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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광대들 4
2021.09.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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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9.13 01:02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이델에서 수정을 파는 상인 도라 폰티는 오전에 다녀간 상인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막을 건너왔다는 그 청년 상인은 봇짐에서 수정 몇 개를 꺼내 헐값에 가까운 값에 팔면서 사막으로 돌아가 팔만한 보석이나 수정이 있는지 물었고, 도라 폰티는 무역을 하려면 무역상을 찾아야 할 것이라 알려줬다.

 

“무역상은 이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을 겁니다.”

“오른쪽이요? 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더니 힘겹게 봇짐을 들쳐메고 어정쩡한 걸음으로 무역상을 찾아가는 그 청년의 뒷모습에서 도라 폰티는 불과 몇 개월이었을 뿐이지만, 자신도 봇짐을 들쳐메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던 그때를 떠올렸고, 그에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잠깐만요!”

“네?”

“거기서 사면 비쌀 거예요. 더 싼 곳을 알려드릴게요.”

“네에.”

“잠깐 이리 와보세요.”

 

 쭈뼛거리며 다가온 그 청년을 가게 뒤쪽 창고로 끌고 간 도라 폰티는 하이델 상인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한가지 비밀을 알려줬다. 그것은 하이델의 북쪽에 임프들이 모여 사는 광산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좋은 수정을 싼값에 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본래는 싼값에 구매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광산 임프들과 협상이 진행되며 그동안 임프들만 가지고 있었던 광산 개발권의 독점력이 사실상 사라져버려 광산에서 채굴되는 광물을 싼값에 매입할 수 있게 되기 시작했다. 그 대신에 하이델의 대장간에서 꾸준히 질 좋은 곡괭이와 삽 등 채광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싼값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어찌 됐든 상호 도움이 되는 협상이긴 했다.

 물론 겉으로는 아직 협상 단계일 뿐이기에 대놓고 거래할 순 없지만, 하이델의 상인들은 벌써 조금씩 그 협상의 효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임프에게서 구할 수 있단 건가요?”

“웜스베인이라는 드워프가 그곳 경비 캠프의 관리인인데, 그에게 말하면 임프와 연결해줄 거예요.”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임프라는 말에 얼굴이 굳어지며 주춤했던 청년은 도라 폰티가 드워프를 통해서 연결하면 된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다시 얼굴 근육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프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겪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괜히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그 대신 잼카스 웜스베인의 그 험상궂은 얼굴을 떠올리곤 지금 필요한 건 질문이 아니라 그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걸 떠올렸다.

 

“신원이 필요하다면 도라 폰타. 잊지 말아요. 제 이름이에요.”

“네, 정말 고맙습니다.”

 

 말이 끝날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져 한층 더 그가 안쓰럽게 보였다.

 

“봇짐을 메고 다니기 힘들죠?”

“네, 그래도 이렇게 다니며 돈을 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있었죠. 제 가게를 원해서 했었는데.”

 

 청년이 등에 멘 봇짐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 양손으로 끈을 잡은 채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이쿠, 무거울 텐데, 어서 가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그 모습에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그에 그를 향해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어서 가보라 인사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은 그 청년은 발길을 돌려 북으로 가기 위해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고, 도라 폰티는 그런 청년의 등 뒤에 대고 인사를 하며 손을 저었다.

 딸랑! 문이 열리며 들린 경쾌한 울림에 도라 폰티는 회상을 접고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세요!”

 

 오후가 시작하고 드디어 또 한 명의 손님이 수정 가게로 들어서고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

 황금 두꺼비 여관을 들어서는 여자를 본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새하얀 판금에 노란 구리로 장식하고, 청동으로 그림을 그렸다. 거기에 붉은색으로 염색된 곰 가죽 망토를 등에 걸친 그 모습은 어느 귀족 자제의 외출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병정놀이에 맛 들인 철없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그 여자였지만, 그 여자가 여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1층 식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여자가 등 뒤로 메고 있어 뒤늦게 보인 커다란 도끼를 본 뒤에는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보기만 해도 상대하고 싶지 않을 만큼 커다란 도끼를 등에 메고 안으로 들어온 그 여자는 이런 시선들이 익숙한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여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저, 그거 아냐?”

“뭐?”

 

 문 앞쪽에 있던 이들 중 한 명. 존이 손가락으로 들어온 여자를 가리키며 옆의 일행 폴에게 소곤거렸다. 그러자 폴은 눈을 찡그리며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고, 그러자 처음 말을 꺼낸 존이 폴의 어깨를 가볍게 여러 번 치며 기억을 상기시키려 애썼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 그거 있잖아! 남쪽에 산다는 그, 그. 야만족.”

“아! 그 불을 수호한다. 던가. 뭐라. 던가. 그거?”

 

 그러나 생각나지 않는 건 폴도 마찬가지인 듯 대략의 정보만 말할 뿐, 정작 이름은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뜻은 통했단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존은 한 번 약하게 탁자를 내려친 뒤, 살짝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거! 맞는 것 같은데, 거인족 못지않게 큰 키에 자기 몸집만 한 커다란 도끼, 곰 가죽.”

“에이, 그, 키가 아닌데, 뭘.”

 

 폴이 부정하자 손을 여러 번 힘차게 휘저었다. 그 손짓과 표정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아냐! 키는 작을 수 있지. 하지만 저 도끼랑 곰 가죽을 봐. 저런 걸 누가하고.”

“잠깐, 불여우에게 가는데?”

 

 자기 생각이 부정당했단 사실이 불쾌한 듯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존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을 때, 일행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으며 가디언이 향하는 곳을 가리켰다. 그의 말처럼 여관으로 들어온 여자는 주저함 없이 이소벨 엔카로샤를 향해 곧장 걸어가 멈춰 섰다. 그러자 이소벨이 무슨 일이냔 표정을 지으며 그 여자. 가디언을 올려다봤고, 시안 상단의 일원이자 이소벨의 최측근이자, 이소벨의 경호원인 포비오스가 이소벨 앞으로 나서서 가로막았지만, 이소벨은 여자의 말에 포비오스를 물러나게 했다.

 

“뭐야? 불여우랑 뭔데? 왜 그래?”

 

 두꺼운 회색의 천을 치마 위에 두르고 까마귀 날개깃으로 만든 검은 부채를 손에 쥔 이소벨 엔카로샤는 하이델 영지민들에게 불여우로 통한다. 영주인 크루시오 도몬가트와 영주의 시종이자 시종의 우두머리인 조르다인 듀카스를 유혹해 시안 상단의 배를 불리고 있단 소문까지 도는 마당이니 괜한 말은 아니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하이델의 영주민들은 현 영주와 시종장을 싫어했고, 싫어하는 만큼 시안 상단도 증오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불여우를 향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적의가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저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이 더 커졌다.

 

“뭐라고 해?”

“조용히 해봐.”

“쳇! 젠장.”

 

 불여우와 마주 선 가디언은 마치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것처럼 인사도 생략한 채 입을 열었다. 큰 목소리는 아니라 잘 들리지 않지만, 가디언이 말을 하자 불여우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지는 걸 보니 무언가 심각한 대화를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인상까지 찌푸리며 집중하고 있는데, 폴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묻자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며 대답했고, 그러자 폴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앞에 있던 술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폐성터?”

“폐성터?”

 

 그러나 이내 집중해서 듣던 존의 입에서 폐성터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호기심이 다시 동한 폴이 안주를 집어 먹던 손을 멈추고 불여우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 순간, 커다란 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에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 벽의 정체가 무엇인지 훑어봤다.

 파란색으로 염색된 가죽 갑옷에 급소마다 철판을 덧댄 갑옷을 입은 모히칸 스타일 머리를 한 험상궂은 인상의 자이언트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여우 이소벨 엔카로샤의 최측근이자 경호원인 포비오스였다. 중간을 제외하곤 다 밀어버린 것과 대조적이게도 코 아래부터 턱 전체를 덮은 포비오스의 갈색 수염을 본 뒤에야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여관을 서둘러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깨달았다.

 

“자리를 비켜주게.”

“네, 네. 그러죠.”

“알겠습니다.”

 

 부탁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누가 들어도 협박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차갑고 묵직했다. 그에 기가 눌린 둘은 꼬리를 만 강아지처럼 존과 폴은 서둘러 맥주가 담긴 유리컵을 들고 일어나 다른 이들처럼 여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뒤를 쫓아온 포비오스는 험상궂은 얼굴로 여관 밖에 모인 사람들을 날카롭게 하나하나 노려보더니 이내 문을 닫아 잠가버렸다.

 

“진짜 뭐냐?”

“난 그냥 갈란다.”

 

 문이 닫히고 포비오스의 험한 인상이 더는 보이지 않자 용기를 낸 존이 툴툴거렸다. 그러나 새하얗게 질린 폴은 달랐다. 폴은 이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여관 앞에 모인 인파를 헤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자 존이 폴의 팔을 잡아당겼다.

 

“뭐? 야! 겁먹었냐?”

“겁? 넌 저게 무섭지도 않냐?”

 

 존의 놀리는 말투에 짜증과 분노가 뒤섞인 눈으로 노려본 폴은 존의 손을 힘껏 뿌리치더니 인파 속으로 뒤섞여 들어갔다.

 

“야! 왜 그래!”

 

 그러자 존은 어이없다는 듯 폴을 불러 세웠지만, 폴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급한 볼일이 있는 사람처럼 인파에 뒤섞여 모습을 완전히 감춰버렸다.

 

“야!”

 

 존은 폴을 다시 불렀지만, 이미 인파 속으로 모습을 감춘 폴을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자 존은 술기운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훈련장으로 연결되는 성벽을 올려다봤다. 삐쭉 튀어나오도록 입술을 길게 내민 채 성벽을 올려다보는 존의 눈매가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도 가자.”

 

 술을 마셨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뒷머리를 긁으며 성벽을 향해 걷는 존의 걸음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훈련장의 남쪽 건물의 2층.

 영주인 크루시오 도몬가트가 업무를 보는 그곳에 시종장인 조르다인 듀카스가 방문한 건, 조금 전, 그를 찾아온 이가 보고한 가디언에 관한 내용 때문이었다.

 

“가디언이, 그 설국의 용사가 시안 상단을 만났단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전하.”

“무슨 이야기를 했다 하더냐?”

 

 조르다인 듀카스는 영주인 크루시오 도몬가트를 전하라 불렀지만, 크루시오는 잘못된 말을 지적하긴커녕 무슨 보고를 받았는지 독촉했다. 그러자 조르다인 듀카스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듯 고개를 깊숙히 떨구며 대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으나 폐성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폐성터? 설마 토벌대를?”

 

 아니, 토벌대를 편성하려 했다면 좀 더 노골적으로 해도 될 것이다.

 칼페온에서 병력을 끌고 오던지, 용병을 모집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크루시오를 협박해 군을 편성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동안 도벌대를 편성해 토벌하라는 칼페온의 말만 전달했을 뿐,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한 적이 없었던 시안 상단이었다. 적어도 오늘까진 그러했다. 그런 시안 상단에 남쪽 설국의 용사가 찾아와 토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다.

 

“확실한 건 없지만, 확인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지.”

 

 조르다인의 말에 크루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어떤 일이든 정보를 받았으면 할 일은 하나다. 그 정보를 확인하는 것.

 

“그 가디언이라는 자를 조사해봐라.”

“감시를 붙이겠습니다.”

“알고 있겠지만.”

“주의를 기울여 조심하겠습니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던 크루시오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앞에 엎드린 조르다인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 속삭였다. 그러자 조르다인은 그런 크루시오를 향해 더 깊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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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은 추후에 다른 이야기에서 진짜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하이델 사람들은 아직 가디언을 직접 본 적은 없고, 모두 그 외형을 설명한 그림이나 소문만 들었을 뿐이라는 설정이라 어설픈 변장임에도 시안 상단은 물론이거니와 하이델의 영주까지 속일 수 있었다. 라는 설정을 만든 후 작성한 글이라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단서를 풀면서 동시에 회수하며 지나갑니다. 뭘 하긴 했냐? 하실 텐데, 하고 있긴 합니다.

 

 슬슬 기초 공사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음 화 이후부턴 하이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예정이고, 이야기도 점점 풍부해지겠죠. 아껴두고 있는 전투신도 조금씩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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