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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6
2021.04.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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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4.14 21:00

 줄리아가 자경단원들과 함께 올비아 마을의 정문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올비아 마을에 어둠이 내린 이후의 일이다. 코앞도 구별하기 힘들 만큼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런 것들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카스타 농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가 선 줄리아는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노려보며 바위 위에 널어놓은 화살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끝이 뭉치처럼 둥글게 만든 화살촉 바로 아래에 밧줄을 묶어 놓은 화살을 집어 든 줄리아는 어둠 속 카스타 농장의 한 곳. 점같이 붉은 횃불이 일렁이는 곳을 노려보며 활줄을 힘껏 당겼다. 그리곤 들고 있던 활을 살짝 내려 그 횃불의 아래. 어둠 속의 그곳을 향해 겨눈 뒤 활줄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핑! 경쾌한 소리를 내며 화살이 활을 떠나 날아가기 시작했다.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풀려가는 밧줄을 보며 고개를 돌리자 바위 뒤의 전나무에 묶인 줄이 점점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게 보였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엘프인 줄리아는 집중하고 있던 만큼 그 소리가 무엇보다 크게 들렸다.

 그 소리에 놀란 듯 카스타 농장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임프다. 마을 공략은 포기했지만, 카스타 농장을 점령하는 것까진 포기하지 않은 임프들이 마치 카스타 농장에 있는 이가 올비아 마을에게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안다는 듯 포위한 게 벌써 반나절 전의 일이다.

 

 

 

 약초를 빻는 방앗간의 지붕 위, 회전축을 휘어 감는 화살을 본 더크는 “와우!” 감탄사를 내뱉었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다. 엘프는 밤눈이 밝다더니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회전축을 감으며 화살이 멈춰서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함께 지붕 위로 올라왔던 자경단원들이 서둘러 화살의 밧줄을 풀러 지붕에 단단하게 묶기 시작했다. 카스타 농장 탈출 작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현재 카스타 농장에 있는 중상자는 총 5명. 경상이거나 정상인 사람은 총 10명이었다. 한 명씩 엎고 달리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원이 더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최소한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래서 줄리아가 세운 계획이 이거다. 엎고 달린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현재 지붕에 묶는 밧줄에 부상자를 매단 뒤, 부상자와 부상자를 옮길 병사의 허리를 다시 묶는다. 이러면 양손이 자유롭고, 무게의 영향을 덜 받기에 싸움이 수월해진다는 게 줄리아의 설명이었다.

 자경단원들이 밧줄을 단단하게 묶은 뒤 손을 들어 올리자 더크는 들고 있던 횃불을 다시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또다시 밧줄을 묶은 화살이 날아든다.

 

“임프가 몰려옵니다!”

 

 더크의 지휘로 탈출 작전이 진행되는 사이 임시 회의실로 쓰이는 집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크록서스는 다급하게 회의실로 들이닥친 부하의 말에 미간을 찡그리더니 급하게 무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연달아 화살이 날아들면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 해도 이상함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요술사를 먼저 노려라! 불덩이를 못 쏘게 해!”

 

 일부러 임프를 피해 밧줄을 높게 묶은 것인데, 그게 불쾌하다는 듯 밧줄을 끊기 위해 불덩이를 만드는 요술사가 보였다. 키가 닿지 않으니 더크가 있는 방앗간을 불로 태워버리려는 것이다. 밧줄이 끊어지면 작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엔 없다. 크록서스의 다급한 외침에 지상에서 탈출을 준비 중이던 자경단원들이 화살을 들고 그 불덩이를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불덩이에만 의지해 화살을 쏜다는 건 결코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표적을 정확하게 노리고 쏘는 게 아닌 만큼 화살은 쉽게 빗나갔고, 화살이 빗나갈수록 자경단원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화살을 쏘기 시작하자 농장 안을 향해 임프들이 돌멩이를 던지고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크록서스는 손에 들고 있던 투구를 쓰고 칼을 뽑았다. 그리곤 목책과 돌담을 넘는 임프 무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임프를 막아라!”

“돌격!”

 

 와아! 함성과 함께 자경단원들도 칼을 뽑아 들고 방패를 앞세워 임프 무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거리 100m!”

“쏴라!”

 

 줄리아가 큰소리로 외치며 대각선 방향으로 들어 올렸던 활줄을 놓자 뒤이어 팀장의 명령에 맞춰 10명의 궁수가 줄리아와 같은 각도로 화살을 쐈다. 슈슈슈슈슉! 밤하늘을 가로지르기에 활줄을 튕기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귓가를 울린다. 그 소리가 불쾌한 듯, 아니면 쫓으려는 듯 줄리아의 길쭉한 귀가 연신 이리저리 흔들린다.

 엘프는 낮에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밤에는 귀로 세상을 본다. 라고 한다. 실제로 청각이 좋아서 그런 말을 듣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신 흔들리는 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귀로 세상을 본다는 말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같은 각도로 연사!”

“연사!”

 

 이미 발각된 이상 밧줄이 잘리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화살을 쏘는 걸 멈출 순 없었다. 애초에 무모한 작전이었다. 아무리 그믐달이라 보이는 게 없다 해도, 아무리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카스타 농장 주위를 포위한 임프 무리가 소리까지 듣지 못할 리는 없었다.

 

“보병 부대 돌격 준비!”

 

 작전이 발각된 이상 다음 작전을 시작할 수밖엔 없다. 보병 부대를 이끌 팀장의 외침을 들은 줄리아는 다시 밧줄을 묶은 화살을 들었다. 정규군조차 없는 이 시골에 전투를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좋은 마법사가 있을 리 없다. 이게 문제다.

 

“돌격!”

 

 지면이 울린다.

 거침없이 카스타 농장을 향해 달려가는 병사들의 거친 쇳소리가 지면을 사정없이 두들긴다. 어둡기에 그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거침없이 돌격한 병사들은 어둠 속에서 임프 무리와 빠르게 뒤엉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밧줄이 묶인 화살을 횃불이 보이는 곳을 향해 날렸다.

 

 

 

 더크가 횃불을 자경단원에게 건네주고 요령을 가르쳐 준 뒤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땐, 카스타 농장 안으로 밀려든 임프가 넘어진 병사의 얼굴에 철퇴를 내려치려던 찰나였다.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며 다리를 길게 뻗어 임프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더크는 임프와 뒤엉켜 한 바퀴 구른 뒤, 급하게 일어났다.

 

“젠장!”

 

 일어나자마자 욕지기를 내뱉으며 오른발을 뒤로 물렀다. 그러자 코앞을 빠르게 스치며 철퇴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퍽! 왼발에 무게 중심을 옮기며 왼쪽 팔꿈치로 임프의 가슴을 찍었다. 뻐걱!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딱! 무언가 날아와 등에 부딪힌 뒤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진다.

 돌멩이다.

 더크는 갈비뼈가 부러진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임프의 머리를 붙잡아 돌을 던진 방향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켁!”

“케엑!”

 

 우당탕 뒤엉켜 쓰러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어둠 속에 있었기에 눈이 익숙하다곤 하지만, 이렇게 달빛도 거의 없는 밤에는 대략적인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자세한 모습을 본다는 건 불가능했다. 상대적이긴 하나 임프는 인간보단 밤눈이 밝은 편이다.

 달빛이 없는 밤이기에 유리할 거란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죽어!”

 

 너무 안일하잖아!

 더크는 불덩이를 만들던 요술사를 향해 힘차게 발차기를 날렸다.

 

 

 

“우측! 0.5도씩 우측으로!”

“좌측! 0.3도씩 좌측으로!”

 

 보병이 달려가는 사이 준비했던 밧줄을 묶은 스무 발의 화살을 모두 쏜 줄리아는 팀장의 명령에 따라 다른 궁수들과 함께 임프 무리를 공격하기 시작하며 각각 0.5도 0.3도씩 조금씩 공간을 확보하며 사격하기 시작했다. 그럼 자연스레 화살을 피해서 임프가 좌우로 흩어질 것이고, 그렇게 탈출로가 확보될 것이다. 아주 작은 틈새라도 좋다. 사람이 나란히 섰을 때 최소 3명에서 4명이 지날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불덩이다! 불덩이를 노려!”

 

 팀장의 외침을 들으며 줄리아는 점점 커지는 한 뭉텅이의 화살을 꺼내 들고 한발씩 빠르게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대충 겨누고 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손에서 7개의 화살이 모두 떠났을 땐, 방향을 잃은 5개의 불덩이가 마치 놓친 공처럼 바닥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펑! 펑! 펑! 어두운 농장 앞에 불길이 치솟자 드디어 카스타 농장의 현 상태가 조금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카스타 농장과 올비아 마을 사잇길에 빽빽하게 들어찬 임프 무리가 보인다. 그 무리가 얼마나 많은지 언뜻 보면 임프가 카스타 농장을 호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임프가 넘어온다!”

 

 그러나 그보다 큰일은 따로 있었다. 궁수가 화살을 쏘며 탈출로를 확보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임프 무리가 올비아 마을 외곽의 돌담을 넘어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불덩이를 노리던 줄리아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돌담 위로 기어오르는 임프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활줄을 당겼다.

 켁! 키엑! 비명과 함께 세 마리의 임프가 어두워 검게 보이는 붉은 피를 튀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허공으로 튄 피가 돌담을 적시기 시작하자 돌담을 기어오르던 몇 마리의 임프가 숨바꼭질하듯 다시 돌담 뒤로 몸을 숨겼다. 이대로 기다려야 하나? 줄리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좁은 길을 막고 있는 것이라면 홀로 몇 마리든 대응할 순 있겠지만, 그러기엔 임프가 퍼져 있는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다.

 저 많은 수가 한 번에 넘어온다면 혼자서 막아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마름쇠. 임프의 돌격을 막기엔 마름쇠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마름쇠를 떠올린 순간 그 생각을 쳐냈다. 마름쇠를 뿌리면 방어는 할 수 있겠지만, 구조대가 돌아올 때 퇴로가 막힌다. 그렇게까진 할 순 없다. 고민하는 사이 돌담을 돌아간 보병이 뚫린 길을 따라서 카스타 농장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그러자 돌담을 넘어오려던 임프 중 일부가 보병 부대에 달라붙는 게 보였다. 그 외의 병력은 그대로 담을 넘어오려 기웃거린다. 기세를 끊으려면 지금뿐이다.

 활줄을 당기지 않은 채로 화살을 걸고 어둠 속을 살폈다. 고개를 내미는 순간, 그 순간을 노리려는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기다리는 사이 한 마리의 임프가 고개를 살며시 빠르게 내미는 순간, 줄리아의 활줄이 빠르게 당겨졌다 놓였다. 임프의 머리가 꿰뚫린 건 그때였다.

 

 

 

 추운 바닷바람 탓인지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바람을 막아줄 집 안에서 따뜻한 벽난로의 열기로 추위를 달래고 있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순 없었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는 부모들을 바라보는 엘레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펑! 펑! 밤이기에 마을 쪽의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게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신음이 뒤섞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더 크게 울었고, 부모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려 아이를 품에 힘껏 끌어안으며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아이를 달래는 그들의 얼굴에도 괜찮다는 느낌은 없었다.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 하고 있을 뿐이다.

 

“기도하겠습니다.”

 

 불안감이 높아가는 걸 느낀 그레이 비안츠가 사제들을 불러 모았다. 올 것인지 오지 않을 것인지 기약 없는 배를 기다리며, 전쟁이 끝나고 임프가 물러나길 기다려야 하는 이 상황에서 그레이 비안츠를 포함한 사제들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도하는 것뿐이다. 주민의 틈바구니에 들어가 비안츠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앉은 사제들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기도를 시작하자 주민들도 사제들을 따라 기도를 시작했다.

 

[큭큭큭! 어때? 지금이라도 내 손을 잡고 싶지 않아? 큭큭큭!]

 

“엘리언님은 우리의 구세주이며, 우리의 주인이시자, 우리의 모든 것이다.”

 

[큭큭큭! 생각해봐. 지금 누가 더 네게 필요한 존재인지. 아무리 기도해도 찾아오지 않는 신인지, 아니면 힘을 주겠다는 내가 더 필요한지. 생각해봐. 큭큭큭]

 

 꿈틀.

 곁을 맴돌며 비웃는 소리에 위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당장 웃는 저 입에 주먹이라도 꽂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 눈에만 보이는 걸 상대로 주먹질을 한다는 것도, 아니 애초에. 후. 엘레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이것은 신이 내린 시련이다. 신앙이 깊지 않은, 마음속 어딘가 신을 의심하던 마음이 남아 있어 그걸 꾸짖기 위함이다.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도를 이어갔다.

 

[큭큭큭! 잘 생각해봐. 마을을 위해 기도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마을을 위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좋은지. 큭큭큭!]

 

“엘리언님만이 우리를 구원해주실 것이다.”

 

[큭큭큭!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다 죽을 때도 그렇게 기도만 해. 큭큭큭!]

 

 다 죽을 때.

 흑정령의 말을 듣는 순간, 주위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귓속으로 선명하게 박혔다. 짜증 나는 흑정령의 비웃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모두 죽을 때, 내가 죽을 때. 그때도 기도만. 오로지 그 말만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것처럼 들쑥날쑥 마구잡이로 쑤셔댔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

 

 그런 감탄사를 내뱉었던 것 같다.

 

“엘레나 사제!”

 

 그런 외침도 들렸던 것 같다.

 

 

 

 칼페온의 칼로써, 방패로써 너의 소임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느냐?

 칼페온의 국왕, 다하드 세릭의 명령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느냐?

 칼페온의 국왕, 다하드 세릭의 칼로써 두려움을 잊고 적과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하느냐?

 

 또옥! 또옥! 또옥!

 물이 떨어져 고이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등골을 타고 목덜미로 올라오는 축축한 냉기에 눈을 뜨기 무섭게 엘레나는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둘러본 어두컴컴한 주위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일어나며 물에 젖은 축축한 손을 가볍게 털어낸 뒤, 남은 물은 치맛자락에 문질러 대충 닦아냈다.

 물? 그러자 그제야 모래가 아닌 돌을 만졌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문질렀다. 정말 돌이다. 그것도 거의 비슷한 크기의 자갈을 깔아 그 위에 모래를 딱딱하게 굳힌 흙을 부어 고정한 인위적인 느낌의 바닥.

 

‘신이시여.’

 

 엘레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엘리언을 찾으며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은 채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 순간,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앞에 환한 빛이 내렸다. 마치 신탁이라도 내려지는 것처럼 빛이 뿜어지자 엘레나는 눈을 살며시 뜨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앞에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직사각형의 조각이 빛을 내는 게 보였다.

 저게 뭐야? 엘레나는 마치 빛에 이끌린 불나방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 조각 앞으로 걸어가며 그것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손이 그것에 닿는지도 모른 채 걸어간 엘레나가 그 조각을 손으로 짚는 순간, 손 끝에서 둥근 파장이 퍼지며 띵! 하는 종소리가 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소리를 들었단 생각을 한 순간, 그 조각에서 새하얀 냉기가 뿜어지더니 엘레나를 빠르게 덥쳐들었다.

 

“꺅!”

 

 그 순간, 엘레나가 할 수 있었던 건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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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사막 팬픽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