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리마스터

잠시 후 검은사막이 시작됩니다.

게임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게임 시작을 위해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이미 설치가 되어 있다면 곧 게임이 실행됩니다.
자동으로 런처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설치되어있는 런처를 직접 실행해 주세요.

설치 가이드

1 다운로드한 BlackDesert_Installer_KR.exe를 실행하여 검은사막 런처를 설치해 주세요.

2 설치가 완료되면 게임을 시작해 주세요.

커뮤니티

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광대편 6
2021.09.17 00:50
440 0
최근 수정 일시 : 2021.09.17 00:50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도망치는 여자와 그 여자의 뒤를 쫓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이 골목을 누빈다. 그 모습은 누군가에겐 두려움을,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누군가에겐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지만, 단 한 명. 피투성이가 된 채 도망치는 여자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저자가 동료입니까?”

 

 그것은 하이델에 고립되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해 변장을 하려 물색해놓은 어느 건물 다락방에 기어들어 왔던 프셰니였다. 몰래 기어들어 오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가방을 열고 분장 도구를 꺼내려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남자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칼과 방패만으로 무장한 그 남자는 다락에 올라오자마자 프셰니에게 칼을 겨누었지만, 그 순간, 밖에서 들려온 소란에 프셰니는 물론이거니와 남자 역시 서로를 잠시 잊고 도망치는 나첼니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요.”

“그렇군요.”

 

 전형적인 군인이란 느낌의 남자는 왼손에 길쭉한 방패를 앞세워 든 상태로 오른손에 칼을 쥔 채로 자세를 잡고 선 채로 프셰니를 노려보며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임에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이곳이 실내라는 점은 아니었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마치 현악기의 울림통처럼 그 소리를 울렸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이다. 남자의 저음의 목소리는 남자가 쥔 방패보다 무겁고, 칼보다 날카로웠고, 그것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프셰니도 겁을 집어먹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고양이 앞의 생쥐가 된 심정으로 엉겁결에 대답한 프셰니를 본 남자는 확신이 생긴 듯 다리를 넓게 벌리고 방패 뒤로 몸을 숨기면서 방패의 위로 칼끝을 올려 마치 총으로 조준하듯 자세를 잡았다.

 

“그럼, 당신들이 맞겠군요.”

“무기도 없는 여자와 싸울 생각인가요?”

“여자, 말입니까?”

 

 무기만 없으면 그저 평상복을 입었을 뿐인 남자가 싸울 준비를 끝내자 프셰니는 가방에서 철판이 박힌 장갑을 꺼내 착용한 뒤, 가방을 내려놓고 빈 양손을 들어 보이며 비무장 상태라는 사실을 알리는 한편, 시간을 끌기 위해 농담을 던졌지만, 남자의 표정이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프셰니를 경계하는 눈으로 노려봤다.

 젠장, 농담도 안 통하는 사람인가?

 프셰니는 두 손을 든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향해 자신의 손목을 겹쳐 내민 뒤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며 행동만이 아니라 항복하겠다는 의사 역시 명확하게 언어로 밝혔다.

 

“좋아요, 알겠어요. 항복하죠. 대신 안전은 보장해줘요.”

“전 당신들을 체포할 뿐,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은 아닙니다.”

 

 프셰니가 천천히 다가오자 남자는 더더욱 경계하며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젠장,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놈은 또 처음 보네. 프셰니는 영주의 사병처럼 보이는 남자의 경계 가득한 태도에 짜증이 났지만, 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무장한 남자를 상대하기엔 좀 더 가까이 갈 필요가 있었다.

 천천히 다가서며 조건을 제시했다.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가 틈을 보이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인 듯 남자는 또다시 굵은 목소리로 프셰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분하게 대답할 뿐이다.

 

“그래도 소개는 해줄 수 있겠죠?”

“없습니다.”

 

 남자의 대답에 프셰니는 김이 샌 얼굴로 천천히 다가가며 다시 물었지만, 남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빈말이라도 해주겠다고 하면 어디 덧나나?

 

“이럴 땐, 빈말이라도 해주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역량을 넘는 일까지 도와줄 순 없는 거 아닙니까?”

“아,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건가요?”

 

 프셰니의 질문에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는 약속해 줘야, 그래야.”

 

 투덜거리면서도 남자를 향해 걷는 걸 멈추지 않았던 프셰니는 어느새 남자의 갈색 눈동자를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만일 저항했으면 이곳까지 가까이 올 수도 없었던 프셰니는 그제야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그때야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다가오는 걸 제지하지 않았던 남자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순순히 체포당하지!”

 

 프셰니는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당황한 남자가 방패를 급하게 후려쳤지만, 이미 그곳에 프셰니는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오른쪽에서 들려온 프셰니의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얼굴을 향해 빠르게 날아드는 프셰니의 발이 있었다.

 

“흡!”

“아!”

 

 당황한 남자가 상체를 뒤로 젖히며 고개를 급하게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 순간 프셰니의 가죽 신발이 남자의 코끝을 스치며 빠르게 지나갔다. 급하게 숨을 멈추는 남자와 프셰니의 아쉬움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아슬아슬하게 발을 피한 남자가 자세를 잡으려는 듯 왼발을 뒤로 빠르게 빼며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의 칼을 프셰니를 향해 힘차게 휘둘렀다.

 부웅! 칼날이 수직으로 꼿꼿이 세워진 다리를 향해 내리꽂혔고, 그를 본 프셰니는 아쉬움을 삼킬 새도 없이 급하게 다리를 바닥으로 내리며 바닥을 짚고 있던 왼손을 힘껏 밀어 상체를 세웠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다. 도망치는 다리와 그 다리를 쫓는 칼. 그리고 그 다리를 구하기 위해 올라오는 상체. 그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벌어지고 있었다.

 

“악!”

 

 퍽! 소리와 함께 나무 바닥에 칼이 내리꽂혔지만, 그곳에 프셰니의 다리는 없었다. 상체를 일으키며 한층 더 빠르게 내려간 다리는 프셰니가 바닥을 짚고 일어서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기회가 찾아왔다. 그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프셰니는 곧바로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 순간, 비명이 튀어나온 건 프셰니의 입이었다. 주먹이 남자의 단단해 보이는 얼굴에 막 닿으려는 순간, 얼굴이 더 빠르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 순간, 가슴을 가격하는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프셰니는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는 걸 느꼈다.

 세모난 천장 지붕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아주 긴 시간 공중을 나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자유의 의미가 남자가 어깨로 자신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은 뒤에야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윽!”

 

 엉덩이가, 허리가, 어깨가, 머리가, 차례대로 딱딱한 물체에 부딪혔고, 그에 참지 못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박자를 맞추듯 부웅!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얼굴을 찡그렸던 프셰니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뒤로 한 바퀴 급하게 몸을 굴렸다.

 구르며 일어나기 무섭게 퍼걱! 나무가 부서지며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다 못해 절인 인간이냐! 급하게 일어나자마자 바닥을 부쉈던 칼을 다시 뽑는 걸 본 순간, 프셰니의 입에선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남자가 칼을 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프셰니의 왼쪽으로 힘껏 내리긋는 광경을 본 순간, 그런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오른쪽으로 급하게 몸을 날렸다. 싹둑! 머리카락 끝이 잘려 나가는 게 느껴졌다.

 

“젠장!”

 

 급하게 구른 뒤 다시 일어난 프셰니는 이번엔 허리를 노리고 옆으로 날아드는 칼을 보곤 쇠가 박힌 장갑을 낀 손으로 그 칼을 막으면서 붙잡았다. 퍽! 손이 잘릴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굳이 장갑을 벗어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피멍이 들었을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칼을 붙잡히자 잡아당겼고, 그에 붙잡은 칼을 빼앗기지 않으려 힘을 꽉 주고 있던 프셰니는 남자의 몸쪽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 순간, 남자의 발이 프셰니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노리던 순간이다. 프셰니는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 발을 피해 몸을 급하게 돌리며 그 남자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곤 두 팔에 힘을 주고 남자의 다리를 마치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힘껏 휘둘렀다.

 

“윽!”

 

 다리를 붙잡힌 남자는 프셰니의 반격에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지만, 이번에도 신음은 프셰니의 몫이었다. 앞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칼끝이 날카롭게 이마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화끈거리는 통증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젠장.”

 

 이마를 쓰다듬자 손등에 붉은 피가 발린다.

 

“후, 죽는 줄 알았네.”

 

 그래도 살았다는 안도감에 맥이 탁!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지만, 이내 가방을 떠올린 프셰니는 던져놓았던 가방을 향해 걸음을 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끙!” 소리와 함께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입술이 부르트고 코피가 난 것만 제외하면 맞아서 기절했었단 기색조차 없는 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남자의 모습은 프셰니에게 두려움으로 각인되었다.

 

“하아, 처음 보는 날렵한 움직임이군요. 어디 출신입니까?”

“그걸, 말해줄 것 같나요?”

“하긴, 그렇겠지요.”

 

 남자는 어이없어하는 프셰니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남자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지만, 출신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디서 온 첩자라는 걸 밝히는 꼴인데, 그걸 말해줄 사람이 어디에 있냐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코피를 쓱 닦아내더니 칼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며 프셰니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본심이라는 건가? 프셰니는 남자와의 싸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젠장.”

 

 그 주마등 속에서도 남자를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붙잡힐 수도, 이대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혼나더라도 방법이 없다. 프셰니는 소매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본 남자가 급하게 칼을 휘둘렀지만, 이번엔 프셰니는 그 칼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대신 소매 속에서 꺼낸 그것을 날아오는 칼을 향해 내밀었다.

 깡! 날카롭게 부딪히는 쇳소리가 다락을 울렸다. 장갑을 낀 프셰니의 손에는 검은색 옻칠이 된 부채 하나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칼을 막은 게 칠 접선이라는 사실에 처음으로 당황이라는 감정을 보인 남자의 눈동자가 보였다. 처음 보인 허점. 그것을 놓치기 싫었던 프셰니는 속지까지 검은 옻칠이 된 접선으로 칼을 쳐낸 뒤 접선을 펼쳐 힘껏 휘둘렀다. 펑! 강한 돌풍이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남자를 향해 쏘아졌다.

 

“윽!”

 

 남자가 방패를 앞세워 그 돌풍을 막아섰지만, 폭탄처럼 터진 강풍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었던 남자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젠장.” 욕지기를 내뱉으며 남자가 다시 벌떡 일어나 칼을 고쳐 쥐곤 프셰니가 있던 곳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곳엔.

 

“젠장.”

 

 있어야 할 프셰니의 모습은 없었다. 프셰니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방도 사라져 열린 창문만이 프셰니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손짓하듯 흔들리며 알려주고 있었다. 그에 서둘러 창문으로 달려간 남자는 밑을 내려다봤지만, 매일 똑같은 평온한 하이델의 거리만 있을 뿐, 도망친 프셰니와 닮은 꼴의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급하게 몸을 돌려 창틀에 등을 기댄 채 지붕 위를 올려다봤지만, 지붕 위에도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이번엔 욕지기가 입에 걸렸다. 적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잘못이 너무나 큰 대가로 돌아왔단 사실에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제 와 돌이킬 방법은 없다.

 

“응?”

 

 화를 내던 남성은 창틀에서 내려와 다락 안으로 들어온 직후, 프셰니의 가방이 있던 곳에 떨어진 둥글납작한 작은 금속 통을 발견했다. 손안에 딱 들어갈 크기의 그 금속 통에는 파란색 소나무와 그 위를 나는 백로 두 마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물건이다.

 그것을 집어 든 남자는 금속 통을 들고 흔들어보다가 살짝 힘을 주어 그 금속 통을 비틀었고, 그러자 위아래가 분리되며 내부에 담겨 있던 것을 쏟았다. 당황한 남자는 그 통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서둘러 갈무리한 뒤, 내용물을 확인했다. 통 안의 것과 밖에 쏟긴 걸 보면 대충 절반 이상은 쏟은 것 같았지만, 조사하기엔 충분한 양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한 남자는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이 우윳빛의 화장 가루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화장품? 여자라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여자이기에 화장품을 가지고 다니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다만 그 여자가 단순히 꾸미기 위해서 화장품을 가지고 다녔다고 단정하기엔 실력에서 오는 괴리감이 크게 느껴졌다. 이건 가져가 봐야겠어.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운 화장품 통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남자가 떠나고 인기척이 사라진 다락.

 한편에 쌓여 있는 상자가 와르르 무너지며 뿌연 먼지가 다락을 덮었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마치 새벽안개처럼 다락을 뒤덮은 먼지 속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고, 뒤이어 한 여자가 그 먼지를 부채로 밀어내며 상자 속에서 기어 나왔다. 콜록! 콜록! 상자 뒤에서 나왔음에도 가슴을 부여잡은 채 기침을 멈추지 않는 여자는 조금 전, 자신을 쫓아온 남자에 맞서서 싸웠던 프셰니였다.

 돌풍을 일으킨 직후, 가방을 챙기고 창문을 연 뒤, 미리 준비해놓았던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가 남자가 다락을 내려가고도 한참이 더 지나 집 안에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겨우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한 것이다.

 

“젠장, 진짜 아프네.”

 

 먼지 때문인지, 가슴이 아프기 때문인지 멈추지 않는 기침을 반복하던 프셰니는 머리가 깨질 것처럼 흔들린 뒤에야 겨우 기침을 멈추고 그대로 누웠다. 기침은 멈췄지만, 가슴의 통증은 계속되었다. 만지기만 해도 비명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은 뼈라도 부러진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뭐, 그런 인간이 다 있냐. 젠장.”

 

 남자가 떠오르자 남자가 가져간 분첩이 생각났다. 그리고 누우며 대충 내던진 부채도 떠올랐다. 혼나겠지? 분첩을 조사하면 일반인이 쓰는 화장품과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아낼 것이다. 거기에 만일 부채의 외형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부채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정보를 캐오란 명령을 받았는데, 정보를 퍼주고 있으니.

 

“아, 씨! 혼나겠네.”

 

 프셰니는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

 

 전투신으로 도배하고 말았네요. 본래 이보다 길게 설정했었는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중간에 잘랐습니다.

 당분간 전투신이 없을 예정이라... 쓸 수 있을 때 즐기자! 심정에 폭주한 결과물입니다. 나첼니에게 전투신이 넘어간 탓에 급조한 것 치곤 잘 나온 듯 하네요.

 

 본래 초안에선 하사신이 난입해 초죽음이 된 프셰니를 구출하는 장면도 구상을 했었는데, 등장 인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엎었습니다. 그래서 워리어의 힘이 많이 축소되었죠. 광대편을 구상하기 전, 위치 편을 구상했었는데, 그때 설정 상 위치는 부호나 귀족의 딸 또는 애첩으로, 캐러밴 이끌고 하이델을 방문한 인물로, 하사신은 그런 위치를 호위하는 인물로, 광대는 상단의 일원으로 공연도 하고, 무역품 매매도 하고, 정보 수집 및 암약 활동도 하는 인물로 설정을 했던 탓에 나온 설정이었는데, 등장 인물이 너무 많고 뜬금없다 싶은 마음에 엎었습니다.

 대신, 하사신은 추후 마법사의 제단이 폭발한 이후에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중간에 여성이라는 성별을 두고 나눈 대사의 뜻은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씁니다.

 글을 쓰면서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넣는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성별이 있죠. 성별은 그냥 진행을 편하기 위해서 나눠놓은 것일 뿐, 성별에 따른 전투 능력에 큰 차이를 두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가 총을 든다고 약하게 쏘고 남자가 총을 든다고 강하게 쏘는 건 아니잖아요? 총은 그저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발사되는 무기일 뿐이고, 그런 총을 들고 싸우러 나온 이상 적일 뿐이죠. 적으로 등장한 이상 내가 죽지 않으려면 죽일 수밖엔 없다는 게 제 주관입니다.

 결론은 적을 만난 상황에서 성별은 적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질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대화입니다.

 

 본디 철선까지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칠 죽선이 보기에도 조금 더 낫다는 생각에 칠 죽선으로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