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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1
2021.06.23 09:54
507 0
최근 수정 일시 : 2021.06.23 10:10

 늦었지만, 직접 서비스 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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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어느 깊은 산속.

 인적이 뜸하다 못해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 만큼 깊고 깊은 골짜기에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건 아침 해가 안산(案山) 위로 뜨기 직전, 깊은 어둠이 골짜기에 내려앉았을 때의 일이다. 마흔쯤 되었을까? 젊은 생기를 잃고 점점 주름이 파여가는 검게 그은 얼굴 위를 덮은 정돈되지 않은 검은 더벅머리 사이엔 흰 머리가 희끗희끗 자라난 남자는 오막살이 집의 문을 열고 노둣돌 위에 놓아둔 짚신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코와 입, 그리고 턱을 완전히 덮고도 부족한지 가슴팍까지 덮은 검은 수염에도 흰털이 자라나 있어 옷을 입지 않았다면 야생의 원숭이라 해도 믿을 만큼 지저분한 인상의 사내는 입김을 길게 내뱉으며 팔짱을 끼고 팔뚝을 문지른 뒤, 주방으로 들어가 아궁이 앞에 앉았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 고개를 숙이다 아궁이에서 튄 불꽃이 수염에 떨어져 타오르기 시작하자 서둘러 양손으로 수염을 거칠게 두들겨 불을 껐다.

 불이 다 꺼진 걸 확인한 뒤에야 수염을 들어 탄 부분을 확인하던 남자는 문뜩 무언가가 생각난 건지 부엌 밖으로 고개를 돌려 밝아져 오는 풍경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다 문뜩 한숨을 내쉬며 아궁이 속의 불이 잘 붙은 걸 확인하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엌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뉘신 지 모르겠으나 날 찾아온 손님이라면 들어와 앉으시오.”

 

 그리곤 싸리나무로 둘러놓은 울타리 밖에서 선 새하얀 도포에 삿갓을 쓰고 허리춤에 칼을 찬 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그 자는 잠깐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이내 울타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자인가?’ 집주인은 남자라 보기엔 가벼운 발걸음에 남장 여인을 떠올렸다.

 집주인은 여자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자 따라 들어오라는 듯 먼저 노둣돌에 짚신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 방석을 내어주자 그에 여자 역시 가죽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와 방석 위에 앉았다.

 

“날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게요?”

 

 방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여자는 삿갓은 벗지 않았다. 그 대신 칼을 풀어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았을 뿐이었고, 그에 집주인은 삿갓 너머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은 듯 삿갓을 지그시 쳐다봤지만, 삿갓 너머의 여자는 말을 아끼려는 듯 그저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다.

 결국, 질문을 먼저 던진 건 집주인이었다.

 

“백벽(栢壁) 이청풍 대감을 알고 있으시오?”

“조선 팔도에서 백벽 어르신의 존함을 모르는 자가 있겠소?”

 

 백벽 이청풍.

 이름을 듣는 순간, 더벅머리와 수염으로 얼굴이 뒤덮인 집주인이었지만, 그래도 그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있을 만큼 빠르게 굳어졌다. 백벽 이청풍은 훈련원 판관을 시작으로 경기 관찰사 자리에 올랐던 뛰어난 무인으로 300여 명의 왜병에 맞서 20명의 결사대만으로 성을 지켜 낸 그의 무공은 조선 팔도를 넘어 왜인들에게까지도 알려졌을 만큼 유명했다.

 그러나 집주인인 남자의 낯빛이 굳어졌던 이유는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좀 더 깊은 관계의 무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칼을 쓴다고 들었소만.”

“뭐, 젊은 날의 치기였소. 그런 때가 있지 않소?”

 

 집주인은 삿갓을 벗지 않는 여자를 경계하는 마음에 날을 세우며 능청스레 대답을 흘렸다. 그리곤 여자가 옆에 내려놓은 칼을 힐끔 쳐다봤다. 칼자루와 칼집만 봐도 공을 들인 것이 솜씨 좋은 도공이 만든 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장식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자루를 감싼 적당히 해진 가죽끈과 칼집에 남은 수많은 손자국, 그리고 말을 할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손바닥에 배긴 굳은살을 보면 칼을 장식품으로 차고 다니는 자는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그대도 칼을 좀 쓰는 분이신 것 같은데.”

“이청풍 대감님과 연이 있다고 들었소. 사실이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칼잡이가 필요한 거요?”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그 사실이 너무나 짜증 난다. 이청풍 대감과의 연을 묻는다면 부정할 수 없는 깊은 인연이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산골에 처박혀 사는 인생이라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그는 훈련원에 몸을 담고 있었던 훈련원의 부정(副正) 중 한 명이었다.

 일에 자부심도 있었고, 전도유망한 청년이란 말도 들었었다. 그랬던 시절에 이청풍 대감을 만나 그에게서 검술을 배웠던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인연 때문에 지금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인연은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

 

“칼잡이가 필요하면 잘못 찾아오셨소. 난 이 산골에서 호랑이, 승냥이 같은 것들을 벗 삼아 함께 늙어가는 촌부일 뿐이오.”

“이청풍 대감님이 돌아가셨소.”

 

 꿈틀.

 

“올해로 망백이셨으니, 호상이셨겠군.”

 

 집주인 남자는 애써 감정을 삼키며 밝게 대답했다.

 그 순간, 나이까지 기억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은연중에 밝힌 것 같아 후회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되돌릴 순 없는 일이었다.

 

“살해당하셨소. 석 달 전에.”

“살해? 지금 살해라 하셨소? 어떤 놈이?”

“범인은 남쪽의 대륙으로 도망쳤다 하오. 관심이 있으시오?”

 

 조선에서 칼잡이라 하면 이청풍 대감을 모를 자는 없다. 구국의 영웅이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같은 게 아니다. 그의 검술은 신묘했고, 두려움과 경외의 사이를 걷는 검술로 더욱 유명했다. 그랬다. 그랬었다. 1대 1뿐만 아니라 1대 다수의 싸움에서도 이청풍 대감을 이길 자는 없다고 했었다.

 그런 대감이 살해당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숨길 생각도 없었다지만, 더더욱 숨길 생각이 없어진 것 같은 남자의 얼굴은 이제 심각할 정도였다. 분노와 절망, 상실. 슬픔, 모든 감정이 뒤섞인 채 남자는 삿갓 너머로 감춰진 방문자의 얼굴을 지그시 노려봤다. 혹시 너는 아니겠지? 라고 묻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 눈빛은 날카로웠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다면 나흘 뒤, 정시(丁時)에 서대문 앞 주막에서 패랭이를 쓴 박흥이라는 자를 찾으시오.”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벗어놓았던 칼을 다시 허리춤에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도포 자락을 가볍게 흔들며 일어난 여자는 집주인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밖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그에 당황한 남자는 여자의 뒤를 따라 일어나 짚신을 신고 방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오?”

“화선곡주 매화라 하오.”

“당신이?”

 

 여자는 남자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삿갓을 한 손으로 잡고 고개를 까닥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울타리를 벗어나 숲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집 주위의 숲이 거칠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들이 곡주를 따라온 자들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여자의 정체에 관해 놀랐을 뿐이다. 화선곡주라면 이청풍 대감의 자당이자 남자에겐 사모(師母)가 되는 화선곡 최씨 가문의 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이름이며, 동시에 화선곡에 몸담은 수많은 무인의 우두머리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튀어나올 뻔한 한숨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두 눈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나흘이라.”

 

 남자는 더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숲을 멍하니 바라보다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너의 말은 하서국엔 더 많은 흑결정이 묻혀 있단 이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왜에서 온 사절이며 면담을 요청한다면서 막무가내로 방으로 쳐들어온 불청객들이 가져온 소식은 칼페온의 모든 정치를 지배하는 칼페온 회의의 의장 헤르만 페르시오의 불쾌해졌던 기분을 조금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둥글게 만 몸을 바닥과 일체화시킬 것처럼 납작 엎드린 남녀가 가져온 선물은 흑결정에 관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무역을 제외하곤 관심도, 간섭도 없었던 북쪽 바다 건너의 땅 하서국에 어쩌면 사막보다 더 많은 흑결정이 묻혀 있을 것이란 그 말은 달콤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딱히 그 흑결정이 탐나는 건 아니다. 그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발렌시아 원정을 완전히 포기하면서 악화한 엘리언 교와 관계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쁠 뿐이다. 굳이 힘든 사막을 다시 가느니 차라리 바다를 건너가는 게 더 낫단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군대냐?”

“저의 주군께선 조약을 바라십니다.”

“조약? 이라 했느냐?”

 

 군대를 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헤르만은 납작 엎드린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뜻밖의 말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하서국을 침공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속내가 더 있단 뜻이 된다. 한순간 좋았던 기분이 빠르게 식어버리며 오히려 이 모든 대화가 귀찮아져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튀어나온 말에 다시금 호기심이 생겼다.

 

“조선을 저희에게 준다는 조약입니다.”

“그 대신에 하서국을 우리가 지배한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함께 하서국을 공격해 하서국을 손에 넣은 뒤, 하서국에선 손을 뗄 테니 그 대신 조선을 넘겨달라는 말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헤르만 페르시오는 사절이라는 자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 조선이란 땅엔 뭐가 있느냐?”

“찾으시는 건 없을 겁니다.”

 

 찾는 게 없다. 그 말은 원하는 게 있다는 뜻도 된다.

 아니면 원하는 것보다도 더 좋은 감춰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에 헤르만 페르시오는 일부러 감정을 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추는 게 있다면 말을 섞을 이유도 없다. 꺼져라!”

 

 페르시오는 일부러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그들을 내쳤다.

 원하는 게 있기에 이 먼 곳까지 바다를 건너온 만큼 쉽게 포기하고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허세였지만, 사실 굳이 조약이든 뭐든 맺을 필요는 없었다. 바다 건너의 그 땅들이 쓸만한 곳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면 될 일이다. 조약은 무의미했다.

 

“저의 주군께선 그저 내륙으로 진출할 땅을 원하고 계실 뿐입니다.”

“내륙으로 진출한다? 그 교두보 끝에 하서국이 있음을 모르진 않을 텐데?”

 

 내륙으로의 진출.

 그 말을 듣는 순간 헤르만 페르시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침략을 원한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키는 순간, 조선과 하서국이 동맹을 맺고 반격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흑결정이라는 달콤한 꿀을 먼저 제시했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덥석 그 손을 붙잡으면 함께 하는 동맹인 척 행동하다 하서국이 함락되는 순간, 칼페온의 뒤를 치려 했을 가능성까지도 있는 발언이다. 그렇기에 헤르만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불신이 독이라면 맹신은 굶주린 독사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의심은 좋은 해독제이자 좋은 칼이다. 그렇기에 의심을 놓지 않은 자신이 대견스러워 지은 미소였다.

 

“저의 조국은 언제나 지진과 화산 폭발의 위험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땅. 그것을 원할 뿐입니다.”

“그 땅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느냐?”

“그렇습니다.”

 

 대체 뭘 숨기는 걸까? 저 말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짐짓 불쾌한 척 연기하고 있었지만, 그와 반비례하여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의심을 접어두면 그런대로 매력적이다. 아마 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미 두 차례 원정을 실패로 실추된 위상을 드높이려는 그들이 이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한발 뒤로 물러나 볼까?

 

“거짓일 경우 네놈의 목은 물론이거니와 네 놈 주인의 목까지 쳐버릴 것이다. 거짓이 없으렷다?”

“네, 모든 것이 사실입니다.”

“알겠다. 물러가라. 생각해보겠다.”

“상업지구의 승강기 옆에 붉은 점을 찍으시면 찾아오겠습니다.”

 

 생각해보겠다.

 지금 상황에선 거절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을 한 헤르만 역시 그 점에 관해선 동의한다. 거절할 생각은 없다. 그저 조율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은 그제 제안을 받았을 뿐이다. 제안을 받았으니 반대로 필요한 조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서로 제시한 조건을 맞춰가는 것이 조율이다.

 붉은 점을 남겨 달라는 남자의 말에 헤르만 페르시오는 듣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휘적 내젓는 것으로 둘을 물러나게 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두 불청객이 나가고 한동안 말없이 눈을 감은 채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헤르만 페르시오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 혼잣말이라 하기엔 조금은 큰소리로 한 질문이 방 안을 울렸을 때, 등 뒤의 벽이 딸깍! 소리를 내며 밀려 나오며 그 벽 안에서 갑옷으로 몸을 두른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금발의 긴 생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그. 델파드 카스틸리온의 수족이자 칼페온의 치안을 책임지는 트리나 기사단의 단장 발크스였다. 한 명 겨우 몸을 숨길 수 있는 좁은 벽 틈에서 나오자마자 발크스는 헤르만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처음부터 숨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불청객을 피해서 몸을 숨겼을 뿐.

 엄밀히 말하면 발크스가 먼저 왔을 뿐이다.

 

“전쟁을 벌이기엔 병력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설령 교회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원정을 하기엔 부족할 거로 생각합니다.”

 

 칼페온의 치안을 지킬 뿐인 트리나 기사단 단장의 말이라 보기엔 칼페온의 군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했지만, 헤르만은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세렌디아와 발레노스에서 징병한다면 어떤가?”

“세 부담이 커져 불만이 많습니다. 강제 징용한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칼페온 뿐만이 아니라 세렌디아와 발레노스의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기사단장의 임무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지만, 발크스의 대답을 듣는 헤르만의 표정엔 불가능만을 말하는 발크스의 말에 불만이란 감정을 품었을 뿐, 그의 월권행위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크스가 이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된 이유는 헤르만의 명령과 시안 상단에서 들어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델파드의 수하이지만, 지금은 델파드가 아닌 헤르만의 명령만을 따르고 헤르만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 그 이유는 헤르만이 약속한 의회의 의원직을 위해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상관이 아닌 자의 명령을 따를 수 있는 것이 발크스였을 뿐이다.

 

“원정 가는 데 있어서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시간과 돈입니다.”

“시간과 돈.”

 

 시간과 돈이 가장 큰 문제라면 의회의 의결만 거치면 병력 확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세렌디아와 발레노스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된다 해도 그건 신경 쓸 것도 없는 일이다. 전쟁이 얼마나 오래 끌게 될지는 알 수 없단 것이 문제일 뿐. 의외로 시작하자마자 끝날 수도 있지만, 사막 원정만큼이나 힘겨울 수도 있다.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원정도 실패한다면 칼페온은 완전히 붕괴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을 안고 원정을 떠날 이유가 있을까?

 

“알겠다.”

 

 헤르만은 발크스를 향해 가볍게 손을 저었고, 그러자 발크스는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쳐 방을 나갔다. 그런 발크스를 지그시 바라보던 헤르만은 문이 닫힌 뒤에도 한동안 말없이 문을 바라보다 뒤늦게 깨달은 얼굴로 탁자 위에 쌓아놓은 종이를 앞에 내려놓고 깃펜을 잉크에 적셔 무언가를 빠르게 작성하더니 이내 그것을 봉투에 담아 붉은 실링 왁스로 봉인했다.

 그런 그의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위협을 무릅쓰고 원정을 떠날 이유? 넘치고 넘친다.

 문밖에 있을 집사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의장님.”

“교회에 가줘야겠다.”

 

 집사가 들어와 허리를 숙이자 헤르만은 휘두르듯 빠른 손놀림으로 집사에게 편지 봉투를 내밀었고, 집사는 그것을 양손으로 받아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네, 의장님.”

 

 뒷걸음질로 방을 나가는 집사를 쳐다보던 헤르만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가야 할 의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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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일제 강점기 직전 미국과 일본이 맺은 가쓰라 테프트 밀약을 모티브로 시작합니다.

저 밀약이 저항도 못하고 일본에 주권을 빼앗기게 되는 을사늑약의 시발점이 되는 유명한 사건인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이후, 동방 대륙의 이야기는 임진왜란과 나당전쟁을 모티브로 쓸 생각입니다만, 그 전에 일단 이쪽 대륙부터 쓸고 난 다음에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일제 강점기를 모티브로 작성하면 또 똑같이 독립 전쟁으로 가닥이 잡힐 텐데, 그랬다간 자가 복제가 될 테니 그러긴 싫거든요.

 

조선과 왜라는 실제 역사 속 이름을 쓴 이유는 하서국 외의 지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공식 지명이 나오면 수정할 예정입니다.

그냥 쉽게 말해서 배경, 이름, 명칭, 등은 실제와는 다릅니다. 라는 뜻입니다.

 

NPC가 아닌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의 이름을 쓰지 않고 성별만 표현한 이유는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탓인데요.

이름을 쓸 건지, 아니면 암호명처럼 직업 이름을 그대로 쓸 건지 고민중이라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무사의 이름을 길동이나 철수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무사로 쓸 수도 있겠죠. 그런 고민입니다.

그 대신 매화는 그냥 매화라 써도 괜찮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칼페온 의회에 관한 떡밥을 뿌려 봤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떡밥은 모두 노바를 위한 것입니다. 노바가 주인공이라는 건 바꾸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