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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광대편 12
2021.10.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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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0.14 17:48

 글리시 마을 남동쪽.

 데르닐 농장 인근 길.

 

“꺅!”

“으악!”

 

 대낮에 터져 나온 비명이 길 위를 울렸다. 그 소리에 농장에서 감자를 캐던 카를로 데로즈가 담벼락 위로 고개를 들었을 때, 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색 천으로 어깨를 두른 새하얀 로브의 인물들이 사람들을 위협해 끌고 가는 게 보였다. 그에 놀란 카를로는 황급히 몸을 담벼락 아래로 숨겼다.

 

“아버지 뭐하.”

“쉿!”

 

 카를로는 급하게 자신의 딸 다니엘라 데로즈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으로 넘어뜨린 뒤, 담벼락으로 몸을 밀어붙였다. 그러는 카를로의 몸은 맹수라도 본 것처럼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교역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아니, 교역이라 할 것도 없다. 생필품이나 음식, 도구 등 하이델에서 가져온 물건을 팔고 돈 대신 부서진 칼이나 갑옷 등 병사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를 받아 챙긴다. 기묘한 거래의 현장에 자호바니에의 얼굴은 긴장했던 것과는 다른 이유로 굳어졌다.

 

“그럼.” 거래를 끝낸 알 룬디가 자호바니에를 돌아보며 입을 열자 주위의 병사들이 둥글게 포위하며 창을 앞세웠다. “함께 온 분은 어떤 이유로 날 찾으셨소?”

“반란군에 지원하기 위해 왔네.”

“반란군에? 설국의 수호자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단 눈빛으로 쏘아보며 되묻는다. 날카롭게 날이 선 알 룬디의 안광에 자호바니에는 순간 튀어나온 말실수를 후회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세부터 고쳤다.

 

“이유가 뭐요?”

“다녀간 자. 그들을 쫓아 이곳까지 왔지. 그리고 당신네가 그들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

 

 대충 되는대로 지껄인다.

 애초에 그자가 광신도라는 것도 반란군과 브레만의 대화를 통해서 알았을 뿐이다.

 

“그자의 정보를 원하는 건가?”

“좀 더 깊은 것도 알면 좋고.”

 

 알 룬디와 하이델과 칼페온의 관계를 묻는 것이지만, 어떤 뜻으로든 해석할 수 있도록 일부러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자 알 룬디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린다. 자, 더 깊은 것까지 고민하고 생각해. 어차피 당장 나가지 못할 것 같으니 시간은 내가 더 많아. 자호바니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수호자가 함께한다면 대업을 이룰 날도 가깝단 뜻이 되겠지. 좋소.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어 고맙소.”

“그자에 관해 말해 줄 게 있나?”

“본래 신전을 봉쇄하기 위해 하이델에서 보낸 자들이었는데, 이제는. 모르겠소. 크자카가 힘을 내려준다고 하질 않나.”

 

 알 룬디가 말끝을 흐려 정확하게 들을 순 없었지만, 신전 안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알아볼 게 더 생겼네. 자호바니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턱에 힘을 주어 아랫입술을 위로 밀어 올렸다.

 

 

 

 아시에가 세크레트와 접촉했다.

 

“자렛 공주의 생일 파티에서 공연할 광대로 불렸다고?”

“네, 그렇습니다. 외에도 3팀의 광대가 더 불렸지만.”

“다른 것들은 됐어. 그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은 다 했어?”

“네, 메디아에서 온 건 확실합니다. 메디아 쪽으로 파발을 보냈으니 상세한 정보가 곧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비오스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이소벨의 질문에 대답했다.

 메디아. 메디아. 이소벨은 원정 이후로도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메디아의 이름이 나오자 미간을 접었다. 적대적이지 않다고 해서 군사적 행동까지 묵인하겠단 뜻은 아니다. 메디아가 하이델을 감시한다? 왜? 무슨 이유에서 메디아가 하이델을 감시하는 것일까?

 혹시 메디아가 아닌 다른 곳인 건?

 

“발렌시아에도 파발을 보내.”

“발렌시아요?”

“아니, 아니다. 타리프 마을의 아혼 키루스에게 파발을 보내.”

“네, 알겠습니다.”

 

 타리프 마을의 촌장 아혼 키루스와 그녀가 이끄는 소서러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비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소벨은 서둘러 종이를 꺼내 그 위에 잉크를 가득 머금은 깃펜을 지그시 눌렀다.

 

 

 

 설국의 수호자가 반란군이 되었다.

 돌아올 때가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자호바니에가 걱정되어 황금 두꺼비 여관을 찾아갔을 때, 세크레트가 들은 말이었다. 터 잡고 살 생각인가? 란 생각을 하며 다시 돌아왔을 때, 어느새 돌아온 일행들은 뜨겁게 타오르는 화덕의 불길 속에서 철광석을 녹이고 있었다.

 

“왜 혼자와?”

“반란군이 되었다던데요?”

“뭐?”

 

 나지에야가 너무 큰 소리로 되물으며 급하게 일어나다 들고 있던 쇳물이 녹기 시작한 작은 용광로를 잘못 들어 쏟을 뻔했다. 세크레트가 서둘러 입술 앞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며 손짓한 뒤,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힐끔힐끔 둘러보자. 얜 왜 이래? 라 생각하며 세크레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을에서 알아 온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세크레트의 말이 끝날 때쯤엔 나지에야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믿고 맡길 수밖엔 없겠네. 프셰니.”

“응, 내가 가볼게.”

 

 이름만 불렀음에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다는 듯 프셰니가 대답했다. 그러자 나지에야 역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작은 용광로 속 쇳물이 잘 녹을 수 있도록 불 속에 차분히 담갔다.

 

“오늘 어떤 남자랑 만났다면서? 자세히 이야기해 봐.”

“흠.”

 

 나지에야의 질문에 세크레트가 코로 길게 한숨을 내뱉었고, 그에 허리를 숙이고 화덕 속에 용광로를 밀어 넣고 녹길 기다리던 나지에야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그 눈빛에 세크레트는 납치당했던 것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프셰니 언니가 만났다던 그 남자였어요. 며칠 뒤에 있을 자렛 도몬가트 공주의 생일 파티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공연?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일단 상의해봐야겠다고.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의심스럽지?”

 

 프셰니의 질문에 나지에야가 살짝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협박해서 끌고 간 이유가 공연 의뢰? 세 살 먹은 아이라 해도 믿을 리 없다.

 

“빙빙 두를 거 없이 쳐들어갈까요?”

 

 나첼니의 질문에 나지에야는 거의 다 녹아 딸기 주스만큼이나 붉게 변한 쇳물을 쳐다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지금 이 난리를 친 이유가 잠입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인사를 하고 친하게 지내도 무방할 만큼 이미 자신들의 모든 것이 공개된 상황이다.

 도둑놈이 도둑질하겠다고 야경꾼 앞에서 떠든 꼴이라니. 나지에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첼니의 말처럼 이미 잠입에 목을 맬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만일 유인할 생각이었다면 세크레트를 돌려보낼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면 초대받은 이상 그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하이델이라는 좋은 교두보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 만나기로 한 거야?”

“내일까지요.”

“다들 생각은 어때?”

“초대했다니 가보죠.”

 

 묻기 무섭게 대답하는 시비아트를 보며 나지에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우리가 메디아에서 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메디아? 그래, 알았어.”

 

 나지에야는 이젠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쇳물을 확인하곤 용광로를 불에서 꺼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제 여동생을 납치하셨다고요?”

“임의 동행을 부탁했을 뿐입니다.”

 

 약속 장소에는 세크레트가 아닌 나지에야가 나갔지만, 아시에는 예상했다는 듯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나지에야를 반겨주었다. 아시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나지에야는 가장 먼저 실내를 빠르게 훑었다.

 특별할 건 눈에 띄지 않는 그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갖췄을 뿐인 아주 작은 방이다.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는 방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사는 곳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방 한편에 둔 탁자 위에 다과를 가져다 놓은 아시에가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뒤에야 나지에야는 그가 꺼내 준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아시에가 앉은 뒤에야 나지에야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꼰 뒤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대놓고 싸우자는 질문이었지만, 아시에는 마치 지나가는 개를 보는 사람처럼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시비를 걸었던 나지에야의 기분만 상했다.

 

“하이델에선 임의 동행할 때 칼을 쓰나 보네요?”

 

 그러나 살짝 격양된 목소리로 한 질문에도 아시에는 별 대답 없이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 탓에 오히려 나지에야는 짜증나는 감정을 한숨과 함께 밖으로 쏟아내야만 했다. 어차피 싸우러 온 건 아니니까.

 

“뭐, 좋아요. 제 동생에게 공연을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에 관한 조사는 해봤을 거고, 왜 우리를 섭외하는 거죠?”

“당신들의 공연을 봤습니다. 생일 파티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섭외한 겁니다.”

“순수하게 공연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네, 그렇습니다.”

 

 뭔 말이 죄다 네, 그렇습니다. 야.

 마치 인형을 상대하는 것 같은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의 말투에서 전형적인 군인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공연을 봤다는 말도 거짓말일 것이다. 진실은? 상부의 명령에 따른 절대적인 복종. 감정 하나 섞이지 않는 이 정도로 충성스러운 개도 없을 것이다. 아니면 반대했지만, 거부당한 것에 기분이 좋지 않은 걸 수도 있겠지.

 호기심이 생겼다. 아시에를 향했다기보단 아시에에게 이런 짓을 하도록 명령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계약서는 어떻게 하실 거죠? 설마 공짜로 공연하란 건 아니시겠죠?”

“그런데, 한 분이 빠지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연회가 언제죠?”

“모레입니다.”

 

 모레.

 아시에가 말한 한 명이 자신과 싸운 프셰니를 말한 것인지, 아니면 자호바니에를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무대에 서지 못할 이가 세 명이나 된다. 프셰니와 나첼니는 부상을, 자호바니에는 폐성터에 잠입한 바람에 부재중이다. 남은 세 명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못할 건 없지만, 동선부터 다시 짜야 하나? 파트도 다시 짜야 하고. 나지에야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모레까지 맞춰보죠.”

“알겠습니다. 여기 계약서입니다.”

 

 나지에야는 아시에가 내민 계약서를 받아들었다.

 

 

 

 계약을 끝낸 나지에야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그것이 신호인 듯 서둘러 문으로 달려간 아시에가 문을 열자 그곳엔 금발의 준수한 미청년이 옅은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시종장 조르다인이었다. 이번 계약의 총책임자인 그가 나지에야가 돌아가기 무섭게 찾아온 것이다.

 

“수고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종장님.”

 

 조르다인은 집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곧장 탁자로 걸어가 그 위에 아직 놓여 있는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반으로 찢어진 그 계약서에는 나지에야가 작성한 계약 조건과 계약금이 쓰여 있었다. 나지에야가 가져간 찢어진 반쪽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아시에의 필체로 쓰여 있다.

 

“내가 계약을 어기면 이제 네가 이 값을 물어줘야 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조르다인이 그 계약서를 한 손으로 들고 가볍게 흔들며 말하자 아시에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농담이 통하지 않는 딱딱한 말투에 조르다인은 미간을 찡그리며 계약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손으로 그 계약서를 꾹! 하고 눌렀다. 그런 조르다인의 얼굴 역시 굳어져 있었다.

 

“상단의 불여우가 메디아와 타리프 마을에 파발을 보냈다고 한다.”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짧고 간결한 대답에 조르다인의 얼굴이 다시 펴졌다. 그것이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종이를 짓누르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얼굴에 옅은 미소가 다시 지어졌다.

 

“난 그럼 나의 공주님께 가보겠다.”

“네, 시종장님.”

 

 아시에는 조르다인이 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들지 않았다.

 

==========

 

 11화에서 쓴 폐성터의 이름은 창작입니다. 검은사막 정사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는 모릅니다.

 그냥 폐성터라 써도 되긴 하는데, 그러기엔 뭔가 아쉽다는 생각에 멋대로 명명했을 뿐입니다.

 

 광대들의 정보가 공공재가 된 탓에 본래 계획보다 내용을 조금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초대 손님에 이소벨도 포함된 만큼 지극히 당연하지만, 평화로운 생일 파티는 못 되겠죠.

 

 워리어의 하차가 멀지 않았고, 발키리는 조만간 등장할 예정입니다.

 소서러는 아직은 등장하진 않겠지만, 어떻게든 엮이게 되었다는 떡밥을 뿌렸습니다.

 광대와 워리어를 계속 엮는 이유는 팬아트 게시판에 게시했던 연대표에서 광대가 노바의 탈출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유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시은뉸뉴냔냐님이 드디어 복귀하셨네요. 한결이 형은 안 나오셨지만.

 인터넷에서 도깨비로 갔다는 설을 본 것 같은데, 사실인가요? 가짜 뉴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