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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
검은 사막 팬픽 - 광대편 5
2021.09.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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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일시 : 2021.09.17 00:12

 하이델의 북쪽. 병사들의 훈련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탈길 위에 지어진 은방울꽃 여관에도 가디언의 등장이라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전해졌을 때,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유일하게 바에 앉은 두 명의 사냥꾼만이 침착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벨리아 마을의 사냥꾼인 그녀들은 사냥한 두 마리의 여우와 네 마리의 토끼의 가죽과 고기, 그리고 두 마리 도도새의 고기를 팔기 위해 오늘 아침 일찍 하이델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후, 짜증 나.”

 

 그러나 차분하게 밥을 먹는 모습에 반비례하듯 감정은 요동치는지 금발의 프셰니는 입안의 음식물을 꿀꺽 삼키자마자 저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실수라 할 만큼 조금 큰 목소리였지만, 바 앞에서 행주로 그릇을 닦고 있던 주방장도 그 가디언의 정체를 떠벌리는 허풍에 귀를 기울이느라 듣지 못한 듯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언니.”

“알아.”

 

 나첼니는 낮은 목소리로 급하게 프셰니를 불렀고, 그러자 프셰니는 아랫입술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까딱거리며 대꾸했다. 프셰니 자신도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이유는 하나였다. 그 가디언이 진짜 가디언이 아닌 자호바니에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이 짜증 나게 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릇을 닦는 주방장. 그에게 사냥터를 물어보면서 하이델의 현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던 찰나에 뛰어 들어온 저 허풍쟁이가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렸고, 그 탓에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주방장은 절대로 움직일 생각이 없는 손으로 그릇과 행주를 든 채로 허풍쟁이의 말에만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나첼니가 프셰니에게 미소 짓더니 이내 자신에게 맡겨 보라며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빙글 돌렸고,

 

“제가 한번 해볼게요.”

 

 뭘? 이라는 표정으로 나첼니의 행동을 눈으로 좇는 순간, 나첼니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이봐요.”

 

 이 소란을 단박에 끝낼 방법이라 생각한 건지 제법 큰 목소리로 허풍쟁이를 불렀고, 그에 신이 나서 떠들다가 입을 다문 허풍쟁이는 물론이거니와 그걸 듣고 있던 이들 역시 나첼니를 향해 시선을 모았다.

 

“허풍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가디언이요? 그 설국의 용사가 여길 왜 와요? 이 더운 날에?”

“이봐, 아가씨.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단 말이야?”

“그렇잖아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이 마을에 왔는데, 본 사람이 당신뿐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하긴, 그건 그렇네?”

 

 듣고 있던 프셰니가 나첼니의 말에 동의하며 나첼니처럼 앉은 채로 몸을 돌려 여관 내부를 둘러봤다. 사실이라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허점을 만들고 그걸 파고든다. 그렇게 의심의 구멍을 만들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면 사람들은 진실 따위엔 눈을 돌리고 그 허점만을 바라본다. 그럼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은 진실이 된다.

 가디언은 실제로 왔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거짓말이 아니다. 다만, 이 사람이 본 건 진짜가 아니라 자호바니에가 분장한 가짜였다. 그것도 황금 두꺼비 여관의 뒷골목에서 급하게 변장한 뒤, 곧바로 들어간 탓에 가디언의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여관에 있던 사람들 뿐이다. 그걸 노려 거짓말이라 주장하고, 바람잡이가 나서면?

 본래의 진실은 거짓이 되어버린다.

 

“에이, 그럴 줄 알았어.”

“아! 아냐! 아니라고! 이봐! 당신들! 내 말이 거짓말인지 보긴 했어? 지금 황금 두꺼비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몰라?”

 

 프셰니의 바람잡이에 걸려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떠들던 허풍쟁이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혀를 차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한순간에 거짓말쟁이가 돼버린 허풍쟁이는 멀어지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 돌아서기 시작한 이들 중 허풍쟁이의 말에 관심을 가지는 자는 없었다.

 격분한 허풍쟁이가 욕지기를 내뱉으며 달려들 듯 화를 냈지만, 나첼니는 내가 어찌 알겠냐며 아니꼬운 표정으로 허풍쟁이를 놀렸다.

 

“이게! 진짜!”

“어이! 이봐!”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한 허풍쟁이가 나첼니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쾅! 주방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굵직한 남자의 외침이 들렸다. 여관 내의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던 허풍쟁이와 그런 그를 놀리던 나첼니, 그리고 프셰니까지 모두의 행동이 멈췄고, 시선은 주방으로 모였다. 그곳엔 커다란 식칼을 나무로 만든 도마에 수직으로 박아 세운 주방장이 있었다.

 

“소란 피울 거라면 나가.”

“뭐?”

“말 안 들려? 끌려나갈래?”

 

 편을 들어주긴커녕 강제로 끌려나갈 게 아니면 제 발로 나가라 말하는 주방장의 날카로운 눈빛을 본 순간, 허풍쟁이는 잠깐 화를 억누르고 주위를 둘러봤다. 싸움을 구경하려는 눈빛이 대부분이었고, 극히 일부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 무조건 달려들 준비를 끝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쳇!”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허풍쟁이는 혀를 차더니 나첼니에게 빠르게 다가와 그 앞에 섰다. 그리곤 재차 말리려는 주방장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주방장이 일단 지켜보려는 듯 움직이지 않자 나첼니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기다려. 내가 증거 가져올 테니까.”

 

 그런 말을 남긴 허풍쟁이가 밖으로 나가자 큭큭 비웃거나 짜증을 내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었다. 단 한 명, 주방장만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프셰니와 나첼니를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무슨 이유로 쳐다보는 이유는 알 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란을 피웠으니 너희들도 나가.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리라.

 

“자네들도 다 먹었으면 돈 내고 어서 나가주게.”

“저 그런데 저의 질문에.”

 

 주방장이 무어라 말할 건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대응하기도 쉬웠던 프셰니는 주방장이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려주고자 입을 열었지만, 주방장의 험상궂은 눈빛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마디만 더 하면 좋은 소릴 못 들을 것 같단 생각이 들 만큼 날카로운 눈빛으로 프셰니를 쳐다보던 주방장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단 표정으로 프셰니를 바라봤지만, 이내 생각이 난 듯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궁금한 게 뭔가? 아! 아까 벌꿀에 관한 이야기였던가? 그거라면 알레한드로 농장을 찾아가 보게. 하이델의 꿀은 모두 거기서 나오니까. 살인 벌떼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말은 들었는데, 자세한 건 병영에 가보는 게 어떻겠나? 거기라면 무슨 말이라도 있을 것 같으니.”

“저기 저도!”

“나가달란 말 잊었나?”

 

 대략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어차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소문의 근원지도 만들어냈다는 성과도 이뤄냈다. 그러나 정작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한 나첼니는 다급한 마음에 손을 들며 주방장을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주방장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나첼니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며 프셰니와 나첼니 둘 모두를 협박하듯 노려봤다.

 그러나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알고 있는 자를 당장이라도 끌어내야만 했다. 못해도 싸움을 붙여야 했다.

 

“하이델 상인조합이 시안 상단과!”

“지금! 당장 나가게. 돈 내고. 음료값도 내.”

 

 나첼니가 다급하게 외치는 말에 주방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곤 나첼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금 나첼니보다 더 크게 외쳐 나첼니의 말을 끊은 뒤,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그러자 여관 1층 식당에 모여 있던 많은 이들의 눈이 주방으로 모였고, 몇몇 사람은 허풍쟁이 때와는 다르게 한층 더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을 프셰니는 곁눈질로 확인했지만, 마음이 앞선 나첼니는 음료값을 내라는 말에 발끈하며 음료가 담긴 컵을 들어 올렸지만, 그 순간, 프셰니가 나첼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건.”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나갈게요. 여기 돈 있습니다.”

 

 그제야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걸 깨달은 나첼니 역시 서둘러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 바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짐을 챙겨 메고 프셰니의 뒤를 따라 여관을 빠져나왔다.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실내에서 나오자 환한 햇볕이 눈이 부시도록 쏟아져 내렸다. 서둘러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둘은 여관에서 몰려나오는 발소리를 듣고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틀어졌을 땐, 알아서 자력으로 탈출하라. 그런 뜻을 담은 신호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서로 등을 보이며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디 갔어?”

“몰라! 여긴 없어!”

“여기도 없어!”

“젠장, 뭐 하는 것들이야?”

 

 빗물받이 배관을 타고 올라 지붕에 납작 엎드린 채 숨죽이고 있던 나첼니는 지붕 밑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더욱 몸을 납작 엎드렸다. 어설픈 도발이 오히려 독이 되었단 사실에 나첼니는 기와의 돌가루 냄새를 맡으며 후회의 한숨을 내뱉었다.

 

“찾았다!”

 

 그 순간 들린 큰 소리에 놀란 나첼니가 고개를 들었을 때, 옆 건물의 지붕에 붙은 탑을 오르던 이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게 보였다. 나첼니는 급하게 일어나며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으로 내던지고 화승총만 쥔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빼앗겨도 신분이 들통날 건 없었고, 행여나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다고 해도 자신들을 특정하고 쫓아올 자는 없을 것이기에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얏!”

 

 지상으로 떨어지는 가방에서 애써 눈을 돌리고 맞은편 붉은 기와지붕을 향해 총을 집어 던지고 자신도 힘껏 뛰어올랐다. 투덕! 쇠와 나무로 만들어진 화승총이 기와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그와 동시에 뛰어올랐던 나첼니 역시 지붕 위에 두 발을 디디며 올라섰다.

 

“어!”

 

 그 순간, 나첼니의 입에선 짧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발이 미끄러지며 뒤로 몸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팔을 허우적거리며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기울어지기 시작한 몸은 중력의 이끌림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아니,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젠장! 나첼니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급하게 발을 굴려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그 순간, 아주 조그마한 공간이 만들어졌고, 나첼니는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혀 둥글게 몸을 말며 자신의 뒤꿈치를 쫓아 두 손을 내밀었다. 방금 건너왔던 건물의 지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지붕 위로 올라왔던 자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손끝에 단단한 기와가 붙잡혔다. 그 촉감을 느끼며 손끝에 힘을 주었고, 헙! 처마에 두 손이 걸린 채 허공에 매달렸다. 그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섞인 감탄사가 나첼니의 입에 걸렸다.

 

“지붕으로 올라가!”

 

 발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자 문을 부술 듯 열어젖히며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붙잡힐 순 없단 생각에 두 팔에 힘을 주고 턱걸이하듯 머리를 지붕 위로 올렸다. 한순간에 상체까지 지붕 위로 올린 나첼니는 처마에 아랫배를 두고 손을 뻗고 왼쪽 다리부터 올려 지붕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저깄다!”

 

 그 순간, 지붕 위로 통하는 문이 쿵! 열리며 네댓 명의 남녀가 지붕 위로 쏟아져나왔다. 모든 이의 눈이 지붕 위에 내던져진 총으로 향했다. 줍는 자가 이긴다. 나첼니가 가장 먼저 달려들자 지붕 위로 올라온 자들도 한발 늦게 총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첼니가 총을 집어 들며 왼쪽으로 몸을 크게 돌려 총을 뒤로 빼내는 것과 동시에 가장 먼저 달려온 남자가 총을 밟으려 내민 발이 총이 있었던 곳의 기와를 밟아 부숴버렸다. 그러자 기와를 힘껏 밟은 오른쪽 다리가 지붕 아래로 푹 꺼지며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퍽! 나첼니는 고꾸라진 남자의 얼굴을 개머리판으로 후려쳤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남자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 순간, 또 다른 이의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이번엔 나첼니의 얼굴이었다. 왼발을 뒤로 물리며 몸을 왼쪽으로 돌린 나첼니는 스쳐 지나가며 남자의 웃는 얼굴을 본 순간, 그 입술 아래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고, 급하게 상체를 등 뒤로 젖혔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얼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몸을 급하게 비틀며 바닥을 짚고 일어나며 무너진 균형을 바로 잡으려 했지만, 그 순간, 또다시 기와를 밟고 달려드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자세를 고쳐 잡고 지붕 위에 주저앉으며 화승총을 겨눴고, 단검을 쥐고 달려들던 여자가 급하게 멈춰 섰다. 그러나 그때, 나첼니의 몸도 함께 굳어져 버렸다. 목덜미를 타고 오른쪽 뺨으로 흘러 내려오는 차갑고 날카로운 물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총 버려.”

“젠장.”

 

 칼 너머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첼니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들고 있던 총을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러자 멈췄던 여자가 칼을 겨눈 채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마지막 여자는 입구를 지키려는 듯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툭! 화승총을 바닥에 내려놓은 나첼니는 드르륵! 화승총을 다가오는 여자를 향해 힘껏 밀었다. 그러자 다가오던 여자가 움찔하며 멈춰서더니 총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이얏!”

 

 왼쪽으로 고개를 젖힌 뒤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뺨에 닿았던 칼이 목덜미를 스치고 왼쪽으로 스치며 지나가는 힘이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숙인 고개를 오른쪽으로 들며 오른손으로 기와를 짚고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마치 춤을 추는 듯 남자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일어난 나첼니는 순식간에 남자의 등 뒤를 붙잡았다. 그러며 단검을 쥔 남자의 손 관절을 때려 칼을 빼앗는 걸 잊지 않았다.

 

“비켜.”

“젠장.”

 

 총을 집어 든 여자가 나첼니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이미 나첼니의 왼손은 남자의 굵은 목덜미를 쥐고 오른손은 빼앗은 칼끝을 목덜미에 가져대 대고 상처가 나지 않을 만큼 누르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목을 꿰뚫고 말 것이라 협박하며 비키라 명령하자 총을 쥔 여자의 입에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그러는 사이 지붕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더 많은 사람이 지붕 위로 올라왔다. 끝을 보겠단 심산인지, 아니면 프셰니를 쫓아가던 인원까지 모두 쫓아온 건지 궁금해졌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

“어머, 날 걱정해주는 거냐?”

 

 남자가 으르렁거리는 질문에 나첼니는 장난으로 받아쳤지만, 순식간에 10명 가까이 지붕 위로 올라오자 나첼니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엔 없었다. 방금 건너온 건물의 지붕 위에도 아직 두 명 정도 남은 상황이다. 언제든 넘어올 준비를 끝냈을, 혹은 넘어오길 기다릴 그들까지 상대하고 도망칠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남자가 시간을 끌려는 듯 아니면 의문을 해소하려는 듯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인조합이 움직인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칼페온의 사람이냐? 시안 상단에서 보낸 자냐?”

“몰라, 나도 그게 사실인지 궁금해서! 아! 몰라!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쫓기는 지 모르겠다고!”

 

 나첼니는 절규하듯 대답하다 이내 짜증을 내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총을 쥔 여자가 한발 다가서며 화승총의 심지에 불을 붙이려 했다. 그걸 본 나첼니의 마음이 급해졌다.

 

“젠장!”

 

 나첼니는 급하게 남자를 밀어낸 뒤, 밀려나는 남자의 등을 힘껏 발로 걷어차며 뒤로 날아올랐다. 그리곤 공중에서 허리를 힘껏 젖혀 내민 손으로 처마를 붙잡았다. 허공을 날던 몸이 진자운동 하며 건물을 향해 빠르게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첼니는 두 다리를 곧게 펴 뻗었고, 그 순간, 단단하면서도 벽돌보다는 부드러운 어떤 물체에 닿았다. 와장창! 창문이 깨지며 처마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얼굴을 가렸다.

 

“아욱! 씨! 젠장!”

 

 우당탕! 건물 안 복도를 구른 나첼니는 거꾸로 벽에 처박혔다. 꼴사나운 광경으로 처박힌 나첼니였지만,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에 서둘러 일어나 계단을 향해 달렸다. 계단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계단을 뛰어 내려오던 남자와 마주쳤다. 나첼니가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며 계단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남자가 급하게 멈춰서며 휘두른 칼이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음 층으로 급하게 내려갔을 때, 밑에서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에서 뛰어 올라오던 여자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나첼니는 난간을 짚고 두 다리를 차고 여자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며 두 발을 뻗어 벽을 밟고 달렸다. 그러자 계단 아래에서 뒤이어 올라오는 또 다른 여자가 보였고, 그에 나첼니는 발을 뻗어 여자의 얼굴과 가슴을 힘껏 걷어찼다.

 우당탕! 뒤로 넘어지는 여자와 뒤엉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나첼니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등을 손으로 짚었다.

 

“밑으로 도망쳤다!”

"젠장!"

 

 그러나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첼니는 몸을 살필 새도 없이 일어나 건물 밖으로 내달려야 했다.

 

==========

 

 뭐든 먹고 싶은 밤이네요. 뭐, 배고프단 겁니다.

 

 본래 계획은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전투신의 밑거름이 깔린 순간 폭주하고 말았습니다. 그 심정이 나첼니의 절규였죠. 긁적.

 개인적으론 전투신 쓰는 게 가장 재밌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마구 구를 때 제일 신나죠. 역시 주인공은 굴려줘야 제맛이죠.

 이전에 쓰던 팬픽은 너무 주인공 편의주의적이라 그게 안 되서 짜증이 났었는데, 이번엔 조금 신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폭주하고 말았지만요.

 본래 이 전투신은 프셰니가 할 것이었는데, 초반에 폭주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첼니가 이어 받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프셰니가 할 게 없네... 뭔 짓을 한 건지.

 

 이 사건으로 인해 하이델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며, 또 다른 주인공인 워리어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이대로 글이 성공적으로 제자리를 잡으면 이전에 썼던 팬픽을 이 글에 이어서 쓸 생각입니다.

 어차피 제가 구상한 시간대 상으론 위치와 광대편이 가장 앞서거든요.

 그러니 노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어서 이어 붙이기만 성공하면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붉은 사막 팬픽은 이전에 쓴 것이 마지막 회차로 끝날 것 같네요.

 알게 모르게 그 짧은 회차에 다섯 세력이나 등장시키면서 힘차게 출발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미 감동이 다 빠져서... 시쳇말로 뽕이라 하죠. 그게 다 빠져서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 영상에 감명을 받아 시작한 만큼 그게 빠지면 김 빠진 탄산음료라서... 이어서 쓰기엔 제가 창작하는 재미를 못 느낄 것 같아서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팬픽이잖아요. 접어서 문제될 건 없죠. 뭐, 게다가 그것까지 쓰면 진짜 도배가 되는지라. 자중하겠습니다.