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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메디아 공방전 7
2021.12.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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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12.27 20:39

 빌어먹을!

 하나를 죽이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와 길을 가로막는다. 어쩌면 둘, 어쩌면 셋이 더 튀어나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매화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욕지기였다.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정상적이라면 이것보단 수월했을 것이다. 갑옷인 것처럼 몸 전체를 갑갑하게 감싼 붕대 이곳저곳에 새겨진 붉은 반점이 늘어날수록 열이 오른 머리가 어지러웠다.

 칼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건 이미 한참 전의 일이다.

 

“큭!”

 

 칼을 급하게 머리 옆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칼을 짓누르는 강한 힘이 불똥이 되어 얼굴 위로 튀었다. 상체를 아래로 숙이며 칼을 머리 위로 올렸다. 스르릉! 그러자 칼날 위를 미끄러지며 도끼날이 스치고 날아간다. 그 소리를 들으며 칼을 힘껏 앞으로 내지르듯 휘두르며 일어났다.

 허리가 베인 벨모른의 병사가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흡!”

 

 그 순간, 뒤에서 달려드는 소리에 매화는 급하게 칼을 돌려 역수로 쥐고 등 뒤로 힘껏 찔러 넣었다. 펑! 검은 연기가 흩어지며 바람을 타고 얼굴 앞으로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서둘러 칼을 돌려 잡으며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며 품속에 넣어둔 아타니스의 반딧불을 떠올렸다.

 여기서 써야 하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타니스의 반딧불을 폭탄 삼아 계속 던지면 성으로 들어갈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가져왔다곤 하지만 겨우 30개 정도밖엔 가져오질 못했다. 이것을 한 번에 터트려도 벨모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모른다.

 성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그렇다고 아끼다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

 매화는 달려드는 벨모른의 병사를 노려보며 칼을 고쳐잡았다. 눈매가 가늘어졌다.

 

“젠장.”

 

 

 

 난 메디아의 칼이다.

 사르마 아닌은 방패를 밀어 칼을 후려치며 발을 앞세워 벨모른 병사를 걷어찼다. 첨벙! 첨벙! 뛰어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난 메디아의 칼이다. 사르마 아닌은 칼을 오른쪽으로 휘두른 뒤, 왼쪽으로 돌아서며 재차 칼을 휘둘렀다.

 난 메디아의 칼이다.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칼을 피해 앞으로 구르며 칼을 찔렀다. 일어나며 방패를 등 뒤로 돌려 등을 찌르는 칼을 막아냈다. 그러며 칼을 앞으로 휘둘러 달려들던 적을 베었다. 퍽! 방패를 다시 앞으로 돌리려는 순간, 무언가 가슴을 찔렀다. 화살이다. 어? 제. 길? 화살을 보고 있자니 이번엔 창이 날아든다. 창을 막으려 방패를 앞세워 들었지만, 이번엔 등이 화끈거린다. 그 충격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한 바퀴 굴렀다.

 

“난. 허억.”

 

 말을 하려 입을 벌리는 순간, 거칠어진 호흡이 튀어나온다. 밤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닌 이유로 눈앞이 어두워진다. 아직은 아냐. 정신 차려!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며 칼을 휘둘렀다. 창을 내지르던 병사가 검은 연기로 흩어지는 걸 봤다. 그때 퍽! 방패를 강하게 후려친다. 견디기 힘든 강한 충격에 팔에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방패를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듯 팔이 아래로 툭! 떨어진다. 이유를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밀려든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든다.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어이가 없다. 황당하다. 짜증 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것들이! 그래 와라! 악이 튀어나왔다. 사르마 아닌은 칼을 휘둘러 또 다른 적을 베었다. 죽어줄게. 와라! 같이 갈 놈 와라! 난 메디아의 칼이다! 배에 강한 통증이 아로새겨진다. 욱! 숨을 쉴 수 없다. 그 고통에 뒤로 물러나는 순간, 배에 박힌 칼이 보였다. 장난치냐? 나 아직 안 죽었다! 난 메디아의 칼이다! 날 부러뜨릴 수 있으면 부러뜨려 봐라!

 

“난! 메디아의 칼이다!”

 

 또 한 놈을 베었다. 그리고 또 한 놈을 베었다. 베고 또 베었다. 그럴수록 상처가 더 늘어난다. 움직이지 않는 왼팔이 방해된다. 내 팔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짜증 난다. 쉽사리 따르지 않는 왼팔에서 방패를 떨어냈다.

 

“난 메디아의 칼이다!”

 

 칼을 휘두르며 악을 쓴다. 몇 놈을 베었는지, 몇 놈을 더 베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바레즈 3세를 비밀수로로 피신시켰기에 상관이 없다. 남은 미련 하나. 벨모른. 그놈만.

 

“덤벼! 이것들아!”

 

 벨모른이 앞에 있는 것처럼 칼을 휘둘렀다. 그때,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사르마 아닌은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칼을 놓치고 말았다. 첨벙! 호수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물이 튀는 게 보였다. 그 칼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

 이걸로 끝?

 첨벙! 물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들리지 않는 고개를 겨우 힘겹게 들어 올리자 물을 밟고 선 벨모른 병사의 발이 보였다. 얼마나 있는 거지?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다. 그저 하나라도 많길 바랄 뿐이다. 품속을 뒤져 총을 꺼냈다. 풍덩! 힘없는 손이 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뚝 떨어진다. 어차피 이전 전투에서 고장 나 쓸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쓸모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난 메디아의.

 그러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난 메디아의. 쾅! 권총이 폭발했다. 쾅! 권총의 불이 옮겨붙어 타오르던 사르마 아닌의 몸이 터진 것도 그때였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화약 주머니가 터진 것이다. 난 메디아의.

 방패다.

 

 

 

 불꽃이 일었다. 폭음도 들려왔다. 그동안 싸우는 소리와 비명을 제외하곤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전장에서 보인 새로운 모습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에 모였다. 한순간 터졌던 불꽃의 잔상에 돌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지하수로로 통하는 호수가 있는 곳이라는 걸 모를 순 없었다.

 

“무슨 일이야?”

 

 자이언트는 함께 싸우는 가디언을 돌아보며 물었지만, 답을 모르는 건 가디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답 대신 자이언트를 향해 창을 앞세우고 달려드는 벨모른의 병사를 베었다. 그러는 사이 가디언의 뒤를 노리고 칼을 휘두르는 병사를 향해 자이언트의 오른손에 끼워진 철장갑포가 불을 뿜었다.

 흩어지는 검은 연기 속에서 또 다른 적을 찾아 고개를 돌리고 눈을 굴린다. 그 순간, 무수히 많은 화살이 날아들었다. 까가가강! 자이언트의 갑옷과 가디언의 방패를 소나기처럼 사정없이 두들겨댄다. 마치 신기전이라도 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마치 모든 시선을 한쪽으로 몰고 싶다는 것처럼.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윽!”

 

 가디언은 허리를 쑤시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통증에 그만 한쪽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기도 전에 어둠을 뚫고 길쭉한 물체가 날아든다. 창이다. 젠장. 자이언트는 급하게 몸을 돌리며 그 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자이언트의 반응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든 창은 어느새 가디언의 관자놀이 근처까지 날아든 상태였다.

 가디언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코끝을 날카롭게 스치는 검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 순간, 여자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고 엎드려!”

 

 그 외침이 끝나는 순간, 빛이 번쩍였다.

 

 

 

 세이지가 뒤로 급하게 물러나는 순간, 앞에서 칼을 쥔 손이 튀어나오고, 뒤에선 창을 쥔 손이 튀어나왔다.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그 순간, 등 뒤를 방어해야 했다. 뒤에서 도끼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도끼를 막아내며 몸을 돌리는 순간, 화살이 얼굴 앞을 스친다. 헛바람을 삼켰다. 긴장을 늦추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 없다.

 젠장. 너무 쉽게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다. 끝도 없는 후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감아!”

 

 그때,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이해할 시간은 없었다. 세이지는 주위를 둘러보는 걸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번쩍! 강한 빛이 쏘아졌다. 끼에에엑! 날카롭게 찢어지는 비명이 터진 것도 그때였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벨모른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깨달은 세이지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밤에 가려졌던 대전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그 속에 뜬 수많은 손이 보였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듯 떨리는 그 수많은 손의 중심에 보이는 검은 원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두 개의 눈동자. 벨모른의 모습이 드디어 보였다. 세이지는 등 뒤에서 들려온 거친 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얼굴까지 칭칭 동여맨 붕대 때문에 얼굴을 확실히 구별하긴 어려웠지만, 그게 매화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서!”

 

 날카롭게 외치는 매화에 정신을 차린 듯 세이지는 들고 있던 창을 힘껏 집어 던졌다. 어둠이 걷힌 대전을 가로질러 금빛을 흩날리며 날아간 창은 두 붉은 눈동자의 사이 검은 공간에 박히며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크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터진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큰 소리에 세이지는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멀리 있던 매화 역시 귀를 막고 엎드렸다.

 깡! 깡! 세이지의 좌우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린 것도 그때였다. 자이언트의 커다란 손이 칼날을 붙잡았고, 가디언의 방패가 도끼를 막고 있었다. 그때 앞으로 뛰어들며 벨모른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자가 있었다. 칼페온의 여왕 노바였다. 노바의 머리 위에 떴던 다섯 개의 칼이 세이지가 던진 창보다도 빠르게 날아가 고통에 휘청거리는 벨모른의 머리에 다시 박혔다.

 

“키벨리우스!”

 

 그에 세이지는 다시 키벨리우스를 불러들였다. 그러며 사각형의 마법진을 소환해 벨모른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껏 품고 있던 의문이 한 번에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벨모른에게 이길 수 있을까? 지금이라면 대답할 수 있었다. 가능하다.

 그때, 하늘에서 붉은 불덩이가 떨어진다. 그러며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돈다. 물의 장벽이 세워진 것도 그때였다. 쾅! 거세게 치솟은 물의 장벽 너머로 폭음이 일며 불길이 높게 치솟는다. 검붉은 구름이 버섯처럼 피어난다. 그러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크게 흔들렸다.

 물의 장벽 너머로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친 충격에 공중에 떠 있던 벨모른의 손들도 기운을 잃은 듯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에 자이언트와 가디언이 재빨리 도끼를 휘둘러 그 손들을 찍어 파괴하기 시작했다. 손이 없어진다면 벨모른을 직접 노리는 건 무엇보다 쉬워질 것이다.

 

“손을 하나씩 맡아서 제거해줄 수 있겠나?”

 

 세이지의 질문에 자이언트와 가디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질문을 들은 노바와 위치도 손을 하나씩 맡아 사정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살 나며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손이 저항하듯 거칠게 흔들렸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저항은 그저 방해되는 불편한 하나의 장애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발에 걸리면 그냥 차버리면 되는 그런 작은 돌멩이와 장애물.

 거침이 없었다. 기운을 잃고 주저앉아 있던 매화는 물론이거니와 물의 장벽을 일으켰던 커세어 역시 손을 파괴하는 데 뛰어들었다. 그들의 광기 어린 모습을 보며 세이지 역시 마법진과 광선을 앞세워 불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벨모른의 머리를 공격했다.

 손이 하나씩 하나씩 빠르게 파괴되어 간다. 너무나 순식간이라 저항할 시간도 기회도 잃은 벨모른의 손은 금세 두 개만 남겨졌다. 희망이 보인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순간. 어두운 원 속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걸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대전이 다시 어두운 밤으로 바뀌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이 순식간에 몸 전체를 감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젠장!”

 

 서둘러 칼을 빗겨 든 노바는 칼을 깡! 거칠게 치고 지나가는 힘에 저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소리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노바는 몸을 급하게 돌리며 그 무게를 흘려내며 칼을 휘둘렀다. 푸푸푹!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무언가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저 다시 소리에 집중하며 자세를 잡을 뿐이다.

 

-오랜만이야? 킥킥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환한 아침이 된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무기를 쥐고 주위를 포위한 벨모른의 병사들이 보였다.

 

“흑정령?”

-너무 오랜만이라서 내 목소리도 잊은 거냐? 이거 서운한걸?

 

 갑자기 소름이 확 돋았다. 배신하고 떠났던 흑정령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네가 왜?”

-갑자기 잠을 깬 것처럼 기억이 애매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을 깬 것처럼? 무슨 일이 있었냐고?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건가? 그럼 믿어도 될까? 아니면 이것도 벨모른의 계략인가? 애초에 주위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무슨 일이냐는 듯 눈 앞을 떠도는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벨모른과 같은 붉은 눈동자.

 노바는 한숨을 삼켰다. 어차피 고민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조금 더 살 뿐.

 

“날 도와줄 수 있어?”

-널? 내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당연하잖아? 우리는 하나니까.

 

 두근. 심장이 떨렸다. 활기찬 목소리에 손이 떨렸지만, 금세 힘이 들어갔다. 썩은 동아줄이라 해도 붙잡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네 힘을 빌려줘.”

-빌려준다니까. 킥킥.

 

 흑정령의 웃음에 노바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칼을 앞으로 내지르며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벨모른의 병사 하나하나의 가슴, 배, 머리, 다리, 팔, 닥치는 대로 빠르게 찌르며 무작정 벨모른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러는 노바의 손끝에는 검은 기운이 맴돌았다.

 손끝부터 시작된 검은 연기는 금세 노바의 몸 전체를 뒤덮었고, 마치 잔상처럼 달려가는 노바의 뒤를 따랐다. 칼끝까지 검붉은 기운이 뒤덮었을 땐, 이미 많은 병사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바로 앞에 보이는 벨모른의 불타는 붉은 눈동자를 향해 뛰어올랐다.

 

“제발 좀 죽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노바는 벨모른의 미간을 향해 칼을 내질렀다. 붉은 눈동자 그사이를 찌르고 들어간 칼이 단단하지만 물렁물렁한 무언가를 꿰뚫었다. 크엑! 귀를 찢을 듯 날카로운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귀를 막을 수 없었던 노바가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펑! 그 순간이었다. 눈 앞을 가리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태양 빛이 가득한 한낮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자신이 찌른 것과 자신의 칼끝이 향하고 있는 곳에 닿아있는 것들이. 두 개의 도끼와 하나의 창, 그리고 세 개의 칼이 서로 교차하듯 합쳐지듯 뒤엉켜 있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좌우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돌렸다. 그러자 왼쪽으로 자이언트의 얼굴이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붕대를 칭칭 감은 매화의 얼굴이 보였다.

 

-킥킥. 벨모른이라 하더니 별것 없는데? 킥킥.

“훗!”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귓가에 들려온 허세 가득한 흑정령의 목소리에 노바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주위의 다른 이들의 웃음이 터지는 것도 그때였다.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실감했다. 드디어 끝났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하 호호 웃음을 터트리자 무기가 거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저앉거나 껴안고 우는 자도 있었으며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자도 있었다. 모두의 행동은 달랐지만, 승리를 자축한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이루려는 것만큼은 같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이 없는 그 목소리는 승리를 자축하던 이들의 감정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돌아본 곳엔 꼿꼿이 선 채로 어떤 서류를 펼친 위치가 있었다.

 

“앞으로 재건을 위해 노력과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너진 성. 파괴된 도시, 끝나버린 삶. 엉망이 된 모든 것이 위치의 말처럼 산적한 숙제였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치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호의적이라 할 수 없는 그 목소리에 노바는 떨어뜨렸던 칼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노바를 보면서도 위치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절대적인 강자라는 자신감을 가득 품은 그 미소는 곧 자신의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발렌시아의 위대한 군주 사하자드 네세르 국왕 폐하께서 그 모든 것을 위해 병력과 돈, 자원을 지원해주시겠다는 약조를 하셨습니다.”

“병력? 돈? 자원?”

“그렇습니다. 칼페온의 여왕 폐하.”

 

 노바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를 수 없다.

 

“거부하셔도 상관없지만, 거부하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 참상을 보며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위치의 얼굴엔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끝났습니다.

 앞으로... 모르겠습니다. 수필 형태로 있었던 일들을 쓰는 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마 팬픽을 연재할 일은 없을 겁니다.

 

 처음 시작은 붉은 사막 팬픽을 마음 편하게 쓰고 싶단 이유였지만, 애초에 스토리 라인은 클베 때부터 잡아오던 거였을 만큼 오래된 거였습니다.

 시작한 진짜 목적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점령전 개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스토리 개편이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점령전은 그냥 거점 세우고 그 거점을 누가 먼저 부수냐의 일종의 시간 싸움이죠. 싸우는 쪽은 재밌을지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선 지루하기 그지 없습니다. 솔직히요. 그래서 거점전을 국가전으로 바꿔달라는 건의도 했었고, 사실 그것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글이 쓸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시작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스토리는 솔직히 나쁘지 않아요. 재밌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재미는 있어요. 결코 못 만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불만이 있을 뿐입니다. 없다면 애초에 스토리 개편을 이유로 팬픽을 쓰진 않았을 테죠. 재미없는 이유는 스토리에 몰입할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딱히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요. 하이델만 보자면 하이델은 현재 칼페온에서 독립하고 싶은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보면 조르다인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꼴이죠. 생각하기에 따라선 하이델의 영주가 잘 한 거에요. 조르다인은 하이델을 더 살기 힘들게 만들었으니까요. 어이없는 상황이죠.

 이러니 조르다인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유저의 역할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기억 잃은 이가 방황하는 게 이야기의 중심인지라 하다 보면 문뜩 드는 생각이 유저는 필요없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간간히 생겼습니다. 그게 불만이었고, 그게 팬픽을 쓰게 된 이유였죠.

 

 다만 조기 종영을 결심한 이유는 이야기도 인물도 구상은 다 끝냈는데, 방향성을 모르겠어요. 전혀 안 잡힙니다. 그래서 그냥 접기로 했어요. 계속 써봐야 게시판만 더럽힌다 싶어서요.

 

 솔직히 붉은 사막 팬픽 1회는 정말 재밌게 썼었죠. 퇴고도 거의 없었습니다. 몇 안 되는 퇴고가 음유시인의 노래 뿐이었을 만큼 막힘없이 썼었죠. 붉은 사막 팬픽의 경우엔 단편 기획이었고, 이야기 구상도 없었던 상태에서 썼던 것치곤 엄청 잘 나온 거였죠. 그걸 다 쓰는 데 4시간이 안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만큼 재밌게 신나게 썼는데, 검은 사막 팬픽은 이상하게 그게 안 되요. 안 되는 걸 언제까지 끌고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게시판을 더 더럽히기 전에 그만 쓰기로 했고, 드디어 끝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메디아 공방전 이후 발렌시아가 본격적으로 대륙으로 진출하는 그 시작을 알리는 내용으로 구상한 부분을 쓴 것입니다.

 

 본래 이런 내용까지 쓸 생각은 없었는데, 검은사막+에서 한 MBTI 테스트 결과물 때문에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INFJ가 나오더군요. 다른 테스트도 받아봤는데,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에 관련한 사과이기도 한데요.

 4월 경에 제 글을 읽어보셨다는 분과 만났었는데, 그때 제가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고 그 소설 다 읽어봤다고 하니 그 분께서도 아, 나도 좋아한다고 하셨죠.

 그때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봤었는데, 그게 제 잘못된 습관 중 하나거든요. 아, 이 사람도 셜록 홈즈 좋아하는 구나. 싶은 마음에 쳐다보다 말 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그게 이번에 보니 이 성향이 있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환 같은 거였더군요.

 그래서 그 사과를 겸할 겸 좀 길게 쓰게 되었습니다.

 

 팬픽은 진짜 이걸로 끝입니다.

 마지막은 좀 더 멋있게 쓰고 싶었는데, 벨모른과의 전투가 흐지부지하게 되버린 것 같네요.

 그 점은 아쉽지만, 빨리 끝내고 싶단 이유로 서둘러 끝냅니다.

 

 이틀 뒤부턴 신규 지역에서 조용히 게임이나 즐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