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애매한 Yes 입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낫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변형시켜서 사용한 경우가 있어서 낫을 그대로 쓴건 아니지만 낫이었던 것과 낫을 닮은 것을 쓴 기록은 꽤 있습니다.

농기구로 쓰이는 낫 그대로를 무기로 사용한 것은 아예 없는건 아니고 의외로 낫을 사용해 싸우는 방법이 적힌 매뉴얼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참고할 자료는 파울루스 헥토르 마이어의 매뉴얼입니다. 마이어라는 사람은 참 재미있는 사람인게, 1517년 태생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사람인데 중세 무술에 환상이 강했는지 검술 교본을 수집하기도 했고 막대한 돈을 들여 화가와 무술가를 고용해 온갖 무기들의 사용법을 자세한 글과 그에 곁들일 풀컬러 그림으로 기록해서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이 현대에서 중세 무술을 복원할때 자주 참고하게 되는 Opus Amplissimum de Arte Athletica 입니다. (첫번째 판본은 독일 작센주립 드레스덴 대학 도서관 SLUB Dresden 에 보관되어 있는데 도서관 코드 MSS Dresden C.93/C.94 로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이어는 이때 아우크스부르크의 재정을 관리하는 공무원이었는데 본인이 사치스러운 경향도 있었고 하나만 써도 돈이 많이 들 책을 세권이나 만들어서 돈이 많이 모자랐는지 세금에 손을 댔다가 나중에 걸려서 1579년 62세의 나이로 재판을 받고 교수형을 당합니다.

아무튼 마이어의 얘기는 이쯤 하고 낫을 봅시다.

https://wiktenauer.com/wiki/Paulus_Hector_Mair

파울루스 헥토르 마이어에 대한 얘기와 매뉴얼이 있는 링크입니다. 동영상들을 보실때 Scythe와 Sickle 부분에 있는 그림과 글을 보면 도움이 될겁니다.

첫째는 현재 검은사막에서 두 캐릭터가 사용하고 있는 대낫 입니다.

위는 딱 그시대에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마이어가 남긴 글과 그림을 토대로 이랬을 것이다로 한 한가지 해석입니다.

보다시피 대낫은 좀 굼뜨기도 하고 서로 똑같이 대낫을 쓰는 거라서 겨우 싸움이 성립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구색은 맞추고 있습니다. 어디를 맞추던 상관 없이 피해가 들어가는 게임과 달리 현실에선 낫에 안쪽만 날이 서있다 보니 공격하는 방법이 많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한손낫입니다.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로 딱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이 사람들의 해석입니다.

굼뜨고 커서 연습용 도구를 만들기도 힘든 대낫과 달리 작아서 사용하기 더 수월하고 연습용 도구를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서 현대에 생각보다 배워보려는 사람이 많은 무기입니다. 게임이라면 리치가 짧아서 안좋겠지만 현실에서 듀얼을 할때 휜 부분을 무기나 사지에 걸어 그래플링을 하거나 드로우 컷을 하거나 모서리로 찍는게 크게 어렵지도 않아서 생각보다 실전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낫을 사용하는 무술은 있기는 한데 실제로 이런 무기를 가지고 싸웠을까 하면 실전에서 쓰였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마이어의 매뉴얼 자체가 누구를 가르치려는 목적보다는 무술의 보전을 목적으로 쓰인거라 몇몇 괴짜들만이 수련하던 것이 기록되었을 수도 있고 아직까지 낫을 사용하는 다른 매뉴얼이 발견되지 않아 쓰였더라도 뉘른베르크나 아우크스부르크 지역에 소수만 쓰던 무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은사막 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에서 그림 리퍼의 이미지에서 따와 낫을 무기로 사용하는 캐릭터가 많은데 현실에서는 본인이 다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낫이 게임만큼 화려하지 않습니다. 또 현실의 무술을 게임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생각보다 복잡한 스텝, 가드가 단순해진 레이피어만 해도 가드가 4개, 같은 무기라도 지역마다 마스터마다 차이가 있는 접근법 등) 어느 정도는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가는게 개발자나 플레이어 둘다에게 편합니다. 물론 검은사막에서 낫을 쓰는 애들은 100% 무근본 판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