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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막 팬픽 - 광대들 2
2021.09.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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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9.08 10:58

 하이델의 북쪽.

 알레한드로 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의 숲에 마차를 세운 일행은 야영 준비를 서둘렀다. 자호바니에와 시비아트는 텐트를 쳤고, 세크레트와 나첼니는 마차와 텐트 주위에 야생동물을 쫓기 위한 간이 울타리를 쳤다. 그러는 사이 바람을 피해 마차 옆에 불을 피우고 솥을 건 나지에야가 불을 살피며 한 말에 감자를 썰던 프셰니가 손을 멈추고 어둠이 내린 하이델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 무역으로 그 어느 곳보다도 크게 성장했어야 할 곳이다. 당연히 어두울 새는 없었다. 어두워선 안 된다. 그러나 하이델은 저녁을 먹고 나면 불을 꺼야 했다. 당장 불을 켤 기름이 부족하니 당연한 일이다. 집의 불을 끄는 대신 하이델 성벽 위에선 나무를 넣은 화로로 불을 피워 하이델의 밤을 밝힌다. 그래봤자. 드문드문 세워놓는지라 멀리서 보면 저렇게 어둠뿐이다.

 

“독립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했지?”

“뭐, 계획이 있겠지.”

 

 계획.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프셰니의 말에 질문했던 나지에야가 하이델을 빤히 쳐다봤다. 계획은 누구라도 세울 순 있지만, 그걸 현실로 실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전쟁이다.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은 필수다. 거기에 전술과 전략을 섞으면 비로소 전쟁이 성립된다. 이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돈이 없다면 전쟁은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칼페온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하이델을 굶주리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은 칼페온의 배를 좀 더 기름지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상대를 굶주리게 만들고 자신은 배를 불리는 부조리.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다? 아무리 뛰어난 계획이 있다 해도 이건 현실적이지 못했다.

 

“땔감 더 안 넣어도 될 것 같네.”

“응? 아, 그러네.”

 

 프셰니가 풍덩! 풍덩! 풍덩! 미리 썰어놓은 고기와 채소를 담은 접시를 물이 끓는 솥에 기울여 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을 다 피운 나지에야 역시 프셰니를 도와 함께 남은 재료들을 솥 안으로 부어 넣었다. 그리곤 숱 옆에 걸어둔 기다란 나무 주걱을 들고 점점 탁해지는 시작하는 솥을 휘휘 젓기 시작했다.

 혼탁하게 뒤섞이는 모습이 마치 대륙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신경 쓰지 않을 순 없다. 불과 14년. 14년 만에 칼페온은 케플란을 시작으로 발레노스와 하이델을 집어삼키고 현재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왕국으로 거듭난 상태다. 왕정이 끝나고 공화정이 들어서며 혼란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들을 감시하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그것도 칼페온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라면 더더욱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냄새 좋다.”

“맛있겠다. 배고파.”

“나도.”

 

 어느새 할 일을 끝낸 동생들의 투정 섞인 목소리가 솥 주위를 둘러싼다. 그 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지에야가 솥 안에서 끓기 시작하는 스튜를 확인했다. 조금만 더 끓이면 새끼 새처럼 짹짹 우는 동생들에게 오늘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다 됬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

 

 장난스레 웃으며 큰소리로 대답하는 동생들을 향해 나지에야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휴, 배부르다.”

 

 새어 나올 뻔한 트림을 한숨처럼 흘린 시비아트가 마차에 기대어 앉은 채로 살짝 튀어나온 배를 문질렀다. 오늘 무리했다 할 만큼 연속으로 쉬지 않고 춤을 췄던 탓인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 움직일 기운도 없어 그대로 잠들고 싶어질 정도였다.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우자.”

 

 리더인 나지에야의 명령인 듯, 제안인 듯, 부드럽지만 거부하기 힘든 말에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몸이 저도 모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시비아트는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호바니에의 옆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어느새 자신이 일어섰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 앞에 내려놓았던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설거지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는 대열의 가장 끝. 나첼니의 뒤에 붙어 섰다.

 

 

 

 설거지까지 모두 끝낸 일행은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기 전, 스튜를 끓이느라 피웠지만,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느라 신경을 쓰지 않는 사이 꺼져버린 불 앞에 모여 앉았다. 불이 꺼지긴 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앞에 앉자 설거지를 가장 먼저 끝냈던 나지에야와 프셰니가 발효한 우유에 박하와 설탕을 넣어 끓인 발렌시아의 전통 음료인 쉬트나네를 가져왔다.

 우유를 뜻하는 쉬트에 박하를 뜻하는 나네를 붙여 만든 이 차는 추운 밤이 되면 꼭 마셔야 하는 팔각차와 더불어 발렌시아의 밤을 상징하는 음료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프셰니의 질문에 나지에야가 둥글게 앉은 일행을 돌아봤다. 그러나 누구 하나 좋은 생각이 딱 떠오른 건 아닌 듯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건 나지에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델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른 채 세웠던 전략을 모조리 파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힘들게 세웠던 계획이 모두 무산되자 허탈해진 마음에 생각마저 좁아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을 세운다 한들 좋은 계획이 나올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다.

 

“우선 알아낸 정보를 한 명씩 말해볼까?”

 

 말을 꺼낸 나지에야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 뒤,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말해볼게. 내가 알아낸 건 칼페온 때문에 상승한 물가에 세금까지 높아지자 남쪽의 폐성터에 반란군이 모여들기 시작했단 것 같아. 하이델에선 아직 이들을 토벌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칼페온에선 이들을 어서 빨리 토벌하라 명령하고 있지. 골치 아픈 일일 텐데 하이델이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하고, 하이델의 일인데 칼페온에서 직접 나서는 것도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그 이유를 조사하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해.”

“다음은 저요? 어, 제가 알아낸 건, 알레한드로 농장에 짝짓기를 맞이한 벌떼가 장악해 농사를 망치고 있다나 봐요. 벌 때문에 다친 사람도 있어서 퇴치 의뢰를 하이델에 보낼 생각이라고 들었어요.”

 

 나지에야가 말을 끝내고 프셰니를 쳐다보자 프셰니가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받았다. 그리곤 일어선 것도 아니고 일어선 것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로 목을 길게 빼고 손을 들어 알레한드로 농장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남은 다섯 명의 눈이 모두 알레한드로 농장으로 향했다가 다시 프셰니를 쳐다봤지만, 자기 할 말을 다 끝낸 프셰니는 발 앞의 풀을 뜯어 불 속으로 던져 넣고 있었다.

 

“끝이야?”

“네, 왜요?”

 

 잘못된 게 있냐는 표정으로 마주 보는 프셰린의 눈동자에는 어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거냐는 질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황당한 기분에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캐물으려던 나지에야는 말을 길게 한다고 해서 그게 좋은 정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곤 프셰니의 옆에 양 무릎을 세우고 앉아 앞뒤로 까딱까딱 흔들리고 있는 자호바니에 치호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그럼 다음, 자호바니에 말해볼래?”

“내가 알아낸 건 영주가 성 내의 사람들을 대거 해고한 탓에 실업자가 증가했다고 해. 그래서 일을 찾아 먼 농장까지 찾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곳도 더는 일꾼을 받아줄 수 없을 정도라 하고, 그래서 그나마도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언니가 말한 폐성터로 가서 반란군이 되고 있다나 봐.”

 

 폐성터. 반란군.

 자호바니에의 말에 나지에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높아지는 세금과 힘들어지는 경영, 하이델은 현재 영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그것이 반란군의 몸집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속도라면 얼마 못 가 하이델의 정규군을 넘어서는 숫자가 될 것이다. 지금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하이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해 결국 토벌을 결정할 수밖엔 없다. 그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어쩌면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반란군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형성한 세력이라면? 배후세력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건 첫 번째로 하이델.

 반란군이라는 골칫거리가 만들어진 하이델이 반란군의 배후세력이라 말하는 건 얼핏 앞뒤가 맞지 않는 말처럼 들리지만, 반란군을 토벌하길 원하는 칼페온과는 달리 하이델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하이델이 배후세력이라는 사실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칼페온이 배후세력일 수도 있다.

 칼페온이 원하는 것이 하이델의 실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란군은 현재 높은 세금과 실직 등의 이유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민심이 폭발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하이델이 무리해서 토벌을 시작할 경우 민심이 폭발할 것이 분명하고 하이델의 영주는 이 일로 물러날 수밖엔 없게 된다. 새로운 영주로 친 칼페온 인사를 기용하면 천천히 자연스레 하이델은 독립의 꿈을 접고 완전한 칼페온이 될 것이 분명했다.

 혹은 제3의 세력은 어떨까? 그저 하이델을 쓰러뜨리고 싶은 자들이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을 추적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민할 게 많다. 생각할 게 많다. 신경 쓸 게 너무나 많다.

 

“시비아트는?”

“내가 들은 건, 북쪽의 광산 임프들과 협상을 시작할 거란 말이었어.”

“협상?”

“응, 언니. 협상이 체결되면 광산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인가 봐.”

 

 임프들과 협상할 예정이다.

 현재 칼페온이 쥐어짤 만큼 쥐어짠 탓에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긴 하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기를 만들 광물이 턱없이 부족하단 점이었다. 케플란이라는 광산을 보유한 칼페온에 비해 하이델은 광산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다. 그렇기에 광산 임프가 터를 잡은 광산이 꼭 필요한 것이다.

 직접적인 움직임 하나를 잡아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용할 방법은 많았다. 임프를 도발해 협상을 망치거나 하이델을 도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면 이미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시안 상단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칼페온을 직접 끌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협상 때 임프가 하이델을 습격할 것이라는 헛소문을 만들어 민심을 뒤흔들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불안은 불만을 만들고 불만은 분노를 만든다. 분노가 쌓이면 분출이 시작된다. 그 분출의 방향을 정해준다면, 예를 들어 하이델 영주를 향하게 한다면. 영주는 실각하고 혼란에 접어들 것이다. 칼페온 역시 군을 키울 상황이 되지 못할 게 분명하고 그것이 세렌디아의 안정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음, 다음은 세크레트.”

“언니들이 알아낸 것에 비해선.”

“괜찮아. 어서 말해봐.”

“제가 알아낸 건, 글리시 마을에 진흙 괴물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진흙 괴물을 피해 사람들을 대피시킬 용병을 구한다는 벽보가 붙어 있는 걸 봤어요. 그런데 그게 한 달 전 벽보라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요.”

 

 머뭇거리던 세크레트는 프셰니의 말에 용기를 얻은 듯 입을 열었다. 글리시 마을을 진흙 괴물 뒤덮었다는 이야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비아트 역시 본 듯 손을 번쩍 들며 외치듯 말했다.

 

“아, 저도 그거 봤어요.”

“그래, 잘했다.”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한 탓에 시선이 시비아트를 향해 몰리자 곁에 있던 자호바니에가 시비아트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으로 잡아당겨 붙잡고 눌렀다. 그러자 시비아트가 바동거리며 저항했고, 자호바니에는 결국 시비아트를 다시 풀어줬다. 그러자 투덕투덕 서로를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날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야! 아프잖아!”

“아! 얘 주먹 너무 아파!”

“그만해라. 응?”

 

 징징거리며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리던 자호바니에와 시비아트는 결국 굳은 얼굴에 한없이 낮아진 나지에야의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주먹질을 멈췄다. 그러자 프셰니가 한심하다는 듯 둘을 쳐다봤고, 나지에야는 다시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세크레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기한은? 확인했니?”

“모집 기한 20일 전에 끝났고,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미 글리시 마을 주민들 대피 작전이 끝난 상태라고 해요.”

 

 둘이 잠잠해지자 나지에야는 다시 세크레트에게 물었지만, 세크레트는 이미 해당 작전은 끝났다는 것만 재확인해줄 뿐이었다. 이미 결론이 난 일이라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기억이라도 해두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언젠간 써먹을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나첼니는? 뭐, 알아낸 거 있니?”

“제가 알아낸 건, 하이델 상인조합이 시안 상단을 찾아가 담판을 지을 거란 거에요.”

 

 담판? 무슨 이유로? 뭘 하려고? 하이델의 경제가 위험하기 때문인가?

 

“하이델 상인조합이? 왜? 무역품 때문인가?”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 이유까진 알아내지 못했어요.”

“그래, 괜찮아. 수고했어.”

 

 다그치는 것처럼 쏟아낸 나지에야의 질문에 대답했던 나첼니가 움찔. 상체를 뒤로 빼며 대답했다. 그러자 나지에야는 화를 낸 게 아니라는 걸 표현하려는 듯 손을 들어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그동안 얻어맞기만 하던 하이델 상인조합이 움직이려 한다. 그 이상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뤄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정보다.

 예의주시하며 틈을 파고들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될 테니까.

 

“자, 그럼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영주의 사무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까?”

“필요한 건 병력의 규모와 전쟁의 시기, 작전 개요였나?”

“그리고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한가지 빠뜨린 프셰니의 질문에 나지에야는 빠뜨린 것을 짚어 주었다. 그에 프셰니가 입술을 삐쭉거렸지만, 이내 바닥에서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바닥을 긁어 필요한 것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지에야는 프셰니가 쓰는 걸 멈추는 순간, 자신이 알아 온 것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다시 불러주었다.

 그 모든 것을 힘겹게 바닥을 긁어가며 작성한 프셰니의 손이 멈췄을 때, 덥다고 할 수 없는 날씨임에도 프셰니의 얼굴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괜히 집어 들었다 싶은 마음에 나뭇가지를 불 속으로 집어 던진 프셰니는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고 가볍게 돌렸다. 그 모습에 나지에야가 박수를 유도했다.

 

“자, 수고한 프셰니에게 박수.”

“오오오!”

“하하핫!”

 

 나지에야의 말에 남은 네 명의 일행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자 프셰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었고,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손뼉을 치던 나지에야가 가볍게, 하지만 짧고 강렬하게 짝! 손뼉을 쳐 시선을 자신에게로 모았다.

 

“나와 자호바니에가 알아낸 건 폐성터와 반란군에 관한 거야. 이건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한 일로 보여. 그러니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프셰니가 알아 온 건 알레한드로 농장이었지? 그건 용병을 뽑는다면 지원할 수 있겠지만, 영주의 사무실에 접근할 만큼 중대사는 아닌 것처럼 보여. 시비아트가 알아낸 건 광산 임프와의 협상인데, 이건 뒤로 넘기고.”

 

 나지에야가 뒤로 넘긴다는 말에 시비아트의 얼굴엔 기대한다는 마음이 새겨졌다. 지금 같은 경우에 뒤로 미루는 경우는 대부분 중요한 안건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중요 안건을 사전에 처리하는 것과는 달리 회의가 필요한 경우 중요 안건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세크레트가 알아 온 건 지금 당장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지나간 일을 써먹을 순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나첼니가 가져온 정보는 하이델 상인 연합이 시안 상단과 담판을 지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는 거네. 맞지?”

“네.”

“이 계획의 배후가 누굴까?”

 

 나지에야는 문뜩 떠오른 생각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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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사건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장면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제가 바라는 방향성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 각 캐릭터 별 스토리 + 분기점.

 다양한 가능성은 분기점을 표현한 것으로 이를 유저가 직접 NPC의 입을 통해 듣고 본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쪽이 더 맞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는 NPC의 퀘스트를 수주하면 자연스레 그쪽 분기로 빠지는 시스템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분기에 따라 자연스레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있게 되어 세력 형성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죠.

 이렇게 되면 각 캐릭터 마다 각 유저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동일한 사건을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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