?”
“응, 괜찮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카산드라와는 달리 알렉스는 궁금한 게 있단 표정으로 앨리를 쳐다봤다.
“장비는?”
“저기 있어.”
앨리는 뭘 그런 걸 묻냐는 표정으로 알렉스를 쳐다보다 손으로 숲의 한 곳을 가리켰다. 앨리의 손이 향한 곳에는 언뜻 보기엔 평범한 덤불일 뿐이지만, 의심이 들 만큼 인위적인 느낌이 강한 덤불이 한가득 자라나 있었다. 그 덤불을 지그시 쳐다보던 피터가 갑자기 코웃음을 쳤고, 뒤늦게 덤불의 정체를 알아낸 클라드는 그 덤불을 확인하겠다는 듯 잰걸음으로 덤불을 향해 다가갔다.
“품질은 좋은 거야?”
“고급이다. 이 자식아.”
“잘했다. 이 자식아.”
그 덤불 속에 숨겨진 칼과 방패, 권총, 석궁 등 다양한 무기를 확인한 클라드는 뒤쫓아 천천히 걸어오는 앨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런 질문이 불쾌하다는 듯 앨리가 욕지기를 섞어 말했고, 그에 클라드 역시 욕지기를 섞으며 대꾸했다. 서로를 향해 욕지기를 내뱉었음에도 둘의 표정에는 불쾌함이라는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어낸 거냐?”
“어디서 얻었을 거 같냐?”
무기를 확인한 클라드는 그제야 이런 정보들의 출처를 떠올렸다. 이미 함께하기로 한 이상 발을 뺄 순 없지만, 정보의 출처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클라드의 질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앨리는 되물었다. 어디서 얻었을 것 같냐? 그렇게 되물어오는 앨리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클라드는 저도 모르게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겠지.”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제국의 세금 수송 마차를 습격한다는 작전. 준비된 무기. 이것만 봐도 그 출처가 어딘지 궁금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을 깨달은 클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덤불 속에 숨겨놓은 무기들을 내려다봤다.
이사벨라 던컨은 거울을 통해 시녀의 분주한 손으로 갈아 입혀지는 제복의 매무새를 확인했다. 단추가 다 채워지고 마지막으로 어깨 위를 장식한 금색 실을 빗질하듯 손가락 사이마다 끼어 가볍게 긁어내는 시녀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부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준비는 끝났느냐?”
이사벨라는 들어온 집사를 돌아보며 명령한 것을 얼마나 수행했는지 물었고, 그에 부관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이사벨라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명령하신 대로 날쌘 자들로 13명을 준비시켰습니다.”
이사벨라가 명령한 것은 로이아델 산맥 인근 출신으로 그 지역의 지리를 잘 아는 자들을 10명 정도 뽑아 오라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은 임무. 그렇기에 부관은 명령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었다. 이사벨라는 명령했던 것보다 세 명을 더 선발한 부관을 지그시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연락은 보냈느냐?”
“네, 그쪽에 파견된 요원들에게도 연락을 보냈습니다. 늦어도 오늘 저녁이면 받아볼 것입니다.”
“그래, 알겠다. 너도 서둘러라. 같이 가자.”
“네, 팀장님.”
이사벨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관은 다시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칼을 가져와라.”
“여깄습니다.”
부관이 나가자 이사벨라는 옷을 다 입히고 한발 물러선 시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시녀를 쳐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시녀는 몸을 살짝 돌려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시녀가 이사벨라에게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은색의 기다란 쟁반 위에 장검 한 자루와 단검 한 자루를 담아 들고 있던 시녀가 이사벨라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 쟁반을 높게 들어 올렸다.
날개를 펼친 독수리가 음각으로 새겨진 칼집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이사벨라의 얼굴은 긴장한 듯 굳어져 있었다.
퍽! 와장창!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둔탁한 물체가 빠르게 날아와 문틀에 격렬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물이 얼굴을 덮쳐들었지만, 그것을 본 순간 급하게 뒤로 물러난 덕분에 다행히 그 물을 뒤집어쓰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암살을 목적으로 던진 거였다면. 이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흙바닥을 한 바퀴 구르다 엎어진 나무 그릇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뜨거운 수프를 담고 있었지만, 지금은 맹물에 가까운 수프를 바닥에 흩뿌린 채로 엎어져 있는 나무 그릇은 대체 몇 번을 집어 던진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여기저기 금이 생긴 게 보였다.
‘그릇으로 다시는 못 쓰겠네.’
맥더프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한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활엽수에 비해선 부드러울 뿐, 그래도 만년설로 둘러싸인 이 마을 주위에서 자라는 전나무를 깎아 만든 그릇이기에 몇 번 던졌다고 해서 저렇게 금이 생길 만큼 약하진 않았다. 그런 걸 저렇게 부술 정도로 던졌으니.
“왔는가?”
시종장이 문을 반쯤 연 채로 그릇을 내려다보고 있는 맥더프를 발견하고는 한숨을 내뱉듯 말했다. 피곤함이 가득한 시종장의 목소리는 추우니 어서 들어오라는 소리로 들렸다. 맥더프는 다래덤불을 몇 가닥 꼬아 둥글게 만든 설피를 가죽 신발에서 분리한 뒤 가죽 신발 밑창을 퍽퍽! 두들겨 신발에 얼어붙은 눈을 털어냈다.
“저하께 인사 올립니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눈은 마치 신발과 한 몸이라는 것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지만, 신발을 뚫고 통증이 발에 전해질 정도로 세게 두들기자 더는 버티지 못한 눈이 툭! 툭! 문 앞에 쌓인 눈 위로 떨어졌다. 두 신발에 붙은 얼음을 모두 털어낸 맥더프는 그제야 설피를 문 옆에 기대어 세워놓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가 훅! 하며 덮쳐들었다. 마치 한여름의 열기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그 열기를 애써 무시하며 전나무를 깎아 만든 식탁 앞으로 걸어가 그 앞에 엎드렸다.
맥더프가 머리를 조아린 그곳.
그곳에는 짧게 잘랐기 때문에 더 구불거리는 금발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앉아 있었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앳된 소년의 얼굴에는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이곳저곳 일그러져 있었다.
“이런 곳에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 거냐!”
왕자는 맥더프의 인사에 칼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작은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첫 인사말부터 격한 반응이다. 나름 위엄있는 태도라 생각한 건지 내려보는 눈빛까지 완벽하게 이어졌다.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왕자의 뒤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선 시종장을 쳐다봤지만, 시종장은 맥더프의 눈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귀찮게 하지 말란 것이다.
‘젠장.’
왕자를 상대하는 건 지쳤으니 알아서 하란 그 태도에 맥더프는 저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을 뻔했다. 왕자의 앞이 아니었다면 욕지기를 내뱉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시종장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단 걸 확인한 맥더프는 왕자를 향해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무슨 대답을 해야 왕자가 만족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답이 쉽게 나올 것 같으면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마을 아래로 모시겠습니다.”
“봄? 눈밖엔 없는 이딴 곳에 봄이 온단 말이냐?”
맥더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자가 빈정거렸다.
날카롭게 치켜뜬 눈, 식탁을 격하게 두드리는 손, 식탁 밑에서 쉼 없이 흔들리는 다리까지.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아쉽다는 듯 왕자의 전신은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맥더프는 그런 왕자를 보며 한숨을 삼켰다. 그 순간, 퍽! 무언가 격하게 부딪히더니 퍼퍼퍽! 바닥 위를 나뒹구는 나무 그릇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그 소리의 흔적을 쫓아가자 식탁 위의 그릇들이 바닥에 내용물을 쏟은 뒤 뒹굴고 있었다.
“썩 꺼져! 내 눈에 띄지 마!”
왕자의 역정이 귀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러나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되었다. 오히려 좋았다. 오히려 기뻤다. 왕자 앞에 엎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왕자의 앞에 엎드리는 것 자체가 싫었던 맥더프는 집에서 나갈 것을 허락받았다는 게 좋았다. 허락? 그저 쫓아내는 것일 뿐이었지만, 허락이라는 것이 된 것이다.
맥더프는 왕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려 인사한 뒤 일어났다.
“후.”
맹렬한 추위가 모자를 벗은 얼굴부터 덮쳐들었다. 겨우 풀어졌던 얼굴 근육이 다시 급격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덮고 있던 검은 수염도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였다.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폐가 얼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왕자가 머무는 방 안이 얼마나 더웠는지 새삼 깨달았다.
“춥다.”
겨울의 산은 춥다. 그리고 사는 게 버겁다. 괴롭다.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마을의 모든 이들이 그러했듯 자신도 용병이 되었다. 용병이 되어 이 마을을 떠나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왕국이 멸망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왕자라는 혹을 붙이고 마을로 돌아왔다. 춥다. 피곤하다.
“하아.”
“어! 맥더프?”
밖으로 나오자 약 2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는 마을이 보였다. 두꺼운 가죽옷을 입은 주민들은 곧 시작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장작을 준비하고, 사냥한 동물을 도축해 말리는 모습들. 그 일에 아이도 어른도 없었다. 누군가가 해준다는 건 겨울 산에선 사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들은 마치 눈에 싸여 시간마저 얼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맥더프는 폐 속으로 밀려 들어온 찬바람을 가슴 밖으로 밀어내듯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때 마을 입구 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맥더프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두꺼운 털가죽으로 온몸을 덮은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두꺼운 털모자로 머리부터 얼굴까지 얼굴 전체를 덮었고, 목을 높게 세운 상의는 엉덩이를 덮었고, 발목까지 덮는 바지는 외부의 냉기와 내부의 냉기를 가로막기 충분했다.
문제는 몸 전체를 뒤덮은 만큼 자신을 부른 게 누군지 알 수 없단 것이었다.
“이야, 오랜만이네!”
맥더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듯 주저하자 여자가 오랜만이라 외치며 모자를 벗었다. 갈색의 털로 된 모자 아래로 검은 머리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쏟아지는 검은 머리를 본 순간, 추위에 일그러진 맥더프의 얼굴 근육이 밝게 펴졌다.
“엘리자벳!”
모자를 벗고 환하게 웃는 그 여자는 맥더프와 함께 용병 일을 했던 엘리자벳 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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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의 작품이긴 하나 계속 쓴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최대한 도배를 피하려 느긋하게 연재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눈치는 보입니다.
솔직히 왜 쓰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처음엔 영상에 필 받아서 앞뒤 생각 없이 쓰기 시작했는데, 일수가 늘어나니 회의적이 되어갑니다.
삭제당하지 않기에 펄어비스와 검은사막 측에서 암묵적으로 허락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계속 쓰고 있지만,
원작과의 접점이라곤 맥더프라는 이름 뿐인 조악한 글을 회사와 무관한 유저가 계속 쓰는 것도 글을 쓰고 있는 제가 봐도 이상하고요.
애초에 평가가 없으니 이게 재밌는 건지, 아니면 그냥 쓰레기 만도 못한 글인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모르겠습니다. 뭐, 될대로 되겠죠. 제제 받으면 주저 없이 접어야죠. 꼭 써야 하는 글도 아니니.
다음 화 부터는 마차 강탈, 무기 밀매 등 자작한 내용과 이번에 공개된 영상과 예전에 공개된 영상을 섞은 장면들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뭐, 대충 왕자가 제국군에 체포되어 끌려가고 맥더프가 왕자를 구출하기 위해 용을 잡아 타고 가는 걸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제가 창작한 마차 강탈 사건과 무기 밀매 사건이 얽히는 걸로 구상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