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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5
2021.07.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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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7.12 22:32

 

석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검은 연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데 대략 5일이 걸렸다. 동풍을 타고 서쪽으로 흘러가는 그 검은 연기의 행렬은 마치 검은 뱀이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검은 연기가 빠져나간 석실을 개방했을 때, 에단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광경에 놀랄 수밖엔 없었다.

입구를 지나자 수많은 조각상이 세워진 기다란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것은 사람의 모양이었지만, 어느 것은 마치 새우처럼 둥근 몸에 커다란 팔과 다리가 달린 이상한 모양의 조각상이었다. 언뜻 정교하게 조각된 아름다운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조각상들에서 이상함을 느낀 건 조각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조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건 쫓기고 있었던 것 같군요.”

 

에단은 넘어진 채 왼팔을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조각상의 겁에 질린 표정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자네도 그렇게 보이나?”

“아닙니까?”

“아니, 나한테도 그렇게 보여.”

 

라피는 에단의 질문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금세라도 비명을 지를 것만 같은 그 얼굴은 분명히 도망치려는 자의 모습이었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려다 이곳에서 넘어졌을 것이다. 라피는 조각을 살피느라 살짝 숙였던 상체를 펴며 고개를 돌려 조각의 손끝이 향한 곳. 그곳에 조각된 새우 모양의 조각상을 쳐다봤다.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정교한 조각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네?”

“생각해보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곳이 무엇이었을까?”

“무덤. 이었지 않을까?”

 

부서진 돌조각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오로엔이 그 돌멩이를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덤. 벽에 세워놓은 조각상과 그 밑에 쓰인 글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꽤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이 석실을 만든 이의 사회적 지위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무질서하게 조각된 이 조각상들이다. 무덤이라면 이런 걸 왜 세웠을까? 무덤을 도굴하려는 자들을 협박하기 위해? 아니면 죽은 뒤에도 경외심을 가지게 하려고? 그렇다면 이 새우 같은 조각상은 무엇일까? 당시의 무기일까? 아니면 기록되지 않은 신화 속의 것일까?

 

“무덤이라. 신전은 어떤가?”

 

만일 이곳이 신전이라면 약간의 가능성이 있긴 하다.

신전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지옥이라는 곳을 보여주기 위한 조각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곳이 신전이라면 누구의 신전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고대 시대 이곳은 빙하가 남아있던 곳으로 벨리아부터 에페리아까지 이어진 높다란 절벽은 얼음이 떨어져 나가며 생긴 흔적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기에 얼음 땅이었던 척박한 이곳엔 신전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신전. 이라고 해도 가능성은 있겠군요.”

“무덤이라면 누구의? 신전이라면 누구의 것이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신전이 없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는 일이다. 문제는 신전이 있었다면 꼭 있어야 할 게 없단 것이다. 오로엔은 무너진 석실 입구를 다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던 것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무덤이든 신전이든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줄 비문이나 상형 문자 등이 발견되기 마련이지만,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다. 폭발로 인해 소멸했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시점에선 그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는 게 오로엔의 생각이었다.

즉, 애초부터 비문은 없다.

신전이나 무덤이라면 있어야 할 그것이 없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자렛 도몬가트님이 오셨다! 발굴팀의 리더는 나와서 머리를 조아리도록 하라!”

“자렛 도몬가트?”

 

조각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좀 더 그 표정을 확인하려 고개를 숙이던 라피는 석실 밖에서 부르는 병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에단과 오로엔 역시 석실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 라피는 조각상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손바닥을 가볍게 툭툭 털어내며 석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쏟아지는 햇살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세 명 모두 잔뜩 찡그리며 손을 들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눈이 약한 라피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까지 돌려버릴 만큼 뜨거운 햇살이 내리쪼이고 있는 밖으로 나오자 봄이 시작하며 점점 따뜻해지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자렛 도몬가트님을 뵙니다.”

 

그런 바람 너머에 서 있는 한 여자.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구불거리는 머리에 신경질적으로 날카롭게 올라간 눈과 입꼬리, 단단하게 맞물린 팔짱까지. 모든 것이 이 자렛 도몬가트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들로 보였다. 간간이 코를 자극하는 인부들의 땀 냄새와 그들이 움직이며 일어나는 흙먼지가 불쾌한 듯 자수가 놓인 접부채로 찡그린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인사는 됐다. 이 무덤의 조사는 어찌 되고 있나?”

 

표면상 발굴팀 리더인 에단이 자렛 도몬가트의 앞에 과장된 자세로 엎드리자 자렛은 그 인사를 받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손을 얼굴을 가린 접부채를 접어 자신의 옆에 선 집사의 어깨를 툭툭 치자 머리에 난 사슴뿔이 인상적인 집사가 헛기침하더니 무릎을 꿇고 앉은 에단을 향해 질문했다.

 

“석실의 모든 문을 개봉 중입니다. 곧 석실의 마지막 방도 열릴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에단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자렛이 다시 부채로 집사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들였다.

 

“이곳에 무기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찾았는가?”

“아직 무기로 보이는 건 찾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마지막 석실이 열린다면 그곳에 원하시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에단의 대답에 자렛의 눈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에단이라는 이 자는 분명 고대의 병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방을 앞둔 이 시점에 없다고 말하는 그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자렛은 자신을 돌아보며 눈치를 살피는 집사를 향해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그 뜻을 이해한 집사는 다시 에단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덤에 무기가 없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애초에 무기가 있어도 관리가 되어있지 않기에 쓸 수 있을 리 없을 텐데.

겉으로 말할 수 없는 생각을 곱씹으며 에단은 대답했다.

 

 

 

세렌디아와 발레노스가 세렌디아 산맥 인근에서 무덤 발굴작업을 진행 중이다.

폐성터의 알 룬디가 봉기했다.

 

하이델의 시안 상단이 보내온 이 두 가지 소식을 받은 헤르만 페레시오의 기분은 좋아졌다. 그동안 세렌디아와 발레노스 간의 거래를 확인할 물증을 찾을 수 없었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혹은 지역 간의 공동 발굴작업이라는 건 걱정할 것도 없는 일이라지만 상대가 세렌디아와 발레노스라면 상황이 다르다.

공동 발굴작업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일 수도 있다. 옛 무덤을 발굴한다는 명목하에 군을 주둔시킨다면 그렇지 않아도 눈엣가시인 서부 경비 캠프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정말 순수하게 발굴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다. 진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의심만으로도 그들의 목을 얽어 맨 목줄을 좀 더 단단하게 조을 수 있다.

 

“그 무덤에 뭐가 있는지 알아낸 것이 있느냐?”

“석상 만이 가득했다고 하옵니다.”

“석상 말이냐?”

“네. 그렇사옵니다.”

 

석상.

석상뿐이라면 정말 발굴을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럼 안 된다. 그러면 명분이 서질 않는다.

 

“크루시오에게 측근을 붙이라는 명령은 어찌 됐느냐?”

“도몬가트 경이 휘화의 시종의 수를 줄이는지라 여의치가 않사옵니다.”

“그걸 해결하라고 보낸 것 아니냐!”

 

헤르만의 역정에 보고하던 시안 상단의 상인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듯 엎어져 머리를 땅에 박으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러자 그 상인의 사지가 마치 한겨울의 북풍을 마주한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잘못했습니다. 곧 꼬리를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잘못을 빌자마자 헤르만의 입에선 더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분을 삼키지 못한 그의 손은 의자의 팔걸이를 부숴버릴 것처럼 힘껏 쥐었다. 뿌득! 뿌득! 팔걸이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에 엎드려 있던 상인은 오로지 소리만으로도 기가 죽어 한층 더 몸을 둥글게 말아버렸다. 마치 풍뎅이처럼 몸을 마는 그 모습에 헤르만은 긴 한숨과 함께 양 손의 힘을 풀었다.

 

“명심하라. 5일의 유예기간을 주겠다. 그 안에 정보를 캐와라. 알겠느냐?”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상인은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대답했다. 그러자 그제야 헤르만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리곤 의자 팔걸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떼 뒤집었다. 그러자 의자 팔걸이에 손등을 붙여 놓은 그 손바닥에는 가죽에 싸인 작은 줄톱 여러 개가 톱밥을 잔뜩 묻힌 채로 손바닥에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반대쪽 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보며 헤르만은 티나지 않게 미소지었다.

애초에 화가 난 것도 아니긴 했다. 그저 화가 난 것처럼 연기했을 뿐이다. 이 가죽에 싸인 줄톱은 그저 연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이용했을 뿐이다. 잘 먹혀 들었으니 계획은 성공한 셈이다.

 

“늦었다간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전하라.”

“네, 의장님.”

 

상인은 어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서둘러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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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진 대략 1회 분량으로 한컴 기준 8~9쪽 분량을 연재했었습니다만, 이번 분량은 그 중 1/3을 더 쓰지 않아 내용이 짧습니다.

 부족한 분량은 수요일 연재분에 추가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비번이 자꾸 틀리다고 해서 게임 속에 못 들어가서 확인을 못한 탓에, 자렛 누님의 옆에 따라 다니시는 분의 성함은 그냥 '집사' 가 되었습니다.

 해킹 당한 건 아닌 건 확실한데, 자꾸 틀리니 접속하기가 싫네요. 덥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4~5번 접속 시도 끝에 그냥 집사라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