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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메디아 공방전 6
2021.12.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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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2.24 20:28

 루비처럼 붉은빛을 내는 벨모른의 눈동자를 노려보며 멈춘 창을 찔러넣는 순간, 펑! 폭발했다.

 

“큭!”

 

 급하게 몸 주위에 마력을 두르고 창으로 막았지만, 커다란 돌덩이에 얻어맞은 것처럼 몸 전체를 강하게 두들기는 힘에 세이지는 계단 뒤로 떨어지며 굴렀다. 그러자 계단에 여기저기 부딪히는 통증이 몸을 감쌌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할 시간은 없었다. 몸을 덮쳐드는 검은 연기를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몸을 돌려 일어나며 창을 크게 휘둘러 주위를 포위하는 검은 연기를 쫓아내는 것과 동시에 누워있던 곳에 검은 연기가 쿵! 내려 찍혔다. 자세를 고치는 것과 동시에 그 덩어리를 향해 창을 힘껏 휘둘러 베었다. 끼에에엑! 그 순간, 귀를 찢어버릴 듯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그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지만, 뇌를 직접 뒤흔드는 것처럼 밀려드는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기세 좋게 덤벼들던 세이지가 멈추자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한 듯 검은 연기가 다시 짙어지며 그 속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왔고, 그들의 창과 칼, 철퇴가 세이지의 머리를 등을,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급하게 손을 떼고 창을 휘둘렀지만, 후려친 건 고작 세 개뿐. 남은 것들은 그대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이지의 몸을 덮쳐들었다.

 쾅!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 덮쳤다.

 

 

 

“저게 뭐야?”

“드디어 왔네.”

 

 밖으로 대피한 순간, 몰아친 돌풍에 놀라며 올려다본 하늘에 뜬 커다란 배를 본 순간, 든 생각은 저게 뭐냐? 그 하나뿐이었다. 옆에서 가닌 아스가 아는 척을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포를 쏘는 모습에서도 아무런 대응조차 못 했을 것이다.

 

“포격이다! 엄폐하라!”

“엄폐!”

 

 포문이 열리고 대포가 선체 밖으로 밀려 나온 걸 확인한 직후 내려진 사르마 아닌의 급한 명령에 병사들이 엄폐하는 순간, 대전을 향했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첫발이 떨어지자 쾅! 지붕이 폭발했다. 창문이 터졌다. 연이어 발사된 포탄이 지붕을 재차 뚫고 들어가며 폭발이 일었다. 콰광! 뜨거운 열기를 품은 강한 돌풍이 계단 아래로 납작 엎드려 몸을 숨긴 병사들을 덮치며 밀어쳤다. 속에 품었던 불길을 뿜어내며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엎드려 있던 사르마 아닌의 머리 위로 바위가 떨어져 구른다. 머리카락이 짓눌리는 무게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으악!”

 

 그때 비명이 터진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위에 다리가 깔린 병사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곁에서 바위를 치우러 달려오던 병사가 날아온 목재에 머리에 맞아 나동그라지는 것도 보였다.

 

“폭발이 그칠 때까지 움직이지 마라!”

 

 그 모습에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발생한 피해는 감수할 수밖엔 없다. 다시 말해 더 큰 피해를 만들 순 없다. 이건 움직이지 않은 자신을 향한 핑계일까? 사르마 아닌은 투구를 스치고 지나가는 돌조각에 황급히 고개를 파묻으며 떠오른 의문을 서둘러 털어냈다.

 

“일어나요!”

 

 저 멀리에서 외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주위를 두드리는 돌소리에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은 사르마 아닌은 더욱 깊이 머리를 파묻었다.

 

“야! 일어나라고!”

 

 재차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머리 위의 화단을 부수고 등 뒤로 날아가는 충격에 재차 묻혔다.

 

“빌어먹을! 어서 일어나지 못해!”

 

 그때 날카롭게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강한 파도가 엎드린 병사들 앞을 덮쳤다.

 

 

 

 반짝이는 정사각형의 마법진을 짓누르는 바위틈 사이로 넘실대던 불길이 잦아들자 주위를 감싸던 검은 연기도 점차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이내 햇살이 밀려 들어왔다. 끝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햇살을 짙게 가리며 밤이 내렸고, 그 순간, 마법진을 덮은 바위 더미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무언가 더 무거운 것이 일부러 힘을 주어 짓누르는 것 같은 상황에 세이지의 얼굴이 금세 일그러졌다.

 

“젠장!”

 

 3일의 밤이 다시 시작됐단 뜻인가?

 누운 채로 마법진에 다시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펑! 마법진이 격하게 폭발하며 짓누르던 바위 더미를 사방으로 쳐 날렸다. 몸을 짓누르던 무게까지 한 번에 날려버린 세이지는 몸을 굴러 자리를 피했다. 쾅! 몸을 피하자마자 그 자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검은 연기를 봤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어둠으로 가득 찬 밤이 되었음에도 검은 연기의 형체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다.

 

“컥!”

 

 재빨리 일어나며 방어를 위해 마법진을 펼쳐 든 커세어였지만, 그 순간 강한 충격이 마법진을 깨부수며 들이닥쳤다. 신음 같은 비명을 터트리며 뒤로 내던져진 세이지는 머리부터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어떻게 된 건지 어디가 아픈 건지 알아차릴 정신도 없었다.

 재차 강한 힘이 몸 전체를 덮쳤다. 때리는 것이 주먹인지 발인지 아니면 어떤 무기인지, 마법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자신을 공격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자만했다. 후회의 마음이 떠올랐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죽일 수 있었다면 굳이 스스로 봉인해서까지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너무 만만하게 본 걸까?

 재차 강한 충격이 가해진다. 이젠 다른 의미로 앞이 어두워진다. 머리가 멍해지며 후회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펑! 펑! 펑!

 그때, 저 멀리서 폭음이 일더니 검은 밤하늘에 붉은 섬광이 빛났다. 그러자 폭력도 멈췄다. 무슨 일인지 확인하는 건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폭력이 멈추자 세이지는 어두워지던 눈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에 억지로 힘을 밀어 넣어 팔로 벽을 짚고, 다리로 지면을 디뎠다.

 몸 어디든 후들후들 떨리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우선은 만족했다.

 

“키벨리우스!”

 

 사람을 부르듯 무기를 불렀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를 냈다.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힘이 풀려 그대로 엎어졌다. 쾅! 그 순간 등 뒤를 스치며 지나간 강한 힘이 벽을 부순 듯 큰 소리를 냈다.

 금빛의 물체가 어둠을 뚫고 날아든 것도 그때였다. 손을 내밀자 키벨리우스의 단단한 자루가 손에 들렸다. 따뜻한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몸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실질적으로 치료되는 건 없지만, 불편했던 부분이 조금은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몸을 급하게 돌리며 창을 힘껏 휘둘렀다. 밤이 찢기며 그 속에 숨었던 검은 연기가 보였다. 커다란 주먹처럼 뭉쳐진 그것은 방향을 바꾸고 세이지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오냐! 덤벼라!”

 

 세이지는 창을 내지르며 외쳤다.

 

 

 

 고개를 들자 앞을 가로막은 물의 장벽 너머에서 우왕좌왕하는 벨모른의 병사들이 보였다. 그 장벽 안 쪽에서 치솟는 물을 양 손으로 받치고 있는 커세어도 보였다. 그걸 보고 있자니 뒤에서 달려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물의 장벽에 마법이 덧씌워지며 단단하게 굳어지는 게 보였다. 위치였다. 그제야 바리즈 3세는 현 상황이 이해되었다. 공중에 뜬 저 이상한 배가 누구의 작품인지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될 동안 공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확했다.

 

“발렌시아의 뜻이 이러하단 말이냐?”

“노여움을 푸십시오. 전하. 이들은 그저 운전이 익숙하지 않아 늦었을 뿐입니다.”

 

 호위하던 병사들을 물리치며 앞으로 나선 바레즈 3세가 호통을 치자 가닌 아스가 오해하지 말라며 위치와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자세를 낮춘 것도 아닌 실실 웃으며 대답하는 가닌 아스의 태도는 누가 봐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 태도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폐하 앞에서 허락도 없이 말을 한단 건가? 발렌시아의 예법은 다 그러한가 보군?”

 

 그러자 사르마 아닌이 쥐고 있던 칼을 언제든 휘두를 준비가 되었다는 식으로 위협적으로 들어 보였다. 그때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 크지 않았지만, 누구든 듣지 못했을 리 없는 그 소리에 시선이 모인 곳엔 비공정을 타고 온 위치가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제 마법이 곧 뚫릴 것 같은데.”

 

 이겨야 한다. 그 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눈이 커졌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얼굴이 붉어진다. 숨이 거칠어지며 턱이 꿈틀한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사르마 아닌의 칼이 위치의 목에 닿았다. 메디아의 차기 국왕뿐만 아니라 칼페온의 여왕까지 있는 상황에서 위치의 발언은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런 사르마 아닌의 행동은 누구의 제지도 아닌 위치의 말에 가로막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엔 솟구치던 물줄기가 점점 기세가 약해지는 게 보였다.

 

“괜찮겠습니까?”

 

 위치의 한쪽 입꼬리가 심하게 올라갔다. 그걸 노려보던 사르마 아닌은 눈앞이 갑자기 빙글 돈다는 착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바레즈 3세를 돌아보는 순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쿠구궁! 크게 흔들렸다. 균형이 무너지며 일어섰던 이들이 모두 엎어지거나 주저앉았다. “전하!” 넘어지는 바레즈 3세를 끌어안으며 넘어진 사르마 아닌은 뒤늦게 바닥의 돌과 흙이 마치 물이라도 된 것처럼 진동하며 흐르는 모습에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이것도 너희들이!”

 

 바레즈 3세가 사르마 아닌의 품에 엎드린 채로 화를 내며 위치를 향해 삿대질하는 순간, 무너진 대전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하며 솟구쳤다. 번쩍! 밤이 되었다.

 

 

 

 어둠 때문에 보지 못한 돌부리에 말이 걸린 탓에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 위에 타고 있던 사람이 흙바닥에 뒹굴며 겨우 멈췄다. 목에 건 아타니스의 반딧불 때문에 뿌연 흙먼지가 이는 모습이 한층 더 선명하게 보였다.

 

“크윽!”

 

 내동댕이쳐지며 몸을 감고 있던 붕대가 붉은 피로 빠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을 내뱉던 이는 급하게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약을 마신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고 어둠이 빠르게 확산하는 메디아 성을 올려다봤다.

 붕대로 감쌌지만, 그녀가 매화라는 사실을 모를 순 없었다.

 

“젠장.”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반딧불 덕분에 그나마 대략적인 모습이 보인다는 게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마른 입술을 혀로 문질렀다. 이미 늦었을 거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밤이 시작된 이상 이제 벨모른을 막을 자는 없었다. 끝인가? 옆으로 누운 채 아직 일어나지 못하는 말을 돌아봤다. 숨을 헐떡이곤 있지만, 수의사는 아니지만, 일어나진 못할 거란 건 알 수 있었다. 돌부리에 걸린 것보다 쿠샤 마을에서 이곳까지 장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게 더 치명상이었을 것이다.

 미안하다. 그래도 어차피 나도 죽을 거라.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볼까? 만에 하나라는 기대를 품고 싶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검은 현무암으로 가득 채워진 다리를 쳐다보며 칼을 뽑아 들고 메디아 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벨모른의 병사들이 어둠 속에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꺼져!”

 

 매화는 거친 욕을 내뱉으며 칼을 고쳐 쥐고 달려들었다.

 

 

 

 밤이 되었다. 그러자 비명이 터졌다.

 당황한 눈이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숨을 끊는 날카로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호흡이 빨라지며 숨이 턱 막힌다. 들이마시지도 못하고 내뱉지도 못하는 숨이 코와 목에 걸려 의미를 잃은 입만 거칠게 뻐끔거릴 뿐이지만, 숨을 쉬긴 하는 건지 알 수도 없다.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방패를 앞세워 들며 칼을 휘둘렀지만, 닿는 것이 없다. 한 발 떼는 것조차 무섭다. 아니 움직이는 것조차 무섭다.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난다. 숨을 쉬지 못한 몸이 바둥거린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몸이 떨린다. 말라비틀어지는 목구멍이 점점 더 조여오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신 차려!”

 

 그 순간, 깡! 불꽃이 일어난다. 그 불꽃 속에서 날카로운 낫이 보였다.

 

“죽을 셈이야! 숨을 쉬어!”

 

 등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 것도 그때였다.

 

“헉!”

 

 거친 숨이 튀어나왔다. 거칠게 숨을 빨아 마셨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몸이 떨린다.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어찌하지 못하는 손이 힘없이 흔들린다. 뭘 해도 이상하다. 몸이 묶인 것 같기도 하고 풀린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하다. 떨린다. 뭘 해야 하는지 생각나는 게 없다. 그때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아래로 쑥 꺼지자 겨드랑이 사이로 손이 쑥 들어온다.

 

“정신 차려! 이거!”

 

 미치겠다! 욕지기가 들린다.

 그 순간, 갑옷 속으로 손이 들어와 헤집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에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돌렸다. 그때 품속에서 다시 손이 빠져나오더니 갑자기 밝은 빛이 눈으로 쏟아졌다. 그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더 깊게 돌리며 빛을 피하려 애썼다. 깡! 재차 날카로운 소리가 뒤섞인 섬광이 반짝였다.

 

“이제 좀 정신 차려! 무기를 들어!”

 

 지금까지 자신을 향해 쉼 없이 말을 했던 그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을 부시게 했던 빛이 잦아듦에 고개를 돌리자 피투성이인 몰골로 자신을 지탱한 채 선 가디언의 얼굴이 보였다. 가디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사르마 아닌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마른 침이 그제야 삼켜졌다.

 빛이 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것은 아타니스의 반딧불을 담은 목걸이였다.

 

“싸울 수 있어? 싸울 수 있냐고?”

“싸, 싸우겠어요.”

“그럼 당신의 왕을 지켜!”

 

 왕이라는 말에 정신이 완전히 맑아졌다. 어둠 속에서 주위를 포위한 벨모른 병사들의 모습도 드디어 보였다. 반짝 독이 오른 그들의 붉은 눈동자를 본 순간, 지금까지 흐느적거렸던 팔다리에 힘이 조금이지만 돌아오는 것 같았다. 찌릿찌릿 쥐가 난 것처럼 욱신거렸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가디언에게서 몸을 떼고 자신의 두 다리로 지면을 디디고 섰다. 이것만 있으면. 사르마 아닌은 그 목걸이를 꽉 쥔 채로 이제는 선명하게 보이는 겁먹은 채 떨고 있는 바리즈 3세를 향해 달렸다.

 

 

 

 서둘러 선체 전체에 불을 밝히자 기어 올라온 벨모른의 병사들이 보였다. 밤이 시작되자마자 불을 밝혔음에도 어느새 갑판 위로 올라온 것이다. 검은 연기에 싸인 채 붉은 눈을 반짝이는 그것. 분명히 정상적인 생물의 모습은 아니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그 모습에 비공정의 함장은 헛바람을 삼켰다.

 30년 동안 해군을 이끌며 수많은 적을 상대해왔던 함장조차도 기가 눌려버릴 만큼 흉측한 그것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건. 한순간, 숨을 참았다. 그리곤 다시 내뱉었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위대한 발렌시아의 병사다!”

 

 그러며 내뱉은 절규하는 함장의 외침에 북소리가 울렸다.

 

==========

 

 중간에 커세어와 위치의 마법은 창작한 겁니다.

 이유는 달리 방어 마법이라는 개념이 없는 게임이라, 그냥 만들어 봤습니다.

 

 이번 화에선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생각보다 길어집니다. 다음 화에선 끝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