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나르의 별이여, 탈리바르를 탈환하라!

RPG 게임을 하며 처음으로 잡은 남캐, 햇살 같은 마법사. 남자 캐릭터도 이렇게 매력이 넘칠 수 있다는 걸 너로 인해 깨달았어. 레벨1부터 차근차근 밟고 싶어서 일반 서버에서 시작, 밥 살 돈 아껴서 네 못 한 벌 사주니 구리던 낯빛이 달라지더라. 지금 네 얼굴은 내 노트북 배경 화면이 되었어. 게임에 과몰입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널 보니 그 생각이 접힌다. 매일 채팅으로 내 위자드가 잘생겼다 외치고 다닌단다.  너는 0과 1로 만들어진 모형일 뿐이니 내 마음은 알지 못 하겠지만 언젠가 내게 자식이 생긴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해. 사실 그것보다 더 기뻐하고 있을지도 몰라. 벌거벗은 몸을 보고 한숨이 나왔지만 금욕 섹시라는 말을 되내이며 벌크업한 몸에 허리를 줄였지. 코르셋이 아프진 않았니? 어깨는 태평양처럼, 허리는 2차선 도로처럼 줄여두고 벗겨두니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지만 살라나르 입혀두니 세상 잘났더라.  난 아직도 너보다 잘생긴 위자드를 못 봤어. 나의 햇살, 개선 후 돌아올 네 모습이 조금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해. 네가 헬스장 고인물이 되어 나타나길 바라지 않거든. 자고로 물리 마법사라면 근육이 빠방해야 하는 법이지만... ..  너는 좀 슬림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 나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네가 너무 좋다. 비몽사몽 일어나서 자렛에게 구박을 들을 때도, 가문 선조들이 닦아둔 길에 지식 몇 번 보태 많은 지식들을 S로 만들었을 때도, 말 타는 뒤태를 보며 역시 내 새끼 폼 죽인다 생각했을 때도, 메디아까지 끝내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물에 젖도 피에 절은 네 모습을 보며 감탄했을 때도... ... 이 많은 감정들을 겨우 문장 몇으로 표현하기는 힘들겠다.

나는 오늘도 출근 전 몇 시간을 너와 함께한다. 나 몇 달 전에 퇴사했다. 그리고 다시 취직한 곳에서 난생 처음 계약직의 입장이 되어 일하고 있다. 매일매일이 더럽고 치사하고, 때려치울까 고민하지만 널 만나고는 너한테 옷 한 벌 더 입히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냥터 돌아서 환상마 태워주리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자주 먹던 우울증 약도 거의 끊었어. 너는 정말 내게 햇살 같은 존재다. 이 겨울에 봄볕을 가질 수 있을 줄 몰랐다. 너는 내게 게임 캐릭터 그 이상이야. 이 마음은 몇 년을 함께하겠지. 강해져서 돌아와라, 내 아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