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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사막 팬픽 - 광대들
2021.08.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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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8.18 11:52

 조르다인의 뒤에 서 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 진 잘 알고 있다. 아마 즐거워하며 웃고 있겠지. 반역자를 용서하지 않는 조르다인과 여섯 자매 중 그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렉시가 만났다.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고.

 제임스는 한숨을 마른 침과 함께 억지로 삼켰다.

 

“누가 시켰지? 칼페온인가?”

 

 조르다인은 꼰 다리를 풀며 의자에서 등을 떼고 좌우 무릎 위에 두 팔꿈치를 대며 상체를 렉시를 향해 숙였다. 그 동작 하나하나는 승자의 여유와 패자의 불안을 모두 안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에 반해 질문을 받는 렉시의 표정은 여유라는 감정이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질문하는 조르다인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독립이라고? 그게 가능할 거로 생각해?”

 

 조르다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노골적으로 아픈 곳을 찌른다. 제임스는 렉시가 질문하는 순간 조르다인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짧은 순간, 렉시의 질문에 조르다인의 어깨가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불쾌할 것이다.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이 흔들릴 것인가? 감정이 흔들린 조르다인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한 괜한 기대가 생겼다.

 

“칼페온은 어디까지 알고 있지?”

“칼페온의 병력이 얼마라고 생각해? 응? 알고 있긴 한가?”

 

 격양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조르다인의 목소리가 한없이 차갑게 식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감옥소장 두르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감정의 변화는 뚜렷하게 드러났지만, 그것은 오히려 공포이자 두려움을 깨운 결과였을 뿐이다. 지금껏 이 감옥에 수없이 많은 정치 사범과 매국노를 잡아 가두고 그들을 고문해왔던 조르다인이 도발에 걸려들 것이란 기대가 너무나 안일했단 것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렉시 역시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 조르다인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하자 오히려 능글맞게 변했다. 어떤 형태로든 상대가 감정의 변화를 보였다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언제부터 하이델에서 활동했나? 시안 상단인가?”

“작전을 잘 세운다고 병력 차이를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너무 안일한 거 아냐?”

 

 조르다인은 정체를 물었고, 렉시는 조르다인의 질문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그의 속을 긁는 질문을 쏟아낸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조르다인의 얼굴은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불쾌할 만큼 비웃는 렉시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건 감정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등을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치 떼쓰는 아이처럼 서로를 향해 자신의 말만 쏟아내는 그 모습은 어쩌면 유치해 보이기까지도 했지만, 서로에게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건 아니다. 서로의 신경을 긁어 누가 먼저 자신의 논점을 내려놓고 상대의 논점에 휘말려들 것인지를 노린 말싸움이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아픈 곳을 집중적으로 찌르는 렉시를 상대로 조르다인이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후.”

 

 그리고 그 예상대로 조르다인이 먼저 한숨을 내뱉었다. 차갑게 식었던 목소리도 조금은 짜증을 담기 시작했다.

 말싸움인 이상 질문하는 쪽보다 아픈 곳을 쿡쿡 찌르는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엔 없는 싸움이었다. 승기를 잡았다는 듯 렉시의 표정이 부드럽다 못해 밝아졌다.

 

“칼페온은 뭘 하고 있지? 왕이 죽고 혼란에 빠진 게 아닌가? 전쟁을 준비 중인가?”

“전쟁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하이델이 뭘 할 수 있지?”

“의회가 군을 점령한 건가?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할 수 있나?”

 

 그러나 조르다인도 쉽게 물러나진 않는다.

 물러나면 원하는 걸 얻지 못했고, 고문은 시기상조였다. 알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캐낸 뒤에 시작해야 좀 더 양질의 정보를 캐낼 수 있다는 걸 조르다인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질 거야. 안 그래? 너도 잘 알잖아?”

“어디 출신이지? 빈민가? 요즘도 들개만 한 쥐가 다니나?”

 

 신분을 묻는 조르다인의 질문에 처음으로 렉시가 입을 다물었다. 웃고 있던 얼굴도 굳어졌다. 불쾌함까지 보이는 굳어진 얼굴은 이내 바닥을 향해 기울어졌다. 우는 것처럼 푹 숙인 고개가 쉽게 들리지 않는다. 렉시의 변화에 확신이 든 조르다인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끼니때마다 그 쥐를 구워 먹는다던데, 정말인가?”

 

 말을 잠깐 멈춘 조르다인은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는 렉시를 향해 “응?” 되물으며 귀를 가까이 대는 시늉을 했다. 그러며 드러난 옆얼굴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모든 심문의 첫 시작을 알리는 이 순간만큼 즐거운 순간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즐긴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렉시의 어깨가 들썩였다. 정말로 우는 건가? 렉시가 울고 있다고 확신한 조르다인이 질문을 이어가려 다시 입을 얼었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그러나 말은. 아니, 웃음은 조르다인이 아닌 렉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한 렉시를 본 조르다인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이들이 놀란 눈이 되었다. 단 한 명, 제임스만이 티 내지 않도록 노력하려는 듯 올라간 입꼬리를 힘껏 끌어 내려야 했다. 현재는 광대로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직업이지만, 본래는 연극배우 출신이었던 그녀다.

 그런 렉시에게 겁먹고,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연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너희는 졌어. 헛된 꿈만 꾸다가 그렇게 죽겠지. 축하해. 아직 젊은데, 그렇게 떠나게 된다니.”

 

 웃음을 멈춘 렉시는 광기에 휩싸인 사람처럼 조르다인을 매섭게 노려보며 예언자라도 된 것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린 렉시에 놀란 탓에 대응하지 못한 사이 한여름 장마철 폭우처럼 쏟아내듯 욕지기를 내뱉기 시작하자 그 소리를 모두 듣고 있어야 했다.

 

“콜록! 콜록! 콜록!”

 

 흡!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한 제임스가 웃음을 삼키다 사레 걸려 기침했다. 그 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조르다인이 제임스를 노려보듯 돌아보더니 뒤늦게 천천히 모든 말과 행동을 멈춘 렉시를 돌아봤다. 그 눈빛엔 살기만이 가득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은 극심한 추위를 경험하는 자의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사람일 뿐이다.

 아무리 무서운 자라 해도 결국 사람은 사람일 뿐, 감정을 억누를 순 있어도 감정을 없앨 순 없는 일이다. 그게 이렇게 쉽게 드러날 줄은 몰랐을 뿐.

 

“지금!”

 

 쾅!

 조르다인이 렉시를 향해 화를 내려는 순간, 천둥보다 조금 큰 굉음이 지하 감옥을 흔들었다.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천장의 흙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흔들리자 감정이 격양되었던 조르다인마저도 하던 말을 멈추고 흙이 떨어지는 천장을 올려다봤을 정도였다.

 갑작스레 발생한 폭음과 진동이 잦아들자 조르다인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로비를 돌아보며 간수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확인해 보겠습니다!”

 

 얼굴 못지않게 목소리마저도 짜증이 가득 섞인 말투로 외치자 당황한 얼굴로 멀뚱히 서 있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조르다인에게 경례하더니 곧장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불이야!”

 

 누군가 외쳤다. 그 외침과 함께 계단을 타고 뿌연 연기가 흘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계단을 덮은 것으로도 부족해 금세 지하 감옥 바닥을 덮기 시작하는 뿌연 연기에 놀란 병사들이 계단을 오르지도 못하고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게 보였다. 죄수라 해도 정당한 법의 처벌이 아닌 이유로 죽임을 당하게 할 순 없기에 조르다인의 명령과 죄수들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본연의 임무에서 아주 잠깐 머뭇거린 것이다.

 제임스의 입가에 아주 잠깐 미소가 스쳤다. 드디어 탈옥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불? 불?”

“불입니다!”

 

 제임스가 불? 이라며 되묻듯 외치자 계단을 오르려던 병사들이 화답하듯 대답했다. 그러자 그제야 감옥소장 두르와 조르다인 모두 정신을 차린 듯 발목까지 차오른 짙은 연기를 쳐다보더니 벌떡! 조르다인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서 피하십시오.”

“젠장.”

 

 감옥소장 두르의 말에 조르다인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감옥 안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렉시를 노려봤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이대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듯. 그런 감정을 품은 그 미소에 조르다인은 아주 잠깐 고민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발목을 넘어 종아리로 점점 연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콜록! 콜록!”

“시종장님!”

 

 그러자 키가 작은 감옥소장 두르가 연기를 들이마신 듯 기침을 시작했고, 제임스는 다그치듯 조르다인을 불렀다. 고민할 새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생각할 시간 대신 충동적이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했다. 생각이 많아지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했다.

 

“이 문을 열어라. 이 자는 내가 직접 호송하겠다. 다른 놈들도 감옥 밖으로 옮겨라.”

“네! 시종장님. 콜록! 콜록!”

 

 조르다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침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병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열쇠를 쥐고 헐레벌떡 뛰어온 병사는 기침하느라 명령을 내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손짓으로 문을 가리키는 감옥소장 두르의 명령에 맞춰 렉시가 갇혀 있는 감옥의 문을 열었다.

 

철컹! 끼이잉!

 

 경칩이 빠지는 듯 큰 소리가 지하실을 울렸고, 그 직후 끼이잉! 서로를 긁어대는 쇳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익숙하다면 익숙하겠지만, 온몸의 신경을 뒤집어버리는 것처럼 불쾌한 그 소리에는 감옥소장 두르와 병사는 물론이거니와 제임스마저도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어휴, 귀야.

 고막을 찢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제임스는 언뜻 스쳐 지나간 믿지 못할 광경에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창살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짓는 두 남녀가 있었다. 언뜻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 같기도 한 그 모습은 그저 단 한 순간도 지기 싫은 두 남녀의 자존심이 만들어낸 광경이었다.

 진짜, 대단하다. 이것들.

 

“남은 자들은 너희가 호송하도록 하라.”

“네, 시종장님.”

 

 등을 꼿꼿하게 편 채로 느린 걸음으로 옥방을 걸어 나온 렉시가 병사 앞에 자유로운 두 손을 내밀자 간수가 그 렉시의 손목에 나무로 만든 쇠고랑을 채웠다. 철컥! 철컥! 쇳덩이가 용접된 묵직한 나무 수갑이 렉시의 손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손목에 긁히는 상처를 만들었지만,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조르다인을 노려보는 눈은 물러나는 기색이 없었다.

 설마, 반한 건 아니겠지?

 조르다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렉시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 제임스는 의심의 눈초리로 렉시를 쳐다봤지만, 수갑에 달린 사슬을 간수에게서 건네받은 뒤에는 군말 없이 앞서서 걸어 나가는 조르다인의 뒤를 쫓아 감옥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한밤중임에도 점점 밝아져 오는 지상에선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환한 불빛과 고성에 밖을 살피던 조르다인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냈다. 옛날 생각이라도 나는 건가? 그런 조르다인을 쳐다보며 그렇게 생각한 제임스가 지상으로 나온 순간, 후끈! 차가워야 할 바람이 아닌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몸을 덮쳤다.

 

“생존자를 찾았다!”

“물수레는 왜 안 와!”

 

 열기와 함께 덮치듯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자 가장 먼저 무너진 건물과 그 잔해를 들어내며 생존자를 찾는 병사들이 보였다. 병사들 너머에는 무너진 건물 위로 치솟는 불길이 보였다. 지하 감옥이 흔들렸던 이유와 열기의 정체, 그리고 소란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작전대로라지만, 적정선이라는 걸 모르냐?

 그렇지 않아도 탈옥수가 두 명이나 생길 예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이델 전체가 나서서 자신들을 쫓으려 할 텐데, 이 정도로 큰 인명,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면 추적자의 수가 더 늘어날 건 당연한 일이다. 골치 아프게 됐다. 타닥! 조르다인을 향해 달려드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갑옷을 입은 한 명의 병사가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드는 게 보였다.

 

“시종장님!”

 

 제임스는 급하게 외치며 잡고 있던 사슬을 놓고 조르다인을 향해 달려들어 그를 안고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바닥에 엎어지는 순간, 칼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며 머리카락에 바람을 일으켰다. 이미 수없이 많은 연습을 통해서 모든 행동이 이뤄지는 시간과 동작을 맞췄다지만, 아슬아슬했다는 건 과장이 아니었다.

 젠장, 웬즈! 아무리 짜인 각본이라지만, 위험하잖아!

 

“뭐 하는 짓!”

“괜찮으십니까?”

 

 다짜고짜 달려들어 끌어안으며 엎어뜨리기까지 하자 조르다인이 화를 내며 제임스를 밀쳐냈다. 이미 칼까지 뽑아 들었기에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상황에서 훼방을 놓은 제임스에게 화가 난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는 조르다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이미 달려들었던 병사들은 다른 병사들의 틈바구니로 도망친 뒤였다. 급하게 고개를 돌려 렉시가 있었던 곳을 돌아봤을 땐, 렉시 역시 모습을 감춘 뒤였다. 아주 짧은 시간. 엎어졌다 일어나는 그 짧은 시간에 렉시를 포함한 네 명의 괴한이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다.

 동작 한번 빠르네. 언제나 그렇지만 참으로 빠르다.

 

“그자! 그자는 어디!”

“사라졌습니다.”

“뭐? 놓쳤단 말이냐!”

 

 분노한 조르다인의 외침이 귀를 쑤시고 들어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병사들마저도 행동을 멈추고 조르다인과 제임스를 돌아봤을 정도였다. 시선이 자신들에게 몰렸다는 걸 눈치로 알게 된 조르다인은 그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전원! 투구를 벗고 얼굴을 보여라! 자신의 옆에 있는 자가 아는 자인지 서로를 확인하라!”

 

 조르다인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몇몇 머뭇거리는 자들이 있긴 했지만, 모든 병사가 투구를 벗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구를 벗은 뒤에는 조르다인의 명령대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듯 누구 하나 뚜렷한 반응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벌써 도망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 지하 감옥에 남은 진짜 목표물만 탈출시키면 되는 건가?

 제임스는 이 작전을 하게 된 이유가 떠오르자 힐끔 지하 감옥을 돌아봤다.

 

“지하 감옥에 무슨 일 있나?”

“아, 아닙니다. 그게. 아무래도 올라오는 게 늦어지는 것 같아서.”

 

 자신이 지하 감옥을 쳐다보는 걸 조르다인이 눈치채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제임스는 조르다인의 질문에 당황하며 대답했고, 그 순간, 자신이 크나큰 실수를 범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지하 감옥을 뒤늦게 떠올린 조르다인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지하 감옥을 쳐다봤다.

 그리곤 칼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게 보였다.

 

“죄수가 탈옥했다! 한 놈은 너희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한 놈은 죄수 복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서 찾아라!”

“네!”

 

 조르다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몇 명의 병사들이 창을 앞세워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에 도망친 웬즈와 렉시의 안부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 직후 들려온 명령에는 고개를 돌릴 수밖엔 없었다.

 

“감옥으로 간다!”

“네!”

 

 제임스는 이미 탈출했을 테지만, 누구든 남아있는 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르다인의 명령에 대답하며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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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을 알릴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가 끝났습니다.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이의 정체는 조만간 밝혀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