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세상은 어떤 모습과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남포 항의 개항소식이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발레노스까지 당도했을 때,
마침내 게으른 나조차도 그곳을 직접 확인하러 갈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저기...남포 항이 보인다.
우습게도 배에서 내려 포구를 딛고 선 채로
한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가늠하지 못하고 그저 망설이고 있었다.
일단 천천히 둘러볼까.. 어디론가 멀리 가볼까..
오묘한 빛깔의 도자기에 홀린듯이 구경하는 것,
왁자지껄 흥정하는 소리, 나처럼 바다를 건너온 외지인들을 향하는 호기심 섞인 웅성거림.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어딘가 내 마음이 원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눈 앞의 길이 인도하는대로 또 혹은 내 마음이 정하는 방향대로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은
사소한 일로도 발걸음을 붙잡히게 마련인 법이라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에 잠시 멈춰서서 먼 곳을,
아련한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겨본다.
언제였더라..
마음놓고 풍경 속에서 편안하게 있었던 적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던 적이 최근에 있었던가..?
어쩌면 성큼 다가온 봄 향기가 자꾸만 어디에선가 아련하게 날 불러세워서
감상적이 된 것일는지도.
혹은 잠시 들른 주막에서 주모가 내온 술상 덕에 한잔 마시고나서는 나른해진 탓일는지도...
이곳저곳, 생경한 낯선 곳에서 어쩌면 더없이 익숙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발길을 붙잡는 풍경들 속에서,
다시 한번 날 부르는 곳, 그곳을 향해 달려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