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기에,
문득 노을이 지는 해안절벽을 따라가다가 쇠락한 왕국의 변경에까지 발걸음이 닿았다.
부서지고 깨졌어도 버티고 있는 망루에 기대어,
쇠락한 왕국의 변경에서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시간을 견디는 성벽이 남긴 것이 무엇일는지,
혹여 잡아볼 수 있을까, 괜히 한 손을 쥐어본다
바람에 실려 흩어지는 용사들의 이야기인지, 그저 평범한 소시민의 하루하루인지,
관문은 말이 없고, 그저 잡념을 움켜쥔 한 사람만이 오도카니 남아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