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과광!
시원하게 날아간 바위는 단숨에 성곽을 부숴버렸다. 부서지는 돌 너머로 파괴하는 강한 힘에 휘말린 벨모른의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걸로 끝이면 아쉽다는 듯 자이언트가 던진 바위는 꺾이지 않은 기세를 온몸으로 드러내며 성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양측의 전투가 일순간 멈췄다. 아니, 모든 게 멈추고 자이언트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엄청나네요.”
가디언이 떨어진 바위를 양손으로 집어 들며 코웃음 쳤다.
“그렇죠?”
“네, 엄청 무식하네요.”
“하하핫!”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가디언의 말에 자이언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 역시 다시 바위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성곽 위에서 화살과 총알이 가디언과 자이언트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어서 빨리 죽어버려! 악을 쓰듯 맹렬히 쏟아지는 그 공격에도 기죽은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일 수 없다. 보일 수 없기에 그 바위를 든 손에 힘을 주고 머리 위로 급하게 들어 올렸다.
그때, 성벽 위를 기어오르는 병사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본래 작전과는 모든 게 다 달라졌지만, 그래도 작전대로 움직여간다. 작전대로 움직였다면 성벽을 기어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리를 끊어 다리 위의 병력을 없애는 한편, 바다에서도 공격을 퍼부어 성 내부의 병력을 양분한다. 이렇게 열기구가 외성문을 넘는데 방해될 요소를 줄인다. 열기구가 성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면 성 밖에서도 사다리로 만든 임시 다리를 타고 진격해 성문을 돌파한다. 그렇게 성문이 뚫리면 비밀통로를 따라 올라온 별동대가 내성문을 열어줄 것이고, 마지막에 연합군의 전 병력이 벨모른을 친다. 이것이 작전이었다.
그 작전은 시작과 동시에 엉망이 되었지만, 싸워야 하기에 싸울 수밖엔 없다. 모두가 잘 알기에 악귀처럼 성벽을 기어오른다.
“문을 열어라!”
그것을 확인한 자이언트는 일부러 호통치며 품에 안은 바위를 성벽 위를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콰앙! 화약이 폭발하듯 성곽이 부서지며 바위가 그 너머에 모여 있던 벨모른의 병사들을 후려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두 거인족이 힘겨루기하듯 날아오는 족족 받아 다시 되돌려주듯 던져대자 날아드는 바위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자 뒤에서 돌격 명령이 떨어지고 성문에 도달하지 못했던 병사들이 성문을 부수기 위해 방패로 머리를 가린 채 손안에 가득 차는 둥근 쇳덩이를 쥐고 성문을 향해 달려간다. 성문을 부술 충차가 없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처럼 보였다. 도착해서 폭탄을 설치하고 빠져나오면 되는 간단한 일. 이대로라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으악!”
“아악!”
성문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져 내린 불길을 품은 액체가 성문 밖으로 뿌려졌을 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가장 앞에서 달리던 병사 네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품에서 굴러떨어진 폭탄의 심지에 불이 붙어 쾅쾅쾅쾅! 격렬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불길이 치솟자 뒤따르던 병사들도 돌격을 멈추고 멈춰 서선 불안한 눈동자를 굴린다.
그런 병사들을 향해 화살과 총알이 다시 날아들었다. 서둘러 몸을 피하지만 상처가 가슴에 났느냐 등에 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던지기엔 너무나 무겁기에 던질 수도 없다. 자이언트는 등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탓에 품에서 떨어져 구르다 멈추는 폭탄을 집어 들었다.
거인족인 자신이 들기에도 가볍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거운 건 아니다. 무거운 건 이것을 쥐고 달려야 했던 병사의 심정이겠지. 화살과 총알이 집중되듯 갑옷에 쏟아졌다. 아기의 주먹질 같은 그 매질을 갑옷 너머로 느끼며 자이언트는 일부러 불 위를 지날 수 있도록 낮게 집어 던졌다. 그러며 재차 붉은 피를 뒤집어쓴 채 버려진 폭탄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가디언이 바위를 던진다. 폭탄을 던지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쿵! 쾅! 쾅! 쾅! 쾅! 불 위를 지나도록 내던진 폭탄이 터진다. 두껍고 무거운 금속 안에 화약을 가득 채운 폭탄이 성문에 둔탁한 소릴 내며 부딪힌 뒤 폭발한 것이다. 성문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크게 흔들렸던 성문의 밑이 폭발하며 부러졌다. 폭발에 조각난 바위가 마치 성난 무쏘의 뿔처럼 날아왔다. 깡! 격한 진동을 남기며 가슴을 스쳐 옆으로 날아간 돌을 확인한 자이언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때 성벽 위 점령을 끝낸 듯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도 사라졌다.
“돌격하라!”
“돌격!”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성문이 폭발하는 순간, 연막이 뿌려지기 무섭게 가장 먼저 뛰어나간 건 칼페온의 여왕. 노바였다. 머리 위에 만들어진 여섯 개의 칼날이 좁은 통로 밖으로 날아간 순간에 맞춰 몸을 굴려 밖으로 뛰어나간 노바는 첨벙첨벙 호수 위를 달리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쫓은 건 커세어였다.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갈 참이었는데, 그걸 빼앗긴 게 불쾌한 것이다. 굶주림 뱀처럼 먹이를 쫓아 날아가는 사복검의 자루를 붙잡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연기처럼 검게 흩날리는 벨모른의 병사를 뚫고 밖으로 나오자 물 위를 미끄러지듯 지면을 빠르게 치고 달리며 적들과 싸우는 노바를 볼 수 있었다.
제길!
노바보다 더 못 죽일까 봐 신경이 쓰였다. 지면을 박차고 뛰었다. 그와 동시에 휘두른 칼은 긴 채찍이 되어 병사의 몸을 얽어맸다. 실체가 없는 몸이라도 고통을 느끼는 듯 몸을 비트는 모습을 확인한 커세어는 칼을 힘껏 잡아당겼고, 그 순간, 회전하는 톱날처럼 병사의 몸을 더 깊이 파고든 칼날에 몸이 산산이 조각나 펑!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노바를 향했던 병력이 뒤쫓아 나온 커세어를 발견하고 몰려든다.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래, 어서 와라. 내 부하들의 제사상 앞에 너희들을 매달아 주마! 되돌아온 칼날을 다시 밀어내듯 날려 보낸다. 그러자 달려들던 병사의 목을 뜯어내듯 찢어버린다.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몸을 돌리며 돌아온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어서 문을!”
눈앞에 정사각형의 황금색 사각형이 여러 겹 겹쳐 길게 좌우로 중첩되었다. 펑! 그것을 본 순간, 폭발이 일며 달려들던 적들이 한순간에 폭사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세이지였다. 이런 때 이런 상황에선 더 감정적으로 될 수밖엔 없는 짓을 한 세이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불쾌했다. 아! 진짜! 방해 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러자 칼자루를 쥔 손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갔다. 뚜둑! 다섯 손가락에 낀 다섯 개의 반지가 칼자루를 거칠게 긁는다.
‘아!’ 예고 없이 느껴진 그 통증에 들끓던 감정이 갑자기 식어버린다. 찬물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뭘 해야 하는 건지 잊고 있었던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바다 쪽에서 거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파도 소리가 아닌 걸 안다. 벨. 그것은 벨이 바다를 반으로 가르며 헤엄치는 소리였다. 뒤따라 나온 병사들이 적과 뒤엉켜 싸우는 소리도 들린다.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뒤엉켜 들려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드디어 보이는 게 달라진다.
“그러죠.”
퉁퉁 부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제 눈은 장마가 끝나고 맑게 갠 한여름의 하늘처럼 맑아져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달라진 감정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 난장판을 끝내는 것. 그게 복수심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파랗게 물들어 출렁이던 머리가 차분히 가라앉으며 본래의 갈색 머리로 바뀌었다.
분노는 지금 필요한 게 아니다. 그것은 벨모른을 만난 다음에 터트려도 되는 일이다.
날카롭게 날이 선 창끝이 얼굴을 향해 날아든다. 그것을 피해 허리까지 아래로 숙이자 등을 스치며 날아가는 거친 바람이 느껴진다. 왼발을 옆으로 밀어 몸을 왼쪽으로 보내며 상체를 세웠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칼을 힘껏 아래에서 위로 베어 올렸다. 옆구리에서 어깨까지 단숨에 그어 올린 칼날에 검은 연기가 터진다.
다시 상체를 숙이며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그러자 철퇴가 왼쪽으로 떨어지며 검은 연기가 터졌다. 시야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길 반복한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서두르진 않지만, 느리지 않은 걸음으로 성문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다 문뜩 성문 앞을 채워나가는 병사들이 보였다. 약 30여 명의 병사가 성문 앞에 대열을 맞추고 선 모습은 돌파하려는 마음 자체를 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달려드는 적의 칼을 허리를 젖혀 피하며 가볍게 칼을 휘둘렀다. 얼굴로 덮쳐드는 검은 연기를 불어 내쫓은 커세어는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또다시 손끝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병사 중 한 명의 몸에 달라붙는다. 그와 동시에 물 위인 것처럼 미끄러지며 그 병사들의 옆으로 돌아갔다. 저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가볍게 뛰어오른 커세어는 공중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 회전하기 시작했다. 촤자자자작! 순식간에 두 명의 병사가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공중에서 회전하면 할수록 더 많은 병사가 검은 연기가 되어 빠르게 흩어져갔다. 마치 검은 밀가루라도 터지는 것 같은 모습은 성문을 가로막았던 모든 병사가 검은 연기가 된 뒤에야 끝이 났다.
그러나 커세어의 춤사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면에 두 발이 닿는 순간, 급하게 일어나며 몸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얼굴을 스치며 칼날이 지나간다. 커세어의 칼도 오른쪽으로 회전했다. 펑! 검은 연기가 다시금 퍼진다. 이제 성문을 지키는 적은 없었다.
뒤를 쫓아오는 적은 아직도 많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보였다.
“어서 문을 열어!”
카탄 군부의 흑표범 가닌 아스가 합류한 별동대가 적극적으로 벨모른의 병사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닌 아스의 외침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커세어는 곧장 타륜처럼 생긴 성문을 여닫는 손잡이를 향해 달려갔다.
문이 열린다.
외성문을 돌파한 병력이 내성문 인근에 도달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 굳게 닫혀있던 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 문이지만, 드디어 이 전투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작전하고는 참.”
그러나 자이언트는 너무나 느리게 올라가는 성문을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듯 한숨과 함께 성문의 밑을 붙잡더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기계가 부서지는 듯 성문 안에서 괴음이 울린다. 그 모습에 가디언 역시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더니 옆에 붙어서 문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뿌드득! 완전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느리게 올라가던 성문이 두 거인족의 힘에 떠밀려 올라간다.
그러자 함성과 함께 병사들이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엉망진창이었지만, 드디어 작전대로 움직인다는 기분에 서로를 마주 보는 두 거인족의 얼굴엔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그 미소도 금세 끝났다. 등 뒤, 메디아 성 밖에서 치솟는 거대한 불기둥의 뜨거운 열기가 등을 덮쳤기 때문이다.
“저건 또 뭐야?”
“페리드?”
두 거인족의 눈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오마르 용암 동굴의 지배자이자 용암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페리드의 등장은 결코 이롭지 못한 일이었다.
“저 불길이 페리드란 말인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이 후방에 남은 병력을 불태우는 게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펑펑! 폭약이 터지는 소리가 그들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러나 불길은 그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용암으로 이뤄진 페리드의 약점은 물이다. 다리가 끊어진 이상 바다를 건너지 않는 한, 성안으로 들어올 방법은 없었다.
이런 게 요행인가?
두 거인족은 내성 안으로 들어와 들고 있던 성문을 놓았다. 쿵! 거친 소리와 함께 닫힌 성문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펑! 펑! 성 밖에서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신경이 쓰일 수밖엔 없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전투를 시작한 병사들의 틈바구니로 뛰어들었다.
“밀어라!”
“뚫어!”
“와아!”
“쳐라!”
사르만 아닌과 가닌 아스의 명령이 뒤엉키는 그곳을 열 명의 병사에게 둘러싸여 호위를 받는 바리즈 3세의 긴장된 눈이 향한다. 무기를 들고 싸우기엔 아직 너무나 어린 나이기에 이렇게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병사의 호위를 받으며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높았다.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그 사기가 칼끝에 머물러 적을 향한다.
순식간에 부서지고 파괴된다. 검은 연기가 화약처럼 퍼진다. 그 속에서 노바도 세이지도, 커세어도, 자이언트와 가디언도 합세해 병사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한다. 병력의 수가 늘어난 만큼 전투의 양상도 크게 달라져 왕의 대전으로 향하는 두 개의 계단을 점령하는 일도 빠르게 이뤄졌다.
이제 남은 건, 대전으로 돌격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벨모른의 목을 치는 일뿐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그치지 않고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신경 쓰이지만, 무슨 일이 있든 병력을 벨모른에 집중할 수밖엔 없었다. 다시는 올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페리! 페리드가 온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시선이 뒤로 향했다. 그 순간, 메디아 성의 성벽을 녹이며 다가오는 거대한 불기둥이 보였다. 호기롭게 하늘 높이 솟은 뿔과 성벽을 녹이는 거대한 팔이 아니었다면 그저 불기둥처럼 보였을 그것은 페리드였다.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느껴졌다. 불에 구워지는 감각이 몸 전체를 뒤덮었다. 외성문에서 내성문까지 거리가 있음에도 느껴지는 열기에 병사들의 몸이 일순간 굳어진다.
“젠장. 어떻게.”
“제기랄!”
두 거인족이 무기를 확인하고는 몸을 돌렸다. 덩치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거인족인 자신들만이 상대할 만한 자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 앞으로 나서는 이가 있었다. 커세어였다.
“약점이 물이라고? 그럼 상대할 수 있는 건 나뿐이겠네.”
머리가 다시 파란 파도를 만들어냈다.
“저건 내가 막을 테니 벨모른을 상대해 줘요.”
말을 마친 커세어가 부하들을 이끌고 내성문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두 명의 거인족도 따라온다. 성문을 돌파할 때 부숴버린 탓에 열리지 않는 문을 열어주기 위함이었다. 계획은 있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일방적인 싸움이 되진 않을 방법은 있다고 생각했다.
“대장!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끽!”
“못 이기면? 나쁠 건 없잖아?”
부하들의 질문에 커세어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뒤를 따라온 두 명의 거인족이 성문을 붙잡고 위로 들어 올린다. 드드드득! 부서져 헛도는 소리가 불쾌하게 들려온다.
“고맙군요.”
“나서줘서 고맙네.”
“뭘, 어차피 작전이 실패해도 다 죽을 텐데.”
커세어는 빠져나오자마자 다시 닫혀버린 성문 너머로 두 거인족을 향해 한쪽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웃어 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녹아내린 성벽을 넘어 들어오는 페리드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커세어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 커세어를 찾아 두 거인족이 눈을 돌리는 찰나, 페리드를 향해 덮쳐드는 커다란 해일이 성을 덮쳤다.
쿵! 쿵! 쿵! 쿵!
굳게 닫힌 문에 모인 병사들의 매서운 도끼질이 이어졌다. 두꺼운 문을 부수기 위해 사정없이 두들기는 그 소리는 마치 아귀의 절규처럼 들리는 듯했다. 문을 부수는 동안 남은 병사들은 전사한 병사들의 시체가 다시 해골이 되어 일어나는 걸 파괴해야 했다. 동료였던, 친구였던 이들을 한 번 더 죽여야 하는 상황에 정신이 흔들릴 법도 하지만,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 그들을 다시 죽였다. 아니, 아마도 이미 제정신인 자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제정신인 자는 없다. 제정신으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자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
“우리가 부수겠소.”
지체되는 게 싫다는 듯 성문을 열고 돌아온 두 거인족이 도끼를 들고 대전의 문 앞에 섰다.
“이얏!”
“하앗!”
쾅!
대전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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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편? 2편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길어도 3편 이내로 끝낼 예정입니다.
설산 지역 업데이트를 보니 제가 바라던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다른 건 아니고, 시작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과 퀘스트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클래스도 개편된다 하고, 여러모로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