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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벨리아 공방전 4
2021.11.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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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1.18 17:24

 그때, 누군가의 비명이 튀어나왔다.

 

“도망쳐!”

 

 쾅! 흙이 잔뜩 묻은 거대한 바위가 성문 안에 떨어지더니 비탈길을 거슬러 굴러들어오고 있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전쟁터의 중간에 공간이 생겼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순간, 성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고블린이라기보단 거인에 가까운 커다란 키에 그에 걸맞은 커다란 칼을 쥔 채 승자의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것은 바로 거대한 나무와 바위를 던져댔던 기아스였다.

 

“하, 젠장.”

 

 한섬의 입에서 처음으로 절망이 섞인 탄식이 튀어나왔다. 고블린 한 마리가 기세 좋게 덤벼든다. 머리 위로 뛰어넘을 것처럼 높게 뜬 고블린은 칼을 내지르며 한섬을 향해 날아들었다. 손을 뻗어 고블린의 손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상체를 뒤로 크게 젖혀 칼을 피했다. 당황한 고블린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한섬은 그 축축한 손을 힘껏 당긴 다음 어깨에 칼을 박아 넣으며 힘껏 벽에 밀어붙였다.

 뚜둑! 관절이 부러지는 소리가 손끝에 감각으로 남겨진다. 날카로운 비명이 귀를 울린다. 그러나 그 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한섬은 칼을 뽑아내 겨드랑이 사이로 밀어 넣으며 폼멜을 왼쪽 손바닥으로 받치고 발을 성벽에 대고 힘껏 굴렸다. 탄성을 가진 물체처럼 튕긴 몸을 향해 바람을 부수며 날아드는 소리에 허리를 잔뜩 숙이자 훙! 등 뒤를 스치며 커다란 물체가 지나간다.

 푸욱! 스쳐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날이 선 칼날이 부드러운 것을 꿰뚫는다. 그러자 “키엑!” 고막을 찢어버릴 듯 거친 비명이 역한 입김에 뒤섞여 얼굴에 쏟아진다. 그에 불쾌한 느낌을 털어버리고 싶었던 한섬은 칼자루를 허리에 바짝 붙인 채로 반 바퀴 빠르게 회전했다. 그러자 고블린이 벌목을 끝낸 나무처럼 힘을 잃고 옆으로 쓰러진다.

 쿵! 커다랗고 뚱뚱한 그것이 쓰러지는 소리가 발을 타고 올라와 뇌리를 스친 뒤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그것이 고블린의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안다.

 

“피해!”

 

 누군가의 외침에 한섬은 재빨리 발을 굴려 그곳을 벗어난다. 그러자 눈 앞을 가리는 검은 물체가 수직으로 떨어지더니 쾅! 마지막으로 쓰고 버릴 칼이라는 것처럼 지면을 후려치는 기다란 쇳덩이에 지면이 움푹 파이며 돌가루를 품은 흙먼지가 날렸다.

 피했다. 조금만 더 늦게 피했다면 몸이 반으로 잘려 나갔을 것이라는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한 탓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오른 한섬은 칼을 휘두르느라 고스란히 드러난 기아스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 피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는 재빠른 반격이었기에 붕대로 인해 거의 가려진 그 얼굴에도 미소가 그려졌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이크!”

 

 그러나 한섬의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온 것도 기아스가 아닌 한섬이었다. 깡! 칼을 옆구리에 붙이기 무섭게 칼을 부술 듯 후려치는 힘이 가해졌다. 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허리를 숙이자 그그그극! 쇠가 긁히는 불쾌한 소리가 등 뒤를 스치며 반대편으로 흘러나갔다. 포기하지 않은 듯 거칠게 짓누르는 힘에 팔 근육이 끊어질 만큼 욱신거렸지만, 칼을 뿌리쳐 그 힘을 옆으로 흘려버리는 순간, 다시 가벼워진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푹! 두 손으로 힘껏 쥐고 내지른 칼이 부드러운 무언가에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단단한 무언가의 저항도 느껴졌다. 그것이 갈비뼈라는 걸 모를 수 없는 한섬은 기아스의 몸에 박힌 칼을 더 힘껏 힘주어 쥐고 비틀기 시작하더니 몸속에서 수직으로 세워 들었다.

 

“끄아아!”

 

 기아스의 입에서 핏방울이 뒤섞인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고블린들이 달려든다. 당황한 눈으로 돌아봤을 땐, 등 뒤를 향해 날아드는 칼날이 보였다. 붉은 핏물로 인해 한층 더 흉측하게 보이는 그것이 보이는 순간, 한섬의 입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크엑!”

“켁!”

 

 그 순간, 붉은 꽃잎 같은 핏방울을 머금은 새하얀 빛이 흩날렸기 때문이다. 고블린 무리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온 것도 그때였다.

 

“어서 끝내요!”

“부탁하겠습니다!”

 

 허공을 날던 새하얀 빛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매화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한섬은 더 힘껏 칼을 쥐고 수직으로 세운 뒤 그대로 갈비뼈를 모두 부수며 가슴을 뚫고 칼이 뽑혀 나오자 비명을 지르던 기아스의 몸이 크게 떨리며 경직되더니 그대로 쿵! 쓰러졌다.

 고블린들의 공격도 한순간 멈췄다.

 

“후! 후! 후! 후!”

 

 이겼다. 한섬은 거칠어진 숨을 강하게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위협적이었던 것에 비해 너무나 손쉽게 쓰러뜨렸다는 생각에 붉은 핏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칼을 떨리는 팔로 들어 올리며 고블린과 광신도를 빠르게 훑어봤다. 누가 또 덤비겠냐는 뜻이었다.

 

“한섬 씨!”

 

 그때 매화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등을 엄습했다.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검은 연기에 휩싸인 커다란 칼이 등을 꿰뚫고 있었다. 무슨? 고통은 곧 가슴을 뚫고 솟아 나왔다. 마치 몸속에서 칼이 자라나는 것 같은.

 

“컥!”

 

 목 안 가득 차올랐던 피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칼에 꿰뚫린 한섬의 몸이 축 처지자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내던지듯 칼이 거칠게 휘둘러졌고, 그에 칼에서 떨어져나온 한섬의 몸은 벽에 거칠게 부딪혔다. 붉은 핏자국이 한섬이 부딪힌 벽에 흔적을 남겼다. 길게 핏자국을 남기며 벽 아래로 처박힌 한섬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검은 연기 속에서 기아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연기와 이어진 검은 줄을 툭툭 끊어내며 모습을 드러낸 그 기아스는 지상에 완전히 발을 디디기 무섭게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비명 같은 소리를 울부짖었다.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그 흉측한 비명에 맞춘 검은 연기가 기아스의 몸 전체에서 퍼져 나와 사방을 덮어나가기 시작했다.

 

“젠장!”

 

 괴물들이 더 강해지는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에 매화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하둠의 영역. 이것이 성안에 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 없기에 앞뒤 가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발끝에 강하게 힘을 주고 지면을 걷어찼다.

 매화의 모습이 사라진 것도 그때였다. 촥! 매화의 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기아스의 오른쪽 어깨에 길게 칼자국이 새겨졌다. 그다음엔 가슴, 그다음엔 등, 허리, 다리, 팔, 얼굴. 어느 한 곳이라 할 것 없이 몸 전체로 붉은 핏방울을 흘리며 칼자국이 빠르게 새겨졌다.

 

“젠장!”

 

 그러나 공격이 끝나고 지상에 내려온 순간, 매화의 입에선 욕지기가 걸렸다. 그 어느 것 하나 큰 상처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단단한 통나무를 칼로 내려치는 것 같은 그런 저항까지 느껴졌다. 깡! 매화가 몸을 돌리며 칼을 휘두르는 순간, 칼을 휘두르는 광신도의 가면 쓴 얼굴이 보였다.

 칼을 머리 위로 한번 돌리며 대각선으로 광신도의 그 얼굴을 칼로 베었다. 가면이 잘려 나가며 붉은 핏방울이 허공에 흩날렸다.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는 광신도의 옆에서 타닥! 검은 그림자가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발을 뒤로 빼며 칼을 빗겨 들었다. 그러자 재차 깡!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온몸에 진동을 만들었다.

칼을 후려치며 그 진동을 다시 덤벼들었던 고블린을 향해 털어냈다.

 그때,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빌어먹을!”

 

 급하게 주위를 돌아봤을 땐, 이미 매화는 욕지기를 내뱉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느새 성은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명이 퍼지기 시작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도 점차 커졌다. 살려달라! 죽고 싶지 않다! 그런 외침들도 뒤섞였다.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를 뒤져 목걸이 하나를 꺼내 서둘러 목에 걸었다.

 

“꺅!”

 

 뒤에서 달려드는 소리에 몸을 돌리며 칼을 들어 몸을 보호하는 순간, 칼이 부러지며 딱딱하고 날카로운 조각들이 몸 여기저기에 날아와 박혔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황소와 부딪힌 것 같은 몸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아직은 한낮이었지만, 어느새 별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밤이 된 하늘이 보였다. 한없이. 영원히 떠버린 것처럼 그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쿵! 그러나 그 시간이 끝나는 순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며 가장 먼저 닿은 등을 시작으로 빠르게 몸 전체로 통증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누운 채로 그 고통을 느낄 시간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기아스의 칼이 보였기 때문이다. 급하게 몸을 돌리자마자 퍽! 소리가 나며 지면에 칼날이 박혔다.

 

“젠장!”

 

 급하게 다시 일어난 매화는 빠르게 잦아드는 비명에 마음이 급해졌다. 주위를 포위하는 고블린과 광신도들의 수도 한 치 앞도 구별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도 점차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급하게 손을 더듬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든 매화는 다시 발끝에 힘을 주고 땅을 힘껏 걷어찼다. 그 순간, 불덩이가 날아와 매화가 있었던 그 위치에 정확하게 떨어졌지만, 그 불덩이가 퍼석! 형체를 잃고 퍼졌을 때, 그곳에 매화는 없었다.

 날듯이 기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곤 칼을 휘둘렀다. 훙! 오른쪽 눈을 노리고 휘두른 칼이 빗나갔다. 그때 이상함을 느꼈다. 다음엔 왼쪽 옆구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훙! 역시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다. 재빨리 달려 등을 노리고 휘둘렀지만, 이번엔 딱딱한 금속에 부딪히며 경쾌한 진동이 강하게 몸을 덮쳤다. 기아스의 칼에 부딪힌 것이다. 잘못되었다는 걸 그때 완벽하게 깨달았다.

 

“헉!”

 

 매화의 공격이 멈추는 순간, 매화의 발이 지면에 닿는 것과 동시에 매화를 향해 칼이 떨어졌다. 숨을 삼키며 옆으로 몸을 날렸을 땐 이미 기아스의 칼이 매화의 칼을 재차 부수며 날아든 뒤였다. 칼이 부서지며 남겨진 강한 힘에 떠밀린 매화의 몸이 어둠 속에서 꼴사납게 뒹굴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부서진 잔해와 병장기, 그리고 수없이 많은 전사자의 유해 위를 뒹굴던 매화는 겨우 몸이 멈추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부러진 칼을 힘껏 기아스를 향해 내던졌다. 그리곤 땅에 떨어진 다른 칼을 집어 들었다.

 

“발사!”

 

 그때 성안에서 성 위에서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쏜다는 건지 굳어버린 머리는 그 뜻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소리였는지는 금세 알 수밖엔 없었다. 슈슈슈슈숭! 퍼퍼퍼퍼펑! 콰과광! 어둠을 불살라버릴 불꽃과 함께 폭음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내라!”

“와아!”

 

 난전이 되며 잠시 멈췄던 신기전의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함성이 다시 들린다. 그 소리에 “후!” 매화는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매화는 달려드는 광신도의 칼을 흘려 막으며 한편으로 힘을 줘 칼을 밖으로 쳐내며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불꽃이 일며 광신도의 칼이 옆으로 빗겨나갔다. 가슴 앞을 스치며 뻗어나가는 칼을 보며 매화는 더 강하게 밀어붙이며 칼을 밀어냈다. 그러자 서겅! 광신도의 겨드랑이부터 가슴까지 한 번에 베어졌다.

 쓰러지는 광신도를 지나치며 칼자루를 왼쪽 머리 위로 올리며 칼날을 아래로 내려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깡! 광신도가 휘두른 칼이 칼날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린다. 칼을 빠르게 회전하며 다시 휘두르자 이번엔 광신도의 가슴이 대각선으로 깊게 잘려 나간다.

 두 번째 광신도가 쓰러지자 이번엔 몸을 빠르게 돌렸다. 그러자 몸 옆으로 칼이 흘러내린다. 회전력을 품은 칼을 고블린을 향해 휘두른 것도 그때였다. 쓰러지는 고블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불덩이를 만드는 광신도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그러자 머리가 격하게 꺾이며 불덩이를 만들던 광신도가 쓰러지고 길을 잃은 불덩이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이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쾅! 불완전하게 완성되었던 탓일까? 더 거센 불길이 치솟는다.

 그러나 그 불길로 인해 얼마나 죽는지 확인할 새는 없다. 드디어 기아스의 앞에까지 도착했기 때문이다.

 

“네가 내 공격을 본다고 내가 널 죽일거라는 것에 달라질 건 없어.”

 

 마지막 허세였다.

 기아스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비웃어도 상관없다. 지금 당장 할 일은 하나뿐이니까. 발끝에 다시 힘을 주고는 지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그 순간, 칼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게 보였다. 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뒤 공중으로 풀쩍! 뛰어올랐다. 까가강! 칼과 칼이 부딪치는 충격이 손을 타고 팔 전체로 골고루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충격이 발생한 순간 몸을 급하게 돌리며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촤악! 무게를 덜어내자마자 칼을 쥐고 있던 기아스의 손가락을 향해 한층 가벼워진 칼을 휘두르자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을 힘껏 베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케엑!”

 

 비명이 울린다. 그러나 매화의 몸이 멈추고 재차 도약을 시도하는 순간, 훙! 거대한 물체가 쏟아지듯 날아든다. 칼을 들어 그것을 막아설 듯 자세를 취한 매화였지만, 그 물체가 칼에 닿는 순간, 매화는 다시 몸을 반 바퀴 돌리며 그 물체를 흘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손에 힘을 주고 칼을 휘두르는 건 덤이었다.

 재차 기아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큭!”

 

 이번엔 매화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기아스의 발이 매화를 덮쳤기 때문이다. 마치 격렬한 춤을 추는 것처럼 손과 발을 자유자재로 휘둘러대는 기아스의 막무가내식 공격을 막아낼 새도 없이 기아스의 무릎에 가슴을 제대로 얻어맞은 탓이다. 커헉! 한순간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기아스의 굵직한 손이 매화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듯 붙잡았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칼을 세워 기아스의 손목을 향해 찔러넣었다. 푸욱! 칼이 박혀 들며 단단한 뼈의 감촉이 손끝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촥! 그 순간, 매화는 얼굴부터 가슴까지 한 번에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통증을 느꼈다. 무슨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몸을 감싸고 있던 붕대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그와 동시에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마저 반으로 쪼개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건 아타니스 반딧불로 만든 목걸이에요. 만일 하둠의 영역이 시작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목걸이를 벗어선 안 돼요. 아셨죠?

 

 그 목걸이를 본 순간, 일레즈라의 당부가 떠올라 서둘러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목걸이에 손이 닿는 순간, 아타니스의 반딧불이 번쩍! 하며 강렬한 섬광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 순간, 어둠에 휩싸였던 주위가 갑자기 그곳만 어둠을 잃은 듯 밝아지더니 기아스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적이 괴로워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당장 파악할 순 없었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그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죽어!”

 

 서둘러 기아스에게 달려간 매화는 괴로워하는 중에도 일어나 반격하려는 기아스의 미간을 향해 칼을 힘껏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 순간, 성을 덮은 어둠 역시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후, 후, 후, 후, 젠장.”

 

 매화는 엎어지는 기아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칼을 놓았다. 그러자 쿵! 하며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곁을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벨리아 병사의 갑옷을 입고 있는 자였다.

 

“괜찮으십니까?”

“파발을.”

“네?”

“파발을 준비해줘요! 어서!”

 

 매화의 날카로운 외침이 반격을 시작한 성 내에 울려 퍼졌다.

 

==========

 

 만일에 무사를 주인공으로 썼다면 무사는 마지막 전투를 메디아에서 치뤘을 것이고, 승리하여 조국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여기서 무사가 죽은 이유는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 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는데, 본편을 다 쓰면 몇 년 걸릴 것 같아 그만 둔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메디아 성에서 흑정령이 배신하는 이벤트를 벨모른의 부활로 잡았고, 그에 모험가들은 부활을 막기 위해 메디아로 향하게 되지만, 그 중 몇몇은 각각 벨리아, 하이델, 칼페온으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기로 결정합니다. 그에 매화와 무사가 벨리아에 남아서 전투를 하게 되었고, 물론 생존이라는 방향성도 있었습니다. 만, 죽이는 게 좀 더 극적 효과로 좋겠다는 생각에 결국 사망처리하게되 었습니다.

 

 아타니스의 반딧불은 그저 어둠을 밝히는 눈뽕 템에 불과하지만, 판타지잖아요.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보고 싶어 멋대로 하둠에서 최강 템. 이라는 설정을 붙여봤습니다.

 

 드디어... 메디아 성 공방전입니다.

 하이델과 칼페온 편도 생각하긴 했습니다. 하이델은 알 룬디, 칼페온은 예고했던 대로 헥세 마리가 최종 보스로 등장시켜 전투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냥 안 쓰려고요.

 편 수만 길어지고, 귀찮고, 굳이 뭐.

 이번 벨리아 편은 성을 지키는 입장이었지만, 메디아 편은 성을 공략하는 전투가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