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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광대편 11
2021.10.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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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0.12 16:01

 당신들이 누구든지 그건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들을 주목하는 이들이 생겼다는 건 알아둬요.

 

 시장에 도착한 세크레티는 이틀 전, 공연했던 그 분수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어제 자신들을 찾아온 여자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눈을 깜빡였다. 협박? 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처럼 그 말에는 불안한 마음마저 담긴 듯 떨리고 있었다.

 

 정보를 원한다면 몸을 숙여요. 어차피 다 들통났다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얻어낼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몸을 숙여라. 이것은 도움을 청하란 뜻일까? 아니면 조용하게 움직이란 말일까?

 

“실례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가 하늘을 가렸다. 그림자와 함께 들려온 굵은 목소리에 세크레티가 고개를 돌렸을 때,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세크레티를 향해 다가와 그 옆에 털썩하고 앉는 게 보였다. 모르는 이가 보면 연인인가? 라 생각할 만큼 가깝게 앉은 남자를 불쾌한 시선으로 쳐다본 세크레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남자의 말이 다시 들렸다.

 

“느껴지십니까? 지금 당신의 옆구리에 칼이 닿아있습니다.”

 

 존댓말이라 한층 더 무겁게 느껴지는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세크레티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멈추고 남자가 말한 옆구리를 쳐다봤다. 그때, 반짝! “윽!” 세크레티의 눈에 햇볕이 반사되었다. 그 빛에 놀라 눈을 살짝 감으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한 힘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 힘에 억눌려 다시 앉을 수밖엔 없었던 세크레티의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따라오시겠습니까?”

“도, 돈이라면 드릴. 게요. 제발 목숨만은.”

“당신들과 만나길 원하는 분이 계십니다. 따라오십시오.”

 

 이어진 협박에 세크레티는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를 가장하여 연기하며 들고 있던 손가방을 남자를 향해 내밀었지만, 남자는 세크레티가 내민 가방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어깨를 짓눌렀던 손을 옮겨 세크레티의 목덜미를 쥐고는 속삭이듯 다시 말했다. 날카로운 칼과 압력이 느껴지는 손아귀를 이용한 물리적인 협박은 물론이거니와 묵직한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두려움이 되어 다가왔다.

 연기로 떨쳐내기엔 너무나 안 좋은 상대다.

 

“좋아요, 알았어요. 따라가죠. 그러니 이 칼 좀 치워주시겠어요? 목덜미에 손도.”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세크레티는 손을 앞으로 모으고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살며시 들어 올리며 말했고, 그에 남자의 압박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남자는 세크레티의 말을 모두 들어줄 순 없다는 듯 목덜미를 쥐고 있던 손만큼은 치워줬지만, 옆구리를 누르고 있는 단검은 더욱더 옆구리를 압박하고 들어왔다. 그러나 목덜미가 자유로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이 생겼다.

 

“정말, 고맙네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타닥! 지면을 구르는 힘에 허공으로 뛰어오른 몸이 왼쪽으로 곧게 펴지며 칼에서 벗어났다. 칼끝으로 누르는 힘을 유지한 채 따라 일어나던 남자는 세크레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급하게 단검을 휘둘렀지만, 입고 있던 원피스의 자락 하나 스치지 못한 칼이 허공을 날았다.

 

“강도야!”

 

 남자가 칼을 휘두르자마자 세크레티는 남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런 세크레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기만 하면 도망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마차에 있는 일행이 걱정되지 않습니까?”

“네?”

 

 뒤이어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세크레티는 도망치던 발을 멈추고 돌아설 수밖엔 없었다. 차분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무서운 그 목소리가 온몸을 빠르게 휘감으며 붙잡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쪽입니다.”

 

 남자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크레티를 지나쳐 걸어가며 길을 안내했다.

 

 

 

 데미 강을 건너 하이델에서 가장 큰 밀 농장인 모레티 거대 농장을 지나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동부 관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칼페온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관문 전투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하이델의 독립을 갈망하는 저항군이 마지막까지 칼페온에 저항했던 하이델의 남쪽 성 스테버의 입구로도 유명한 곳이다.

 본래 견고하다는 뜻의 스테버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칼페온에 맞서 마지막 한 명까지 저항하다 최후를 맞이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듯 부서지고 파괴된 성을 더는 스테버라 부르는 이는 없었다. 지금은 그 본래의 이름을 잊은 채 그저 사람들에게 버려진 성. 폐성터라 불리는 그곳에 가디언이 도착한 건 정오의 태양이 머리 높게 떠 세상을 가장 밝게 비추고 있을 때였다.

 습지에서 올라오는 축축하고 끈적한 습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도 한층 더 덥게 느껴지는 이곳에 칼페온 시안 상단의 상징이 새겨진 마차를 타고 온 한 가디언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곳 관문을 지키는 남자. 에르바노 티토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칼페온 의회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맞네.”

 

 허리에 찬 칼자루의 폼멜을 장난치듯 앞뒤로 흔들며 말하는 에르바노 티토의 눈은 가디언을 향해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가디언이 찾아온 것이 불만일까? 아니면 칼페온 의회에서 왔다는 게 불만일까? 아마도 후자 쪽이겠지?

 자호바니에는 정수리만 남기고 전부 밀어버린 머리에 코와 턱 전체를 덮은 수염과 아래로 축 처진 채 굳게 다물어진 입, 가자미처럼 가늘게 뜬 눈과 그 눈 위의 짙은 검은 눈썹까지 모든 것이 에르바노 티토라는 이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나쁜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언뜻.

 

“정말 고릴라 같네.”

 

 자호바니에는 그의 첫인상을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이델에서 듣던 대로 한 성깔 하게 생긴 모습이다.

 

“뭐라고 하셨소?”

“아, 저, 바위가 고릴라 같다고 했네.”

“저게?”

 

 자호바니에는 큰 실수를 범했다는 사실에 당황해하면서도 급하게 대충 손가락으로 관문 맞은편의 산을 가리켰다. 그러자 에르바노 티토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그 바위를 돌아보며 어이없다는 듯 물었지만,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게 알고 싶어서 왔습니까?”

 

 그러나 불쾌한 감정을 감출 생각은 없다는 듯 한층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마치 쇠를 긁는 것 같은 불쾌한 목소리로 내뱉은 질문에 자호바니에 역시 불쾌해졌지만, 애초에 잘못한 건 자신이었기에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

 

“반란군의 수장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네. 들어갈 수 있겠나?”

“반란군의 수장?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게요?”

 

 반란군의 수장이라는 말에 에르바노 티토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불쾌함에서 불안함으로. 그 변화에 자호바니에의 눈매도 가늘어졌다.

 

“내가 자네에게 이유까지 설명해야 하나?”

“아, 아뇨.” 에르바노 티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러며 주위를 빠르게 훑어본 에르바노 티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안내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네.”

 

 자호바니에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에르바노 티토는 마치 도망치는 사람처럼 천막을 손보던 부하를 부르며 서둘러 곁을 떠나 병사들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치켜뜬 눈으로 쳐다보던 자호바니에는 이내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후덥지근하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임에도 언제 추웠냐는 듯 더워지는 날씨는 아직 시작도 않은 여름이 걱정된다. 물론 갑자기 풀려버린 날씨만이, 이 습지만이 이런 더위를 느끼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런 열기 속에서도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커다란 돌을 옮기고 흙은 쌓는 병사들 이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곧 토벌이 시작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관문은 어떻습니까?”

 

 습지 때문인지 온통 진흙탕인 지면 위를 바쁘게 움직이는 병사들의 틈바구니를 지나 관문 여기저기를 거닐던 중, 옆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자호바니에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귀와 뒷머리를 덮은 회색 모자를 쓴 20대 초반쯤의 젊은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로레나였던가? 자호바니에는 그의 뒤로 보이는 마구간을 힐끔 쳐다보며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동부 관문과 폐성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꼭 등장하는 두 개의 이름.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로레나였다. 누군가는 알 룬디의 첩자라는 말을 했었지만, 시안 상단의 끄나풀이라는 말도 있었다.

 뭐가 사실이든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는 뜻이다.

 

“토벌을 준비 중인가?”

“아뇨, 그저 보수 공사일 뿐입니다. 겨울에 폭설이 내렸거든요.”

 

 토벌을 준비 중이라는 말은 하이델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이야기지만, 로레나는 힐끔 하이델 방향을 쳐다본 뒤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성급했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묻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로레나가 손을 잡은 게 누군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비용도 노동도 만만치 않겠군.”

“뭐, 저는 그저 마구간 지기일 뿐이라, 자세한 건 모릅니다.”

“군인이 아닌가?”

“민간인이죠. 관리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원해 이곳에 왔을 뿐입니다.”

“여기에 계셨군요!”

 

 로레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뛰어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상어지느러미처럼 뾰족 솟은 금발 머리를 한 고릴라 한 마리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드디어 폐성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 무어라 인사하는 로레나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리며 고개를 대충 끄덕인 자호바니에는 뛰어오는 에르바노 티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납치되듯 남자에게 끌려갔던 세크레티가 다시 거리에 나온 건 대략 2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음, 이걸 어쩐다?”

 

 쪼그리고 앉은 채 관자놀이를 가볍게 긁으며 미간을 찡그리던 세크레티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좁은 골목의 지붕 위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고민은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았다. 일단 돌아가서 보고한 뒤 회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세크레티는 쪼그리고 앉은 채 상체를 돌려 방금 자신이 나온 건물을 돌아봤다.

 

“아, 젠장. 메디아.”

 

 에잇! 모르겠다! 세크레티는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머릿속만 복잡해져 생각이 더 엉킬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세크레티는 곧장 마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폐성터 내부로 진입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에르바노 티토는 자호바니에의 안내를 자처하더니 출입 심사실로 안내했다. 그곳엔 하이델에서 넘어온 무역관리인 브레만이 폐성터로 들어가기 위해 심사를 받는 중이었다. 심사실 밖에서 브레만을 가리킨 에르바노 티토는 브레만을 따라가면 폐성터 안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말을 해주었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된 것처럼 심사가 때맞춰 끝난 브레만이 심사실을 나서자 에르바노 티토는 브레만을 불러 세우더니 폐성터 내부까지 마차를 호위할 병력이라며 자호바니에를 브레만에게 소개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브레만은 뭐가 불만인지 금세 미간을 찡그렸지만, 자호바니에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에르바노 티토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얼굴의 브레만의 뒤를 쫓아 그의 당나귀 한 마리를 끌고 폐성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죄다 숨은 건가? 저 뒤에, 저 위에, 저곳에. 뭐야? 저런 곳까지?

 굴이라도 판 것처럼 땅을 깊게 파고 그 속에 웅크린 채 다가오는 브레만의 무역상 행렬을 노려보는 반란군의 시선에 자호바니에는 혀를 내둘렀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색다른 것에서 오는 놀라움에 감탄한 것이다. 폐성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목책에 다다르자 목책 위로 십 수 명의 궁수와 마법사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나요. 브레만이오.”

“뒤의 그 여자는 누구냐?”

“하이델에서 왔소. 호위라며 붙여준 거요.”

 

 브레만의 말에 목책 위에 올라섰던 자들이 서로를 번갈아 보며 상의하더니 그중 한 명이 목책 뒤쪽을 내려다보며 “문 열어!”라 외치자 목책이 열렸다. 그 모습에 자호바니에는 뒤늦게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알아서 잘하겠지.

 자호바니에는 앞서서 문으로 들어가는 브레만을 따라 당나귀의 고삐를 잡아끌며 걸음을 떼었다.

 

 

 

“그 밑에 폭탄이 묻혀 있으니 조심해.”

 

 라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킥킥 웃는 반란군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자 절벽 아래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몰골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건물이라 부르는 것조차도 민망할 정도다. 제대로 된 지붕도 벽도 창문도 없다. 오로지 건물과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세웠던 기둥만이 남아 이곳이 한때 건물이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커다란 규모에서는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원형이 유지된 상태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자호바니에는 건재했을 때를 상상하며 마른 침을 억지로 삼켰다. 그러자 삼킬 게 없었던 탓이 입천장부터 목 안쪽 근육이 거칠게 경직하며 욱신거렸다. 그 통증 때문인지 당나귀의 고삐를 잡아끄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선약이 있었나?”

 

 계단을 올라 무너진 건물 잔해를 피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자 안에서 싸우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앞서가던 반란군이 손을 뻗어 브레만의 앞을 가로막으며 더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자 브레만은 왜 이러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반란군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낄낄대며 자신감 넘치던 그 반란군은 브레만의 질문은 듣지도 못한 듯 목소리가 들리는 안을 노려볼 뿐이다.

 

“며칠 뒤에 다시 오겠네.”

 

 실랑이가 끝난 듯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더운 날씨에도 덥지 않은 듯 검은 로브로 몸 전체를 휘감은 이가 나오다 밖에서 기다리던 반란군을 발견하고는 피식! 하고 비웃는 게 보였다. 후드가 얼굴을 덮었지만, 그의 행동에서 그러한 감정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브레만을 쳐다보고는 뒤이어 자호바니에의 앞에 서서는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 자호바니에가 애써 시선을 피하자 또 한 번 피식! 하고 비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쩔그락. 쩔그락. 쇠끼리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비명 같다고 생각하며 그의 발길을 쫓아 시선을 돌렸다.

 허리에는 기다란 장검을, 그리고 등에는 정면을 바라보는 수사슴 머리가 양각으로 장식된 검은색의 기다란 방패를 메고 있는 그.

 

“또 저자들인가?”

 

 브레만이 혀를 차며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저었다.

 

“또 저자들이라니?”

“모르오? 그거 아니오. 남동쪽 신전에 모여 산다는 그 정신 나간 놈들.”

 

 광신도.

 남동쪽의 신전이라는 말에 자호바니에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계단 아래로 서서히 작아져 가는 광신도의 뒤를 눈으로 좇았다.

 

“이제 들어가도 되네.”

 

 광신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이곳까지 길을 안내한 반란군이 길을 열어주었다.

 

==========

 

 10화에서 작성했던 부분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서 씁니다.

 말미에 세크레티가 골목을 지나며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하이델이 안고 있는 빈곤과 억압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한 부분일 뿐, 부랑자 혹은 노숙자를 비하, 내지는 비방할 생각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 칼페온이 하이델에게 한 짓을 봐라. 하이델은 살기 위해 독립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라는 걸 묘사하려는 생각에 쓴 것이었는데, 혹여 불쾌함을 느낀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연재가 며칠 미뤄진 이유는 세크레티가 만난 저 남자. 저 남자의 정체를 고민하느라 늦었습니다.

 이유는 본래 초기 설정에선 조르다인의 명령을 받은 워리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너무 빠르게 두 세력이 엮이는 게 올바른 결정인가? 라는 고민 때문에 시안 상단 측 인물이라는 설정도 추가해보고, 발레노스의 인물, 메디아의 인물이라는 설정도 넣어보느라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