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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2
2021.04.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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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4.05 08:57

 있을지 모를 전쟁 준비도,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온 축제의 준비도 순조롭다.

 특히 목책을 세우고 돌담을 높게 세우는 일은 예상보다 이틀 정도 앞당겨질 정도로 순조롭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더더욱 열과 성을 다한 것이 성과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덕분에 전술 훈련할 시간이 생겼다는 게 좋은 일이다. 이대로 전쟁이 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훈련할 시간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는 반비례하여 임프 무리의 상황 보고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벌써 늑대 언덕까지 올라왔단 말인가?”

 

 임프 무리가 늑대 언덕에서 늑대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크록서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책상에 파묻듯 책상 위로 엎드렸다. 술. 술을. 하.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과 마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마치 임프와의 전쟁을 사전에 치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맞부딪혔다. 그러자 중재하려는 듯 보고서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사이를 치고 들어왔다.

 하, 보고서. 그래, 보고서를 보자.

 크록서스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만 살짝 들곤 손을 뻗어 보고서를 얼굴 앞으로 끌어당겼다.

 수많은 늑대 무리가 서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늑대 언덕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마주하는 나지막한 언덕이다. 그나마 지성이라는 게 있는 임프와는 달리 본능으로만 사는 늑대들은 올비아 마을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에게 위협의 상대였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늑대들을 언덕에서 몰아내려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로 작전 개요까지 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폐기되었다.

 그 이유는 임프 때문이었다.

 늑대 언덕의 늑대들은 올비아 마을의 골칫거리였으면서 동시에 방파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프는 늑대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늑대와 싸우는 것을 기피 했었다. 덕분에 임프는 늑대 무리에 가까이 가질 않았고, 늑대들도 다가오지 않는 임프를 굳이 쫓질 않았다. 그것이 늑대 언덕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 그 균형이 깨졌다. 임프는 늑대라는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극복한 것이다.

 이 말의 뜻이 무엇일까? 굳이 고민까지 할 필요는 없는 질문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임프 무리가 마을을 향해 쳐들어오고 있다는 건 확실해졌다. 모든 늑대 무리를 쫓아내기까진 시간적 여유가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다. 임프가 늑대 무리를 몰아낸다면 늑대 무리는 임프를 피해서 뒤로 물러날.

 젠장!

 

“늑대 무리가 카스타 농장의 목책 앞에 몰려왔다고 합니다!”

“뭐?”

 

 보고서를 보면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를 떠올린 순간, 회의실 안으로 뛰어 들어온 자경 대원의 외침에 크록서스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임프가 왜 늑대 무리를 공격했는지 그 이유가 확실해졌다. 임프는 늑대라는 방파제를 부수려는 게 아니었다. 이용하려는 것일 뿐. 임프가 늑대 무리를 밀어내기 시작하면 도망칠 곳을 잃은 늑대들은 당연히 임프에게서 멀어지려 할 것이다. 그 결과, 늑대는 올비아 마을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 늑대는 임프의 선발대가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늑대 무리는 목책을 뛰어넘어 올 것이다. 목책을 넘어온 늑대가 조용히 마을을 빠져 나가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럴 리는 없다. 혼란에 빠진 늑대 무리는 병사들을 공격할 것이고, 마을 주민들을 습격할 것이다. 그렇게 방어선은 무너질 것이고, 주인을 잃은 목책은 임프에게 그저 귀찮은 존재로 남을 뿐이다.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 목책을 손쉽게 넘으면. 올비아 마을은 끝이다.

 늑대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일까? 늑대의 약점. 늑대의 약점!

 

“목책 뒤에 땅을 파고 기름을 뿌려 불을 질러라!”

“네!”

 

 크록서스가 떠올린 건 불이었다.

 불을 좋아하는 건 도구를 만드는 법을 아는 동물뿐이다. 그 외의 야생동물이라면 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목책 안쪽에 불을 피우면 늑대는 섣불리 목책 너머로 뛰어들지 못할 것이다. 이 생각이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했다.

 

“젠장.”

 

 크록서스는 서둘러 투구를 뒤집어쓰고 칼과 방패를 집어 들며 회의실을 나섰다.

 

 

 

“크헝! 컹! 컹!”

“죽어!”

 

 늑대 한 마리가 뛰어올라 커다란 붉은 아가리를 벌리며 짖는 순간, 리는 다른 대원들처럼 그 늑대의 아가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푹! 아가리를 노리고 찌른 창은 늑대가 머리를 틀며 피한 탓에 목에 박혔다. 질기고도 단단한 가죽에 창끝이 닿는 순간, 늑대의 거친 맥박이 손끝에 느껴졌다. 저항하듯 창을 밀어내려는 그 맥박을 느끼며 더 힘주어 창을 찌르자 뚫리지 않을 것 같았던 가죽이 꿰뚫리더니 창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깊게 파묻혔다.

 몸속, 저항 없이 부드러운 목을 쑤시고 들어간 창이 단단한 뼈에 부딪혀 멈췄을 땐, 이미 거칠게 짖어대던 늑대의 목은 힘을 잃고 꺾인 뒤였다.

 

“리! 숙여!”

 

 샘의 외침을 들은 순간, 옆에서 달려드는 새하얗고 날카로운 돌기를 가득 담은 붉은 철퇴가 보였다. 그것이 늑대의 아가리라는 걸 깨닫는 순간, 리는 창을 뽑아내려 했지만, 축 늘어진 늑대의 머리가 창을 짓눌러 뽑아내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 순간, 리는 애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깨갱!”

“엎드리라니까!”

 

 눈을 감은 순간,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무언가 날아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용기가 없었던 리는 그제야 허리를 숙이며 엎드렸고, 그와 동시에 늑대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을 들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늑대의 상황을 확인하자 눈에 화살이 박힌 채 목책 위에 엎어진 늑대가 보였다. 그 늑대를 보고 있자니 뒤에서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다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샘이었다.

 활과 칼, 그리고 방패로 무장한 샘은 달려오며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목책을 넘어오려는 늑대를 향해 쏘고 있었다.

 

“젠장!”

 

 리는 급하게 일어나며 창 자루를 쥐고 목책 너머로 밀어낸 뒤, 늑대의 몸이 목책 너머로 밀려나 떨어지자 다시 힘껏 잡아당겨 창을 뽑아냈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늑대가 목책을 뛰어넘었다. 뽑아낸 창을 힘껏 쥐며 늑대를 노려봤지만, 창을 들어 그 늑대를 찌를 만큼의 시간은 없었다. 찌르는 대신 급하게 창을 옆으로 들어 늑대의 붉은 아가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늑대 아가리 속으로 창 자루가 들어가자 늑대가 재갈을 문 것처럼 그 자루를 힘껏 물었다. 그러자 뜨거운 콧김이 얼굴을 덮쳤다.

 조금만 늦었어도 목을 물렸을 것이라는 사실에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푹! 그 순간, 옆에서 창이 늑대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왔다. 뒤이어 늑대의 척추에 또 다른 창이 박혔다. 그러자 창 자루를 입에 문 채로 격렬하게 저항하던 늑대는 몸을 축 늘어뜨리며 목책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한순간에 끊어진 삶의 무게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른다. 그것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언제나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불을 놓는다! 뒤로 물러나!”

“불을 놓는다! 뒤로 물러나!”

 

 그때,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을 놓는다. 뒤로 물러나라. 그 외침에 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봤지만,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그저 물러나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며 늑대를 상대하지 않는 이들부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수레가 지나가며 바닥에 작은 도랑을 파며 동시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불을 놓는다.

 리와 샘은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늑대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불을 놓겠단 뜻이다.

 

“파이어 볼 발사!”

“발사!”

 

 탁하게 갈라지는 굵은 목소리가 농장 안쪽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올비아 마을의 자경 단장 크록서스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크록서스의 명령을 복창하는 소리와 함께 둥근 불덩이 수십 개가 농장 안쪽에서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리와 샘은 서로를 향해 시선을 맞추고는 급하게 다른 이들의 뒤를 쫓아 검은 기름이 뿌려진 작은 도랑을 뛰어넘었다.

 그 순간, 불덩이가 목책 너머의 늑대 무리를 향해 쏘아졌다. 마치 화살처럼, 마치 총알처럼 쏘아진 불덩이는 목책 위로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기름증기에 파이어 볼의 불길이 닿으며 기름이 부어진 도랑에 불이 붙었다. 펑! 펑! 펑! 펑! 폭탄이 터지듯 폭발한다.

 그 폭발에 휘말린 늑대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갈기갈기 찢겨 흙으로 산화했다. 늑대였었던 붉은 살점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전투 준비!”

 

 크록서스는 카스타 농장 안쪽.

 약재를 모아두는 창고의 바깥 계단을 타고 올라 그 위에 준비된 탁자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목책 너머의 늑대 무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자 목책을 뛰어 넘어오는 늑대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처음부터 늑대 무리의 목표는 목책을 뛰어넘는 게 아니었다. 뒤에서 밀고 오는 임프를 피해서 도망치려 했을 뿐이다. 그 길에 카스타 농장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광기에 사로잡힌 듯 목책을 뛰어넘어 불길 속으로 몸을 날리는 늑대도 있었다. 대부분 뜨거운 불길에 화상을 입어 바닥을 뒹굴었지만, 몇 마리는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불길을 넘어와 대원들과 대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크록서스는 큰 소리로 전투 준비를 외쳤다.

 

“전투 준비!”

 

 둥둥! 둥둥!

 크록서스의 외침에 카스타 농장 안에 북소리가 울렸다. 어서 싸우라는 명령이 담긴 북소리에 놀란 늑대도 흥분한 듯 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대원들은 그런 늑대를 향해 방패로 막고 창과 칼을 내질렀다. 불길을 뛰어넘은 늑대들의 비명이 울리자 목책 너머에서 우왕좌왕하던 늑대들도 더는 목책을 뛰어넘을 수 없단 사실을 깨달은 듯 하늘을 향해 머리를 추켜세우곤 하울링을 하더니 이내 카스타 농장의 옆을 돌아 달려가는 게 보였다.

 끝났나?

 크록서스는 카스타 농장을 돌아 북쪽으로 도망치는 늑대 무리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늑대 무리의 습격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것도 모든 것이 사전에 더 많은 목책을 세워 방비하며 군기가 바짝 든 결과일 것이다. 임프와 인간 사이에 끼어 있던 늑대 무리는 불쌍하지만, 그래도 기습을 당한 것치곤 큰 손해를 입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를 내려다보는 크록서스의 머릿속엔 임프가 아닌 술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은 너무나 일찍 내뱉었다.

 마을 안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한 건, 북쪽을 돌아간 늑대 무리가 테르미안 해변 인근에서 질주를 멈췄다는 사실이 보고된 직후였다. 늑대 무리가 테르미안 해변 인근에서 도주를 멈추고 그곳을 서식지로 삼은 것 같다는 사실은 테르미안 해변에서 열릴 봄맞이 축제 준비를 위해 길을 떠났던 주민들이 늑대의 습격을 받아 말 한 필을 잃고 마을로 서둘러 돌아오며 알려졌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왜 모든 늑대를 카스타 농장에서 잡지 못했나!”

 

 원로회의 호통에 크록서스는 술을 마시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일 술을 마셨다면 그것 때문에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젠장, 그럼 어쩌라고? 그 상태로 카스타 농장을 내줬으면 또 뭐라고 했을 건데? 크록서스는 튀어나오려 용을 쓰는 욕지기를 억지로 되삼켰다. 때로는 이성보다 무서운 게 본능이다. 전쟁만큼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때는 흔하지 않다.

 또한, 싸움에 있어 때때로 강한 실력이나 그 능력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자가 더 두려울 때도 있다. 그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한들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애초에 원로회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히 테르미안 해변이 가로막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축제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어서 대피해야 한다. 라는 여론이 거세지며 원로들이 억지를 부려 파종을 기존과 같게 카스타 농장과 웨일 농장에서 각각 진행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기 시작하자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모두 크록서스에게 돌리려는 셈.

 그걸 모를 리 없는 크록서스의 표정은 이곳 회의실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굳어져 있었다.

 

“해변까지 가는 길을 어떻게 열 것인지 회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요?”

 

 그러나 원로회의 분노에 물을 끼얹는 소리가 튀어나온 건 때마침 도착한 나디아 로웬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촌장 자리로 걸어가 앉자마자였다. 나디아 로웬은 질문을 던지며 우스터를 쳐다봤다. 아니, 지그시 노려봤다. 사실 축제를 여는 이유는 정말로 축제를 열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핑계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해변에 쉽게 모이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스터를 포함한 마을의 원로들은 축제를 열 거라면 적어도 파종만큼은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고, 결국 그 사실이 공개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돌기 시작하자 되려 축하해줘야 할 이 자리가 이렇게 엉망이 된 것이다.

 

“반대하시는 분은 없으신 것 같으니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디아 로웬은 원로들과 마을의 청년대표들, 그리고 자경단원들을 차례로 둘러본 뒤, 아무도 말이 없자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불안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이상 축제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문제는 축제가 아니다. 축제는 열지 않아도 되겠지만, 테르미안 해변까지 가야만 벨리아에서 보낼지 보내지 않을지 알 수 없는 탈출 선에 오를 수 있다.

 만일 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마을에서 불안에 떨며 머물 순 없었다. 적어도 임프와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테르미안 해변이다.

 

“병력을 나누는 게 가장 큰 문제지.”

 

 병력을 나눈다.

 그 말에 회의의 참석한 모든 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올비아 마을엔 정규군이 없다. 왕정이 무너지자마자 들이닥친 칼페온에 무조건 항복을 하며 배를 보였지만, 칼페온은 마치 올비아가 병력을 가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올비아 마을을 지킬 기본적인 병력조차 허락하지 않았기에 올비아에는 정규군이 없다.

 정규군 대신 허락된 건 용병이었다. 정규군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만 유지할 수 있는 용병만을 허락한 것은 올비아 마을엔 경제적인 압박이나 다름없었고, 그에 저항하듯 자경단이 세워졌다. 정규군도 아니고, 용병도 아닌.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주민들을 제재할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합법과 불법의 중간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자경단이 올비아 마을에 자리 잡게 되었다.

 자경단 뿐이기에 병력은 다른 마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방비를 더 하는 것만으로도 축제를 도와줄 수 없게 될 만큼 너무나 적은 병력을 재차 쪼개야 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단순히 머릿수를 나누는 게 아니다. 늑대 사냥에 투입된 병력은 다른 병력에 비해 많은 피로가 누적된다.

 이것은 결국 임프와의 전투에서 악영향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사람은 무기가 아니다. 무기라 해도 전투가 끝날 때마다 손질과 관리를 해줘야 하지만, 무기는 손질하면 다시 쓸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다치면 치료를 해야 하고, 피곤하면 쉬어야만 한다. 그게 안 되면 사람은 싸울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서쪽에는 임프, 동쪽에는 가면올빼미가, 에페리온 항구를 지나면 트롤이 길을 막고 있어 이제 와 용병을 모집하려 해도 불가능했다. 마을에 찾아왔다가 고립된 모험가들에게 부탁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겠지만, 그 만큼 오히려 용병을 고용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마을을 지킬 최소한의 병력은 얼마나 필요하죠?”

“최소한? 글쎄. 축제를 포기한다면 청년의 수가 남을 테니. 지금의 절반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디아의 질문에 크록서스는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고민이 깊은 그의 입에서 한마디 한마디 말이 나올 때마다 말이 끊어졌지만, 나디아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해도 무기를 쥐면 싸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임프와의 전투가 지금 당장 발발하지도 않을 것이고, 설령 발발한다고 해도 자경단 속에서 뒤섞여 싸우면 그들 나름 성과를 낼 것이다.

 

“청년대표의 생각은 어떤가요?”

“어차피 자경단이나 우리나 마을의 주민인 건 같죠. 저희가 할 게 있다면 하겠습니다.”

 

 자경단이나 아닌 사람이나 주민인 건 같다.

 그 말에 나디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들이 나서준다면 그만큼의 공백을 다시 메꿀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할 필요도 없는 거짓말을 계속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청년대표와 자경 단장님은 그에 관한 상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디아는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에 한결 긴장이 풀린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을에 남은 모험가들에게 탈출 작전에 참전해 달라 부탁하는 것이다. 그에 걸맞은 보수가 필요하겠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이 마을을 탈출하려면 가만히 있을 순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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