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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벨리아 성 공방전 2
2021.11.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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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1.10 23:24

 칼에 꿰뚫린 고블린을 떼어내려 가슴팍을 쥐고 칼을 뽑아내는 순간, 곁에서 매화의 짧고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드는 순간, 커다란 양 대가리가 날아들었다. 언제? 어느 순간에? 고민할 새도 없이 상체를 힘껏 숙였다. 붕! 목덜미를 스치며 돌풍이 지나갔다.

 

“젠장.”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며 지면을 디디고 선 다리와 고블린의 가슴팍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푸억! 고블린 정예병의 기름진 뱃가죽이 뚫리는 느낌이 칼을 타고 손끝에 닿았다. 고통을 삼키는 뜨거운 숨결도 느껴졌다. 그 느낌을 털어내듯 힘껏 칼을 베어내자 고블린과 고블린 정예병의 몸이 격하게 꺾이며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그 순간, 쥐가 난 팔이 저려온다.

 그러나 쥐가 난 팔을 다독거릴 시간은 없었다. 상체를 다시 드는 순간, 양 대가리가 수직으로 내려꽂혔기 때문이다. 퍽! 지면이 움푹 파이며 땅에 박히는 그걸 본 순간, 한섬의 입에선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으아! 씨!”

 

 고통을 참으려 두 팔을 거칠게 돌린 한섬은 달려드는 칼을 피해 왼발을 급하게 뒤로 무르며 몸을 뒤로 젖혔다. 획! 햇볕을 받은 녹슨 칼날이 반짝이며 얼굴 앞을 스치고 날아갔다. 그 순간, 한섬은 뒤로 뺀 왼발을 등 뒤로, 다시 앞으로 반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칼을 쥔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고블린의 검은 녹색의 등이 보였다. 그리고 한섬의 투구 앞을 가르며 수직으로 낙하하는 커다란 양의 대가리도 있었다.

 

“켁!”

 

 양의 대가리가 그 고블린의 등을 강하게 찍는 순간, 그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던 고블린의 당황한 눈동자가 보였다. 한섬은 자신이 맞아야 했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그 눈빛이 불쾌했다. 푸욱! 감정을 담아 내지른 칼날이 턱 밑을 쑤시고 들어갔다. 퍼걱! 두개골이 꿰뚫리는 둔탁한 감각이 손끝에 느껴졌다.

 타닥! 눈이 돌아가는 걸 확인하는 순간, 등 뒤에서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칼을 빼내며 몸을 돌려 등 뒤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고블린 정예병의 목이 잘리며 꺾여 쓰러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달려들던 고블린 투사의 가슴팍을 칼이 힘껏 베고 지나갔다. 얼굴에 피가 튀었다.

 젠장.

 욕지기가 입에 걸렸다.

 

“퉤!”

 

 입속으로 스며드는 고블린의 붉은 피를 거칠게 뱉어냈지만, 그 불쾌함은 입안을 그대로 맴돈다.

 후!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턱을 괴고 바위에 걸터앉아 구경하는 기아스가 보였다. 저놈의 목만 칠 수 있다면 고블린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마리의 고블린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에 생각을 접고 칼을 빗겨 들었다.

 깡! 경쾌한 울림을 들으며 빗겨 든 칼을 힘껏 후려치며 고블린을 떠밀었다. 촤악! 붉은 핏줄기가 허공에 뿌려진다. 그 모습을 보며 상체를 낮추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곤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한섬 씨!”

 

 한섬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눈치챈 매화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지만, 계획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둥! 둥! 둥! 둥둥둥둥둥둥! 둥! 둥! 둥!

 

 벨리아 성에서 북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소리에 자세를 바꾼 한섬은 덤벼드는 고블린의 목을 쳐내며 성을 돌아본 뒤, 자신을 불렀던 매화를 쳐다봤다. 매화 역시 고블린 투사의 목을 쳐낸 뒤, 한섬을 돌아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퇴각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기병의 작전이 끝난 건가?

 

“퇴각 준비!”

 

 100명의 결사대가 맡은 임무는 기병이 작전을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만 고블린의 발을 묶는 일이었다. 그 작전이 끝났다면 이젠 퇴각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매화의 외침에 한섬은 피식. 웃고 있는 기아스를 다시 노려보며 달려드는 고블린의 가슴에 칼을 꽂은 뒤, 손으로 머리를 붙잡아 힘을 주고 칼에서 고블린을 뽑아내 내던졌다. 턱에 힘이 들어갔다.

 젠장.

 퍼퍼퍼퍼퍼펑! 북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하이델 성에서 폭음이 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고블린 진영 내부를 향해 떨어지던 포탄이 100인의 결사대가 있는 곳 가까운 위치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퇴각을 위해 고블린의 진격을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퇴각하라!”

 

 매화의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성문을 열어라!”

 

 성이 다시 분주해진 건, 점심을 먹은 직후의 일이다.

 성문 위에서 외치는 소리에 북을 두드리고 시끄러운 나팔을 불어대기 시작하자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기병, 보병과 함께 열리는 성문 앞에 서 있던 한섬의 눈에 포탄의 사정거리 밖이라지만,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선 벨모른의 병사들과 고블린 무리가 한 눈에 보였다.

 

“보병 앞으로!”

 

 성문이 반쯤 열리자 보병을 이끄는 타크로스의 입에서 진격 명령이 떨어졌고, 칼과 창, 그리고 방패로 무장한 보병이 성 앞에 지그재그로 세워놓은 목책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발맞춰 걸음을 뗀 한섬은 마지막 식사가 생감자가 아닌 찐 감자였다는 사실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끼며 함께 가는 매화를 힐끔 쳐다봤다.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적을 도륙할 매서운 눈으로 벨모른 연합군을 노려보는 매화의 눈은 말을 건네는 것조차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 포탄 상자를 들고 따라와!”

 

 조장의 명령에 보병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포탄 상자를 들고 성벽 위로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저들은 그나마 나은 건가? 아니면 저들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걸까. 한섬은 칼자루를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곁에서 매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렵습니까?”

“아뇨,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편안해지자 홀가분한 기분까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자 매화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나도 홀가분하다는 말. 그 말에 한섬은 연합군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둥둥둥둥! 둥둥둥! 둥둥둥둥둥! 둥둥! 뿌우~ 뿌! 뿌우우! 뿌! 뿌! 깡! 깡! 깡! 깡!

 보병과 기병이 모두 성을 빠져나와 보병은 신기전을 배치해놓은 목책 뒤에, 기병은 언제라도 옆으로 돌아나갈 수 있도록 성문 바로 옆의 작은 통로에 맞춰 섰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벨모른 연합군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마치 그것이 행진곡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팔이 그 뒤를 이었고, 종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 가지 소리가 하나로 뒤섞이자 마치 귀신이 우는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소리가 된다.

 

“빌어먹을 놈들.”

 

 목책 뒤에 몸을 숨긴 채 활에 화살을 재던 한섬은 그 소리에 욕지기를 내뱉었다. 오로지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만 연주하는 곡. 근 1년여를 들은 음이었지만, 다시 들어도 불쾌하기 그지없는 건 매한가지다.

 

“적이 몰려온다!”

 

 연주가 시작되기 무섭게 성벽 위에서도 큰 소리가 들리고 북을 두드린다. 머리만 살짝 목책 위로 들어 상황을 살폈다. 마치 거대한 성이 움직이는 것처럼 대오를 맞춘 수많은 적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땡! 땡! 땡! 땡! 성벽 위에서 종을 치자 퍼퍼퍼퍼펑! 폭음과 함께 후드득! 부서진 돌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자 콰과과광! 불기둥이 하늘 높게 치솟으며 지면에 크고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있어야 했던 무언가들이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뒤집힌 흙과 돌에 파묻혀 검게 변해버린다.

 

“화살이다!”

“불덩이다!”

“방패를 들어!”

 

 누군가는 화살을 외쳤고, 누군가는 불을 외쳤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기 무섭게 하늘을 검게 수놓는 화살과 붉게 물들이는 불덩이들이 뒤섞여 날아드는 게 보였다. 서둘러 목책에 세워두었던 방패를 집어 들고 머리를 가렸다. 투두두두두! 우박처럼 날아와 사정없이 방패를 두들겨댄다. 펑! 펑! 둥글게 뭉쳐졌던 불길이 방패에 부딪혀 터지며 주위로 흘러내려 퍼지기도 했다.

 

“으악!”

“아악!”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방패를 뚫고, 혹은 방패 틈 사이로 들어온 화살에 맞거나 터지며 퍼져나간 불길에 화상을 입고 바닥을 뒹구는 자들도 보였다.

 

“부상자를 뒤로 옮겨! 어서!”

 

 타크로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법사와 연금술사가 뛰어와 부상자들을 옮긴다.

 

“겁먹지 마라! 버텨라!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발레노스의 병사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와아!”

 

 타크로스의 독려에 함성이 울렸다. 그러는 사이 포탄이 채우지 못한 빈 곳을 신기전이 채우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장관이다. 피의 웅덩이를 만들 그것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콰과과과과과광!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폭발이 땅을 흔든다. 흙먼지에 뒤섞인 화약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피 냄새도 조금씩 짙게 느껴진다.

 그러자 진격해오는 속도가 달라진다. 낙하하는 포탄과 신기전을 피한 자들부터 조금씩 빠르게 걷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부터 대열을 무너뜨리고 달려오기 시작한다.

 

“와아!”

“죽여!”

 

 움찔.

 벨모른 연합군에서 튀어나온 함성에 목책 아래 함께 있던 병사들이 몸을 부르르 떤다. 급하게 고개를 돌려 타크로스를 쳐다봤지만, 그 역시 두려운 듯 눈만 크게 뜬 채로 연합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전선은 붕괴한다. 그것이 광기를 마주한 두려움에서 온 감정이라는 걸 알기에 한섬은 급하게 일어나며 활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핑! 누구보다 가장 앞서서 달려오는 대검을 든 검은 로브의 광신도를 향해 줄을 놓는 순간, 활을 흔드는 경쾌한 울림과 함께 손을 떠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매화도 뒤를 이어 화살을 쏜다. 앞다투어 달려오던 두 명의 광신도가 그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고꾸라지고, 그 광신도의 뒤를 따르던 이들 중 몇 명도 그에 뒤엉켜 넘어진다.

 

“신기전 발사!”

 

 한섬과 매화가 화살을 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타크로스가 손을 앞으로 내지르며 다급한 명령을 외친다. 치이익! 심지에 불을 붙이자 빠르게 타들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신기전의 커다란 수레 속으로 불꽃이 빨려 들어갔다. 그사이 포탄은 더는 각도가 나오지 않는 듯, 다시 거리를 벌리고 뒤쪽을 노리고 발사한다.

 슝! 슈슈슈슈슈슈슈슝! 목책 옆에 세워뒀던 신기전이 새하얀 연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성벽 위에서도 거의 같은 시간, 신기전이 발사되었다.

 

“으악!”

“꺄악!”

“케엑!”

 

 그 순간, 다양한 비명이 뒤섞인다. 추진체의 힘을 받은 화살은 보통의 것과는 명백하게 달랐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된 것이다. 달려들던 연합군이 비명과 함께 나뒹군다. 서둘러 방패를 앞세워보지만,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화살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엔 없었다.

 안개처럼 희뿌연 흙먼지로 뒤덮인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는 연합군 병사들의 목숨이 거둬들여 진다. 크고 작은 폭발이 쉬지 않고 일어나는 흙먼지 너머의 모습은 정확하게 보이진 않아도 좋은 풍경은 아닐 것이다.

 이쯤이면 퇴각해라! 좀!

 이 정도의 저항도 무시하고 돌격한다면? 한섬은 칼자루를 연신 쥐었다가 놓으며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 너머를 노려봤다. 그때, 무언가가 흙먼지 너머에서 튀어나왔다.

 

“힉!”

 

 통통! 무거운 것이 가볍게 튀어나오는 모습에 놀란 병사가 뽑히지 않는 칼을 뽑아내려 애쓰다 뒤로 넘어지는 사이,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섬과 매화, 그리고 타크로스가 목책 너머로 고개를 길게 빼냈다. 처음엔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빨간 피가 묻은 커다랗고 둥근 무언가. 라는 것만이 명확했다.

 

“머리?”

 

 그것은 폭발에 휘말려 튀어나온 광신도의 머리였다.

 

“이겼다!”

 

 그것이 머리라는 걸 확인한 순간, 타크로스가 커다란 장검을 높게 치켜세우며 외쳤다. 너무 성급한 거 아냐? 한섬은 당황한 눈으로 타크로스를 쳐다봤지만, 이미 타크로스의 외침은 주위의 모든 보병이 들은 뒤였다.

 

“와아!”

 

 함성이 터졌다. 그 순간, 분위기가 반전됨을 느꼈다. 기세가 살아난 것이다.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았기에 너머의 상황이 알 수 없음에도, 성급하긴 했어도, 갑자기 외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쇄에에에엑! 그러나 그 순간,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새는 아니다. 한섬이 아는 한, 새 중에서 저렇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물체는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가장 비슷한 것을 찾으라 한다면. 그것은! 매화와 눈이 마주쳤다. 겁먹은 그 눈을 마주한 순간, 한섬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엎드려!”

 

 쾅! 피하라 외치며 바닥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지면을 울리며 목책 근처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세워졌다. 매화를 밑에 깔고 그 머리 위에 엎드렸던 한섬이 급하게 일어나 그 나무를 바라봤을 때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대신기전. 아니, 그냥 대신기전처럼 나무를 뽑아서 던졌단 말이야? 재차 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악!”

“으악!”

 

 이번엔 근처의 목책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목책에 몸을 숨기고 있던 병사 5~6명이 나무에 깔리고 말았다. 아니, 아름드리나무가 묘비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 위에 심어졌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당황한 타크로스를 향했다. 그 순간.

 

“와아!”

 

 안개 속에서 거친 함성과 함께 튀어나오는 이들이 보였다. 처음엔 한둘. 이었지만, 그 수는 곧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투 준비! 기병 출전!”

“기병 앞으로!”

 

 타크로스의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기병이 샛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보병들 역시 목책 뒤에서 무기를 앞세워 들며 싸울 준비를 한다. 두두두두두! 땅이 흔들린다. 달려오는 것만으로도 땅이 흔들린다. 처음엔 그저 사람이라는 것만 보이던 것이 이제는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의 다양한 장식들까지 보일 만큼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쾅! 그 순간, 성 내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바다 쪽이다! 바다 쪽에서 전함이 공격을 시작했단 사실을 알아차린 타크로스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성벽 위를 올려다봤지만, 그걸 기다렸다는 듯 여장 위에서 북소리가 울린다. 계속 싸우라는 것이다. 젠장. 타크로스는 욕지기를 삼키며 다시 달려드는 이들을 노려봤다.

 

“기다려라!”

 

 대기 명령을 내린 타크로스의 눈은 벨모른 연합군의 발이 닿은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리고 바닥에 놓인 붉은 자갈들을 뛰어넘는 순간, 타크로스가 전방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외쳤다. 그 모습은 마치 절규와도 같았다.

 

==========

 

게임 살림이... 참.

오비이락이랬다고 위클리 업데이트 방송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이번주까지만 하고 이제 안 해야지. 라는 결정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지금요. 상황을 굉장히 단순하게 바라 보시는 거 아닌가요? 위클리 업데이트는 공식 컨텐츠 중에서 절대로 없애면 안 되는 컨텐츠였을 텐데요. 아닌가요?

단순하게 업데이트 내용을 읽어주는 걸 넘어서서 검은 사막의 얼굴인 서한결 님과 유시은 님을 통한 유저와의 소통의 장이기도 했을 텐데요.

그걸 이렇게 그냥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이 난리를 치려고 조강지처 내친 겁니까?

 

대체 뭔 상황이에요? 진행 잘하시던 메인 MC를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몰아내고, 다른 사람 앉혀 사고나 치고 있고. 그랬다고 컨텐츠를 날려요?

안방마님이 건재한데도 그냥 간판부터 떼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건 그냥 "내꺼 내 마음대로 할거야." 라는 심보죠.

 

검은사막? 저작권? 네, 당연히 펄어비스에 있죠. 그래도 지금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게 있어선 우리 검은 사막입니다. 내 검은 사막이에요.

저작권 같은 법률적 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마치 모교의 개념과도 같은 거죠. 우리 학교. 내 학교. 내 애정과 추억이 담긴 공간이란 겁니다.

그런 곳을 그것도 메인 MC를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강판한 것도 모잘라 검증도 안 된 사람을 MC로 앉혀놓고, 사고 치니 컨텐츠 자체를 통으로 날린다고요? 제정신인가요?

 

납득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논란 생기니까 없애자? 초딩도 이런 발상은 안 할 겁니다.

못 가질 거 부숴버리겠어! 도 아니고, 뭡니까? 대체?

 

인기 없으니 인기 있는 사람 데려다 진행하면 방송 시청률이 늘겠지? 란 생각으로 강판한 건 아니겠죠?

안 늘죠. 당연히 안 늘죠. 게임이 재미가 없는데, 게임 하는 유저가 줄어드는 데, 누가 방송을 봐요?

그럴수록 내부 결속을 다지고, 좀 더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할 생각을 해야지 1차원적 발상으로 MC를 강판해요?

 

너도 메타버스 어쩌고, 뮤직비디오 어쩌고 하면서 진행자 바꾸자고 건의했잔아! 라고 하실텐데요. 네, 그렇게 건의 했어요.

단! 제 건의는 진행자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검은사막과 아이돌.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아이돌을 출연시킬 방법을 모색하자였죠.

즉! 게스트 형태로 초대하자는 거지. MC를 강판하잔 이야긴 안 했어요.

아니, 인간적으로 메인 MC는 있어야죠. 누구보다 게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죠. 서한결 님과 유시은 님은 있어야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MC를 뽑게 되더라도. 그건 그때 일이고, 지금은 있어야죠. 당연하잖아요!

 

대체 뭔 생각들을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 일단 그게 문제가 아니라.

뭘 하려는 건지 알 순 없지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논란을 만들지 마세요.

뭐, 어차피 게시판을 봐도 이젠 이 게임도 끝물인가? 싶을 만큼 뭔 사태가 벌어져도 잠잠하니 뭐. 커질 논란도 없긴 하네요.

그래도 남은 유저들을 생각한다면 수익을 생각한다면 자꾸 논란을 만들고, 일으키고, 키우는 일 만들지 마세요.

 

카카오에서 서비스할 땐 카카오라서 그런가? 라는 핑계라도 있지만, 직접 서비스하는 지금은 뭔 핑계를 대실 겁니까?

 

제발 뭘 하든 좀 회의를 하세요. 그리고 머리를 좀 식혀요. 좀 쉬었다 다시 생각해요.

아무리 봐도 "야! 그거 그냥 이렇게 해!" "넵!" 이렇게 밖엔 안 보여요. 지금 검은사막이 하는 일들이. 너무 단순해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