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리마스터

잠시 후 검은사막이 시작됩니다.

게임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게임 시작을 위해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이미 설치가 되어 있다면 곧 게임이 실행됩니다.
자동으로 런처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설치되어있는 런처를 직접 실행해 주세요.

설치 가이드

1 다운로드한 BlackDesert_Installer_KR.exe를 실행하여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2 설치가 완료되면 게임을 시작해 주세요.

커뮤니티

팬 아트
붉은사막 팬픽 7
2021.02.03 12:15
774 0
최근 수정 일시 : 2021.02.04 16:03

 제국의 남쪽. 에디스 해의 중간에 자리한 한 개의 본섬과 3개의 부속 섬으로 된 오푸스 군도는 본래 풍랑을 만난 어부나 모험가들이 풍랑을 피해 잠시 쉬었다 갈 뿐인 소수의 원주민만 거주하는 작은 섬이었지만, 에디스 해의 남쪽에서 성장한 아자르 왕국과의 무역을 시작하며 지금의 해상 무역의 중심 거점으로 성장한 섬이다.

 등불이라는 뜻의 오푸스라 불리게 된 이유도 낮에는 수없이 드나드는 선박들에서 쏟아져나오는 진귀한 물자들이 펼쳐지는 항구와 시장이 최고의 볼거리이며, 밤이 되면 술과 향락에 젖은 쾌락의 시간이 최고의 놀잇거리인 이 섬의 특성상 낮이나 밤이나 한결같이 환한 빛이 바다를 비추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 대원 대기 완료했습니다.”

 

 40대 초중반쯤 되었을 날렵한 체격의 남자가 옥상에 올라온 건 새벽 2시경이었다. 그는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상체를 살짝 숙인 채 옥상을 가로질러 옥상 끝 난간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옥상 끝의 난간에는 이미 서너 명의 남녀가 옥상에 엎드리거나 앉아 맞은편 건물을 감시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옥상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곧장 달려간 뒤, 망원경으로 맞은편 건물을 주시하던 그 50대 중후반의 남성에게 자신이 가져온 정보를 전달했다.

 

“수고했다.”

 

 그러자 50대 중후반의 남성이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돌아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 남성의 왼쪽 가슴에는 오푸스 섬 모양이 새겨진 방패 모양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오푸스 섬을 지키는 경비대의 상징인 그 배지.

 언제나 밝기에 언제나 어두운 곳은 존재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등 뒤에는 그림자가 비치는 것처럼 말이다. 해군과 더불어 오푸스 섬을 지키는 경비대가 존재하는 이유로, 오늘도 이렇게 그 어둠을 하나라도 더 걷어내기 위해 출동한 참이었다.

 

“왔습니다.”

 

 옆에서 20대 중후반의 젊은 여자의 목소리에 망원경에서 눈을 뗀 남자도, 그 남자에게 보고한 남자도 서둘러 망원경에 눈을 대고 바닥을 살폈다. 맞은편 건물 앞에 멈춰 선 마차에서 불처럼 새빨간 머리의 여성이 내린 뒤, 함께 마차에서 내린 서너 명의 남녀를 이끌고 맞은편 건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머리를 붉게 염색해서 알아보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 거만하고 도도한 고양이 눈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멜라니아 에우레스크.”

 

 50대 중후반의 남성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불처럼 새빨간 머리의 여성을 망원경 너머로 노려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망국의 저주라 불리는 그 여성은 수년 전 이 섬을 포함해 이 인근 해역을 통치했지만, 지금은 멸망한 왕국의 공주였다. 오늘 밤,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첩보를 받아 며칠 전부터 해군과 공조해 입항하는 모든 선박을 조사했지만, 결국 꼬리를 잡을 수 없었는데, 첩보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쳐들어갈까요?”

“어디? 저길? 저기가 어딘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멜라니아 에우레스크가 들어간 곳.

 여신의 등불이라 불리는 그곳은 총독 일가가 관리하는 곳으로 오푸스 섬의 가장 큰 사교 회장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오푸스 섬을 지배하는 총독 일가는 물론이거니와 섬을 대표하는 상단의 대표 등이 모이는 그런 곳이다. 그런 곳에 망국의 저주라 불리는 여자가 들어가는 것도 의문투성이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뚫고 들어갈 수만도 없었다.

 총독이 관리하는 건물이라는 건 다시 말해 제아무리 추적 중인 범죄자라 해도 총독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체포권과 수사권을 쓸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저 사교 회장은 고위직의 관리나 부유한 이들이 죄를 짓고 도망쳐 숨는 곳이기도 했다.

 

“그럼 어찌합니까?”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망국의 저주가 들어가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숙박을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어차피 내일이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장기전을 각오하고 기다리면 해결될 일이다.

 

“장기전 각오해.”

“알겠습니다.”

 

 남자의 명령에 부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똑! 똑똑! 똑! 똑똑똑! 똑!

 

 연주하듯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에 문 바로 옆에 서 있던 건장한 체격의 두 남성이 문을 돌아봤을 땐, 문 중간쯤 난 작은 구멍으로 금 주화 하나가 불쑥 들어오는 게 보였다. 총독 가문의 상징인 섬을 발로 쥐고 날아오르는 바다제비가 새겨진 금화 한 개.

 그것은 이 사교 회장에서 화폐 대신으로 사용되는 금화였다. 또한, 지금 같은 경우엔.

 

“여신의 등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두 명의 문지기가 좌우에서 문을 열어주며 허리를 숙였다.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신분이라는 걸 상징하는 통행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계급도, 신분도, 중요하지 않은 곳. 그곳이 바로 이곳 여신의 등불이었다. 물론 이 금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위 귀족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문이 열리자 붉은 머리의 여성. 멜라니아 에우레스크는 소프라노의 높은 고음이 울리는 실내로 들어섰다. 천천히 한발 한발 들어서는 멜라니아의 발걸음은 망국의 저주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품위가 있었고, 여유로웠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제외한 세 면이 붉은색 커튼이 쳐진 작은 방이 보였다.

 

“일행이 있으십니까?”

 

 두 명의 문지기뿐인 그 방에 들어서자 왼쪽에 서 있던 문지기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최대한 예를 갖춘 자세로 묻자 멜라니아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산비둘기의 새하얀 속 깃털로 장식된 부채를 꺼내 펼쳐 코 밑으로 가리더니 뒤를 따르던 시녀에게 손짓해 시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고, 멜라니아의 말을 들은 시녀는 멜라니아에게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문지기를 향해 돌아서서는 턱을 살짝 들며 입을 열었다.

 

“페오니트를 찾는다고 하신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페오니트를 찾는다는 시녀의 말에 문지기는 안내해주겠다는 말을 한 뒤, 자신의 등 뒤에 세워놓은 작은 탁자에서 오푸스 바다제비가 양각으로 새겨진 종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오푸스 바다제비 특유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종에서 들렸다. 마치 둥지를 찾아온 불청객을 쫓는 것 같은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멜라니아는 입가를 가리고 있던 부채를 들어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였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 시끄러운 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시녀 한 명이 빠르게 다가와 멜레니아의 앞에 허리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더니 손을 펼쳐 사교 회장 안을 가리켰다. 그러자 붉은 커튼이 걷어지며 붉은 주목과 짙은 황금으로 장식된 넓은 실내가 드러났다.

 언뜻 봐도 수백 명은 넘는 사람들이 넓은 공간 여기저기에 앉아 서로 뒤엉켜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며 소프라노의 맑은 노래에 환호를 질렀다. 그 모습은 무엇이 향락인지, 무엇이 쾌락인지 말해주려는 듯 그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 사이마다 바쁘게 오가며 탁자 위의 술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나르고 주문을 받으며 그 손님이란 귀족들이 좀 더 깊은 쾌락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시녀들의 모습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멜라니아는 그런 그들을 지그시 노려보며 자신을 안내하는 시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멜라니아는 자신의 기분이 불쾌한 건 자신이 저곳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아마 자신이 저곳에서 저들과 어울리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과거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질투일지도.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

 

 홀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걸어가자 강철로 만든 커다란 문과 그 앞의 문지기들이 보였다. 길을 안내하던 시녀가 그 앞에 멈춰서자 문지기들은 문을 열어줬고, 그 문 안으로 들어가자 벽돌을 쌓아 만든 기다란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이 모두 방 안으로 들어오자 문지기는 두꺼운 철문을 힘주어 밀어 닫았고, 그러자 음악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작아진 소리를 쫓듯 몸을 멈추며 뒤를 돌아선 멜라니아는 닫혀버린 문을 말없이 쳐다보다 다시 시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시녀를 따라 복도의 끝. 그곳에 도착하자 오푸스 바다제비가 각각 한 마리씩 새겨진 참나무로 만든 두 개의 문이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시녀가 그 문 앞에 서서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똑! 똑똑! 똑! 똑똑똑! 똑! 멜라니아가 여신의 등불에 들어올 때 두드렸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시녀가 문을 두들기자 문이 안으로 열렸고, 시녀는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녀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중년의 남성이 옅은 붉은빛이 감도는 술이 담긴 잔을 든 채로 서 있었고, 멜라니아가 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그 중년의 남성. 페오니트 모크렐은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허리를 숙여 멜라니아를 반겼다. 그러자 멜라니아의 미간이 살짝 주름졌다. 페오니트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며칠 전이었고, 얼굴을 알게 된 건 오늘이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자신은 이제 공주가 아니라 도망자였다. 왕국이 멸망하고 왕궁이 붕괴했을 때, 자신의 인생은 180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자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었다. 며칠 전, 그동안 무기를 제공했던 자라며 페오니트가 초대장과 금 주화를 보내지 않았다면 이렇게 위험한 여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날 아는가?”

“모르길 원하셨습니까?”

 

 페오니트 모크렐은 결례를 범했다는 듯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 멜라니아는 그런 페오니트를 쳐다보지도 않고 눈을 돌려 방 안을 빠르게 훑었고, 그에 멜라니아의 뒤를 쫓아온 부하들이 허리춤에 숨겨놓았던 칼을 급하게 뽑아 들었다.

 

“전 공주님의 적은 아닙니다. 물론, 믿을 만한 아군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내게 뭐라는 거지?”

“동업자입니다.”

"동업자?"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페오니트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멜라니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 태도가 불쾌한 듯 구겨졌던 미간을 조금 더 구기며 되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멜라니아의 상상을 뛰어넘는 말이었다. 동업자. 그 뜻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알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네, 동업자. 전 공주님을 잠재적으로 좋은 동업 관계가 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업자라?”

 

 멜라니아가 의심을 숨기지 않은 표정으로 반문하자 페오니트는 피식 웃었다.

 

“제게 사실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말해봐라.”

 

 사실을 이야기하겠다는 말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멜라니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페오니트를 노려봤다.

 

“공주님을 이곳에 모시면서 해양경비대에 공주님의 방문 사실을 밀고했습니다. 그 때문에 해양경비대는 지금 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죠. 해군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경계를 강화했을 겁니다.”

“협박하는 게냐?”

 

 멜라니아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멜라니아를 둘러싸 호위하며 칼을 앞세웠다.

 해양경비대가 건물을 포위했다는 건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이미 이 섬에 들어오면서 수없이 많이 강화된 검문을 받은 건 사실이다. 초대 황제가 사망하고 새로운 황제가 황위에 오르기 전에 시끄러워진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것이 자신 때문이었단 사실은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거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거래라? 하면?”

“앞으로는 도망 다니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곳을 공주님의 거점으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들고 있던 술잔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 페오니트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어지는 게 보였지만, 다시 멜라니아를 돌아봤을 때 페오니트의 얼굴은 능글맞은 그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다만, 그 대신 저의 요청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말하라.”

“제가 원하는 건 이 작은 섬에서 자유롭게 장사할 권리입니다.”

 

 자유롭게 장사할 권리.

 이미 충분하고 남을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그가 자유롭게 장사할 권리를 원한다면 그것은 하나뿐이다.

 

“총독을 원하는 거냐?”

“그렇게 되겠지요.”

“그것을 나에게 바란다는 것은. 내가. 왕국을. 재건하기. 바란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전하.”

 

 얼음이 언 강을 건너도 이보다 조심할 순 없을 만큼 조심스러운 말투로 단어를 하나씩 천천히 끊어 질문한 탓에 한껏 늘어진 질문은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멜라니아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돌아온 페오니트의 입에서 나온 전하라는 단어로 끝을 맺었다.

 그 말은 마치, 첫사랑의 고백처럼 두근거렸다. 뜨거운 열병처럼 몸 전체에 빠르게 열기를 퍼트렸다.

 

“네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장사꾼은 언제나 위험을 감수하는 법이죠.”

 

 멜라니아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그런 건 별일 아니라는 듯 페오니트는 입술을 삐쭉이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냐?”

“여기 열쇠가 있습니다. 이 열쇠를 가지고 3층으로 가시면 스위트 룸이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여독을 푸시는 건 어떨까요? 그러는 사이.”

 

 페오니트는 말을 멈추며 가볍게 박수를 두 번 쳤고, 그러자 문이 열리며 붉은 머리의 여자가 들어왔다. 멜라니아와 비슷하게 생긴 외형의 젊은 여자였다. 멜라니아와의 차이점이라면 유달리 퉁퉁 부은 눈과 뒤틀리듯 일그러진 입술을 가졌다는 것뿐이다.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각오한 이의 표정이라는 것을 멜라니아는 모를 수 없었다.

 왕국이 무너졌을 때, 자신의 얼굴이 그러했으니까.

 그 여자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은 여자는 이젠 포기한 건지 눈물을 떨구진 않았지만,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리고 있었다. 이런 자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겨도 되는지가 궁금해질 정도로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때, 여자를 돌아보던 멜라니아의 귓가에 페오니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준비한 이 미끼가 온 섬을 누비고 다닐 겁니다.”

 

 철두철미하다. 좋게 말해서 그러했다. 미끼가 되는 여자를 돌아봤다. 만에 하나 자신을 대신해 체포된다면 죽을 수도 있다. 아니, 죽는다. 물론 신경 쓸 이유나 필요는 없다. 미끼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저 이 손을 잡는 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다는 게 중요했다. 무엇이 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확답을 내릴 수 없다.

 

“아니면, 제가 믿을 수 없으시다면 다른 선택을 하실 수도 있겠죠. 이대로 돌아 나가신 다음. 음.”

 

 멜라니아가 말이 없자 나가는 순간 어찌 될지 알고 있겠지? 라는 표정으로 페오니트는 말을 이어갔다. 페오니트의 마음이 보기보단 급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페오니트는 멜라니아가 이 건물에 지내길 바라고 있었다. 오히려 칼자루를 쥔 게 자신이 아닐까? 멜라니아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고민에 빠졌다. 자신을 도와준다는 페오니트의 말이 모두 사실이고, 이 건물에서 지내게 된다면 적어도 더는 쫓기지 않을 테지만, 그렇게 되면 좋게 말해 자신이 왕국을 재건하더라도 꼭두각시가 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어쩌면 왕국을 재건하자마자 페오니트와 칼을 맞대야 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페오니트의 거래를 무시하고 떠난다면 건물을 나서자마자 해양경비대의 추격을 받을 것이다. 십중팔구. 나가자마자 죽는다.

 해양경비대의 추격이라는 말이 떠오르자 문뜩 자신의 주위를 호위한 부하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미끼가 혼자 돌아다닌다면 오히려 미끼로 의심을 받아 추적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작전이 틀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멜라니아가 정말 이 사교 회장을 떠났다는 확신을 줘야 했다.

 

“그럼 내 부하들은 어찌 되는 거지?”

“공주님의 선택에 달린 거겠죠. 어찌하시겠습니까?”

 

 손을 잡는다는 건 신용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믿음이 없는 자의 달콤한 속삭임에 속아 넘어갈 순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거래를 거절할 수만도 없었다. 지금 이 손을 붙잡지 않으면 추격을 받는 지금, 섬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난.”

 

 마음의 결정을 내린 멜라니아가 입을 열었다.

 

==========

 

 현재 공개된 제국, 맥더프. 이 두 세력 외엔 공개된 것이 없어 창작했던 크롤드를 이어서 두번째 순수 창작인 멜라니아가 등장했습니다.

 본래는 제국의 멸망까지 구상을 했지만, 동영상에서 등장한 용 타고 날아가는 장면까지 쓰고 그만 쓸 생각입니다.

 어차피 자기 만족에 쓰는 글인 만큼 검은사막 팬픽에만 매진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마지막 전투에선 제국의 추격자를 상대로 맥더프, 크롤드, 멜라니아의 세력이 성에서 만나 동조하는 것으로 구상을 끝냈습니다.

 

 아마도 계속 이어서 썼으면 아마 세계대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판을 무조건 크게 키우는 게 취미라서요.

 

 앞으로 15회 안에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