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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10
2021.04.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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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4.21 13:25

 퍽! 임프를 내던지고 일어나는 순간, 등에 충격이 가해진다.

 

“이얏!”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주먹으로 투구와 함께 임프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걱! 하고 투구가 깨지면서 쓰러지는 임프를 곁눈질로 확인하며 다음 임프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아직 많이 남았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더크는 투구 아래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참, 웃기지도 않네.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괜찮은 작전이라 생각했었다.

 

“이크!”

 

 눈을 돌리던 중 뒤에서 돌멩이를 던지는 걸 확인한 더크가 그 돌멩이를 피하려 몸을 돌리는 순간, 임프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돌을 던져 상대의 눈을 돌리고 그 틈에 기습한다. 카스타 농장을 습격했을 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들이 왜 올비아 마을의 골칫거리였는지 알 수밖엔 없는 완벽한 공격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크!” 감탄사를 내지르며 몸을 피한 더크는 얼굴 앞을 스치고 날아가는 돌멩이를 공중에서 낚아챈 뒤 괴성과 함께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임프를 향해 그 돌멩이를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균형을 잃은 사람처럼 몸을 급하게 돌렸다. 그러자 훙!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임프의 철퇴가 회전하는 더크의 등을 스치고 지면으로 내리꽂혔다.

그 순간 회전을 멈춘 더크의 손이 사슴의 뼈로 만든 투구를 쓴 임프의 길쭉한 머리를 마치 몽둥이처럼 휘어잡은 뒤, 그대로 들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뚜둑!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높이 뛰어오른 더크는 담금질이 잘 된 칼날만큼이나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임프의 머리를 향해 공중에서 몸을 틀며 돌려찼다. 빠각!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임프가 저 멀리 날아가 다른 임프 몇 마리와 뒤엉켜 처박힌다.

 

{케켁! 키엑!}

 

 임프가 날아가 처박히는 모습을 보며 지면에 내려와 자세를 고쳐 잡는 순간, 베그의 입에서 뜻을 알 수 없는 괴성이 튀어나왔다. 언뜻 고함 같이 들리는 그 소리에 베그를 돌아본 더크는 곧바로 주위의 임프 무리를 둘러봤다. 그러자 덤벼들 줄 알았던 임프 무리가 더크에게서 눈을 돌리고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게 보였다.

 무슨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임프 무리를 봐선 비키라는 말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어딜 가냐! 이 자식들아!”

 

 더크는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임프 무리를 향해 달려들어 오른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당황한 듯 철퇴를 쥐고 달려가던 임프가 더크와 베그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방패를 앞세워 들며 더크의 주먹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임프의 반응을 예측했던 더크의 반응이 더 빨랐다. 힘껏 내질렀던 주먹은 방패에 닿는 순간 방패의 윗면을 붙잡은 뒤 아래로 끌어당겼고, 그 순간 드러난 얼굴에 왼손 주먹을 내다 꽂았다.

 퍼걱! 투구가 부서지며 그 아래의 코뼈가 부서져 내려앉으며 뒤로 나뒹군다. 그러자 그 주위의 임프들이 더크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싸울 준비를 한다.

 

{케켁! 키엑!}

 

 그러자 재차 베그의 입에서 고압적인 외침이 터졌다. 분노를 담은 임프들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사라진 건 그때였다. 그리곤 다시 우물쭈물하더니 마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에 더크가 임프를 다시 붙잡으려 하자 베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 내!}

 

 베그가 검지로 더크를 가리키고, 엄지로 자신의 가슴을 찍는다. 그러며 붕붕! 베그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는 철퇴 아래로 보인 씩 웃는 그 얼굴엔 강한 자신감이 새겨져 있었다. 네까짓 것쯤은 한 방에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단 자신감이 가득 담겨 있는 그 얼굴을 본 순간, 더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불쾌했다.

 임프에게 무시당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불쾌했다. 그러나 불쾌함을 느낀 순간, 불쾌해진 만큼 입꼬리가 올라갔다.

 더크는 뒤꿈치를 들고 가볍게 뛰더니 양손 주먹을 꽉 쥐고 얼굴 앞으로 모은 뒤 자세를 낮추고 달려들었다. 그러자 회전하던 베그의 철퇴가 마치 투석기에서 쏘아진 돌처럼 빠르게 날아들었다. 얼굴이고 어디고 없다. 자신만큼 커다란 철퇴가 날아들자 더크는 날아오는 궤도를 확인하며 발을 굴려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철퇴가 갑옷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더니 쿵!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면이 푹 파였다.

 흙바닥을 한 바퀴 굴러 재빨리 일어났다. 넘어질 정도로 몸을 크게 날렸음에도 아슬아슬하게 철퇴를 피했다는 생각에 재빨리 일어난 더크가 다시 달리려 하는 순간, 촤르르륵! 공중에서 사슬이 빠르게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지면에 박혔던 철퇴가 지면을 긁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더크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달리기를 멈추고 몸을 급하게 뒤로 날렸다. 그러자 방금 자신이 서 있었던 곳을 철퇴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아슬아슬하다. 베그가 지었던 그 비웃음이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더크 씨!”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밀려드는 임프 무리와 혈전을 벌이는 마을 쪽에서 줄리아가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화살을 쏘며 싸우는 게 보였다. 멋대로 뛰어나가 싸우는 게 불만이라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가? 생각하는 사이 철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마주치자 화살을 쏘던 줄리아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처음엔 인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내 그 손짓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크는 급하게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철퇴를 다시 잡아 돌리는 베그를 돌아봤다. 베그의 목표물이 된 이상 어차피 마을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럴 바엔 자경단과 줄리아에게 맡겨두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 좋았어.”

 

 더크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자세를 잡고 달려들었다.

 

 

 

 더크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줄리아는 활을 휘둘러 눈을 노리고 날아든 손톱을 쳐냈다. 그와 동시에 허리에 매단 화살집에서 화살을 뽑아 들었다. 가까운 거리. 바로 코앞이라 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노린 화살은 임프의 둥근 왼쪽 눈에 정확하게 박혔다.

 화살에 맞은 임프가 피를 뿜으며 쓰러지자 뒤이어 철퇴를 쥔 임프가 달려들었다. 오른발을 뒤로 물리며 몸을 급하게 잡아 돌렸다. 그와 동시에 화살집에서 뽑아낸 화살을 잰 줄리아는 살짝 자세를 낮춰 앉았고, 그 순간,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철퇴에서 일어난 돌풍이 줄리아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 돌풍이 신호였다는 듯 팽팽하게 당겨진 활줄에 걸렸던 화살이 줄리아의 손을 떠났다. 푹! 막을 새도 피할 새도 없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반격에 목을 꿰뚫린 임프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걸 보고 있자니 이번엔 옆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날아든다.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에 다리를 들어 힘껏 걷어차며 몸을 빠르게 회전했다. 뚜둑! 임프의 머리가 뚜둑! 하며 꺾이는 소리가 발끝에서 들렸다.

 쓰러지는 임프를 보며 발을 굴려 회전하던 몸을 멈추고 뒤로 뛰었다. 달려들던 임프의 턱이 걷어차이는 저항을 받으며 뒤로 뛰어오른 줄리아는 지면에 발이 닿기 무섭게 날아든 철퇴를 피해 몸을 비틀며 뒤로 뛰었고, 그 순간 또 다른 화살이 임프 무리를 향해 떨어졌다. 펑! 달려들던 임프의 목을 꿰뚫고 지면에 박힌 화살이 폭발했다. 그러자 그 폭발에 휘말린 대여섯 마리의 임프가 산화하는 게 보였다. 겁먹은 기색은 없다.

 

“줄리아 씨!”

“부어요!”

 

 그 모습에도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달려드는 임프를 보며 다시 한번 뒤로 뛰어오르며 임프 무리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펑! 재차 폭발이 일어나며 임프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 튀어 오르는 걸 공중제비를 돌며 확인한 줄리아는 지상으로 내려오기 직전, 지상을 향해 마치 화살을 흩뿌리듯 빠르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던 임프들 마저 한여름 폭우처럼 쏟아진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그렇게 아주 짧은 틈이 생겼다. 살 수 있는 아주 짧은 순간.

 

“뛰어요!”

 

 그와 동시에 자신의 좌우에서 임프와 맞서 싸우던 자경단원들에게 외치며 임프에게 등을 보이곤 마을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축축해진 비탈길이 미끄러웠지만, 줄리아와 자경단원들은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멈췄다간 죽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줄리아의 신호에 맞춰 부어진 것. 그것은 기름이었다. 올비아 마을로 들어서려면 비탈길을 올라야 했다. 그렇기에 반대로 그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 바로 이 방법이었다. 방어선이 뚫렸을 경우 뒤로 퇴각하며 불을 질러 임프의 돌격을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축축하게 젖어가는 바닥이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이었다. 이제 비탈길 위에 도착해 불을 놓기만 하면 현 상황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미끄러운 바닥에 잠깐 균형을 잃은 자경단원을 임프들이 덮치는 게 보였다. 마치 조금 전까지 자경단원들과 줄리아에게 죽은 임프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살기 등등한 눈으로 넘어진 자경단원을 노려보며 달려드는 임프를 본 줄리아는 달리기를 멈추고 돌아서며 화살집에서 집히는 대로 화살을 꺼내 활줄에 걸었다.

 

“어서 뛰어요!”

 

 다른 자경단원들은 멈춰서지 말라 외친 줄리아는 화살이 걸린 활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파파파파팍! 넘어진 자경단원에게 덤벼들던 임프들이 바닥에 굴렀다. 그러자 임프들이 잠시 행동을 멈추고 자경단원과 줄리아를 번갈아 쳐다본다.

 

“어서 일어나요!”

 

 활줄을 잡은 채 급하게 외치자 자경단원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났고, 그 순간, 임프 한 마리가 자경단원에게 덤벼들었다. 줄리아의 손에 쥐어졌던 활줄이 이완된 것도 그때였다. 발톱을 앞세워 달려들던 임프의 눈이 꿰뚫렸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굴리는 사이 줄리아는 또다시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누구든 자경단원에게 덤벼드는 게 보이면 다시 화살을 날릴 것이다. 그렇게 협박하는 것이다.

 그때, 돌멩이를 집어 드는 임프가 보였고, 줄리아는 또다시 활줄을 놓았다. 핑!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임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그 즉시 임프의 목덜미에 박히며 멈췄다. 그러는 사이 비틀거리며 뛰어온 자경단원이 줄리아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줄리아는 화살집에서 잡히는 대로 화살을 꺼낸 뒤 활을 머리 위로 들곤 활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집어 들었던 화살들이 활줄을 떠나 방사형으로 퍼지며 임프들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화살이 임프 무리에 떨어지기 직전, 다시금 화살집에서 화살을 집히는 대로 꺼내 난사하듯 임프들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키엑!”

“켁!”

 

 머리 위에서, 그리고 앞에서 대략 스무 발 가까이 되는 화살이 날아들자 아주 잠깐 주춤했던 임프 무리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어서 뛰어요!”

 

 그때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자 바닥을 타고 흐르는 검은 액체 너머로 도망친 자경단원이 다른 이들과 함께 화살을 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줄리아 역시 다시 몸을 돌려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이글거리는 뜨거운 불길이 날아드는 게 느껴졌다.

 그 불길에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불덩이가 보였다.

 

“젠장.”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바닥을 내려다봤다. 바닥을 검게 물들인 채 흘러가는 기름이 보였다. 여기서 끝인가. 줄리아는 왜 자신이 여기에 왔었는지를 생각했다. 북쪽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조사하라던 그 말이 떠올랐다. 카마실비아에서 함께 출발했던 동료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줄리아 씨!”

 

 자경단원들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뛰라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불덩이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빠를 순 없었다. 불덩이가 가까워지자 지면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렇게 타죽을 거. 왜 그렇게 아등바등했지? 젠장. 뜨거운 열기가 몸을 덮친다는 걸 느끼며 줄리아는 가만히 선 채로 눈을 감았다.

 촤아앙!

 그러나 뜨거운 열기가 덮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얼어붙는 것처럼 한기가 몰려들었다. 불에 타죽을 땐 이런 기분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애초에 불에 타 죽어 본 적이 없으니 알 순 없었다.

 

“괜찮으신가요?”

 

 그때 눈을 감은 줄리아의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등 뒤에서 임프들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무언가 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뜨자 눈앞에는 금욕을 상징하는 짙은 청색의 사제복을 입은 금발의 여성이 보였다.

 

“사제님?”

“어서 뛰어요! 수도원으로 피합시다.”

 

 엘레나 사제였다.

 커다란 방패에 철퇴를 든 엘레나 사제는 줄리아를 지나쳐 줄리아의 등 뒤에서 임프들을 향해 방패를 앞세워 들며 외쳤다. 사제님이 왜? 엘레나 사제를 본 순간, 살았다는 것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줄리아 씨! 어서 뛰어요!”

 

 지면을 덮은 얼음이 끝난 곳에서 모여 선 채 외치는 자경단원들이 보였다. 모두 무사했구나. 줄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다시 보인 게 있었다. 얼음? 눈을 감을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얼음이 있었다. 고개를 숙여 발밑을 살폈다. 그리곤 몸을 돌려 엘레나 사제와 그 너머의 임프 무리를 살폈다. 기름을 부었던 곳 전체를 뒤덮은 얼음이 보였다.

 앞서서 달려들던 임프 무리 중 일부는 얼음 조각이 되었고, 그 뒤를 쫓던 임프 무리는 얼음벽에 가로막혀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사제님이?”

“네, 그러니!”

 

 펑!

 급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엘레나는 줄리아의 등을 붙잡아 오른쪽으로 떠밀며 방패를 앞세웠다. 마구간 뒤쪽에서 돌아 나오는 임프 무리와 그들의 손에서 발사된 불덩이가 보였다. 엘레나가 방패를 앞세우는 순간, 펑! 하며 방패 너머로 불길이 치솟더니 얼음 조각이 되어 흩날리는 게 보였다. 방패로 막기만 했을 뿐인데 불덩이가 얼음 조각이 되어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한겨울에 눈꽃이 날리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엘레나 사제 앞에서 뛰어나가는 검은 그림자들을 본 감상은 두려움이었다.

 지면에 얼음을 만들며 날아가듯 임프 무리를 향해 날아간 그 그림자들은 마구간을 돌아 나오는 임프 무리를 향해 검은 칼 같은 것을 휘둘렀고, 그 칼에 맞은 임프들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저게 뭐?”

“수도원에서 설명해 드릴 테니 수도원으로 가죠.”

“그러죠.”

 

 줄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화살집에서 화살을 다시 뽑아 들었다. 새삼 무언가 다르게 느껴졌다. 항상 하던 동작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엘레나가 왔기 때문일 것이다. 순간 더크가 생각이 났다.

 

“더크 씨가 저 밑에.”

“싸울 수 있나요?”

 

 수도원으로 돌아가라 말하려던 엘레나는 임프 무리와 그 너머로 보이는 베그를 보곤 줄리아의 몸 상태를 다시 물었다. 싸울 수 없다면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게 맞지만, 한 명이라도 더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받는 게 정석이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엘레나의 질문에 줄리아는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였다.

 

“네, 화살만 있으면.”

“먼저 가서 뚫고 있을 테니 어서 가서 화살을 가져오세요.”

 

 그렇게 말을 남긴 엘레나는 높다랗게 세워진 얼음벽을 돌아서 마을 안으로 달려오는 임프 무리를 향해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줄리아는 급하게 비탈길 위의 자경단원들에게 달려갔다. 그들에게 남은 화살을 빌리려는 것이다.

 

“이얏!”

 

 줄리아가 화살을 빌리는 사이 엘레나는 자신을 향해 내리치는 철퇴를 크라툼으로 막아내며 임프 무리와 부딪혔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 서너 개가 바닥을 얼리며 촤자작! 임프 무리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 칼을 막아도, 맞아도, 피해도,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간 곳의 임프들은 모조리 얼음 조각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왼쪽에서 달려드는 임프가 보였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오른쪽에서도 임프가 달려들었다.

 그에 엘레나는 왼손의 크라툼을 힘껏 휘두르며 함성과 함께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그으며 샛별을 휘둘렀다. 촤라라락! 사슬이 풀려가며 달려들던 임프의 머리에 샛별이 닿았다. 퍼걱! 소리와 함께 그 진동이 손끝에 전해졌을 땐, 왼쪽에서 덤벼들었던 임프는 그 모습 그대로 얼어 버렸고, 오른쪽에서 달려들었던 임프는 머리가 깨지며 그 깨진 틈사이로 얼음 조각을 세우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곳은 엘리언님의 성역일지니. 이교도는 물러나라!”

 

 엘레나는 그렇게 외치며 임프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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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사막 팬픽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